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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게시판

필록테테스

작성자한상욱36|작성시간05.10.30|조회수497 목록 댓글 0

◆ 1. 아카이아 연합군, "필록테테스를 찾아라"

     앞서 아카이아 연합군이 승리를 위해서는 아킬레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참전이 필수적이라는 신탁을 헬레노스(혹은 칼카스)로부터 알아냈다고 살펴봤다. 그런데, 아카이아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또 있었다. 무엇일까? "헤라클레스가 사용하던 무기를 아카이아 연합군이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네오프톨레모스를 참전시키는 일은 성공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죽은 헤라클레스의 무기를 어디서 찾아온단 말인가! 신이 돼 올림포스 산 위 하늘나라로 올라간 헤라클레스를 만나고 올 수도 없고... 아카이아 연합군은 난감해졌다. "참... 이를 어쩌지" 이때 문득, 아주 오래 전에 잊혀졌던 아카이아 연합군의 전우 한명이 떠올랐다. 필록테테스(Piloctetes). 추억의 인물 필록테테스는 누구인가?

 

     필록테테스는 트로이 전쟁 초기 아카이아 연합군이 트로이로 진군하던 중 렘노스 섬에 일시 기항했을 때 그곳에서 아카이아 연합군과 결별한 사람이다. 병사들 사이에 그에 대한 추억이 아련히 되살아 났다. 그러니까 테네도스 섬에서 희생제를 올리던 중... 뱀 한마리가 오더니 필록테테스를 꽉 무는 게 아닌가. 뱀의 독이 어찌나 강하던지 필록테테스는 고통속에 신음했고, 쉽사리 치료 되지도 않았다. 상처 곪는 냄새는 사방으로 퍼지고. 동료들은 고약한 냄새를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비명소리도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었다. 부담을 느낀 아카이아 연합군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렘노스 섬에 그를 슬쩍 버려두고 떠나 버렸다. 오디세우스의 제안이었는데, 그곳에서 고통받다 죽으라는 얘기였다. 그 뒤 필록테테스는 잊혀지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시점에 필록테테스가 아카이아 연합군 병사들 사이에 주요 인물로 다시 부각된 것일까?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스의 승부. 필록테테스가 헤라클레스의 활을 갖게 된 연원은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스의 결투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자가죽 외투를 뒤집어 쓴 헤라클레스가 오른쪽에 있는 아켈로스의 이마에 달린 큰 뿔을 붙잡아 부러트리고 있다. 헤라클레스가 승리를 거두고 어여쁜 데이아네이라를 차지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훗날 데이아네이라의 질투가 큰 화근이 되고 말았다. ⓒ김문환

 

     헬레노스(칼카스)의 예언으로 헤라클레스의 무기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다. 헤라클레스의 무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필록테테스라는 얘기다. 아카이아 연합군은 더욱 답답해 졌다. 헤라클레스의 무기를 가진 필록테테스를 죽음의 위험 속에 방치하지 않았던가! 십중팔구 죽었을 것이고, 살았다해도 원한에 사무쳐 얼마나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까? 갈수록 넘기 힘든 태산(泰山)이라더니... 네오프톨레모스 문제를 간신히 해결한 아카이아 연합군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아카이아 연합군 병사들은 먼저 필록테테스가 어떻게 헤라클레스의 무기를 손에 넣게 됐는지 부터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봤다. 남녀의 사랑과 배신에 따른 증오, 다시말해 애증(愛憎)의 남녀관계가 얽힌 결과물인데... 무슨 사연일까?

 

◆ 2. 필록테테스 2-"헤라클레스의 복잡한 애정생활"

켄타우로스 족속의 문제아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해 달려가고 있다. 강건너에서 이를 바라보던 헤라클레스가 깜작 놀라 활로 네소스를 쏴 죽이면서 사단이 벌어진다. 브리티시 뮤지엄. B.C 600년 작품. 올리브 기름을 담는 도자기다. ⓒ김문환

     그러니까 헤라클레스가 죽기 전. 한창 용력을 자랑하며 각지를 누비고 다닐 때. 한번은 지하 저승세계로 내려간 적이 있다. 이는 인간으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 여행은 테세우스나 오르페우스, 후대의 오디세우스등 극히 일부의 인간에 그친다. 선택된 자들의 특권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저승에서 그 옛날 칼리돈의 멧돼지를 함께 사냥했던 멜레아그로스의 영혼을 만났다. 멜레아그로스의 영혼은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이승(此生)에서 의지할 곳이 없이 홀로 남은 칼리돈(아이톨리아)의 공주이자 자신의 여동생 데이아네이라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험한 세상에 가녀린 처녀 혼자..." 멜레아그로스의 영혼은 눈물을 흘리며 헤라클레스에게 자기 동생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미인을 책임지는 일이 무예 어려울까? "그것 어렵지 않지".

 

     흔쾌히 대답하고 다시 이승으로 올라온 헤라클레스는 칼리돈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칼리돈에서는 헤라클레스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강의 신 아켈로스가 데이아네이라에게 청혼을 해 놓은 게 아닌가! 미인을 차지할 욕심에 부풀어 있던 헤라클레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의외로 단순했다. 미인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칠 수 밖에.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아켈로스 역시 천하장사로 소문나 있던 터였다. 치열한 레슬링이 벌어지고, 힘으로는 막상막하(莫上莫下).안되겠다 싶자 코뿔소처럼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아켈로스는 뱀과 황소로 둔갑해 가며 싸웠다. 승부는 헤라클레스가 아켈로스의 뿔을 꺾으면서 결판났다. 힘을 잃은 아켈로스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 숨은 것이다. 부러진 뿔은 님프가 집어 예쁜 꽃과 맛있는 과일을 가득 담아 풍요의 여신에게 바쳤다. 오랜만에 혈전을 치른 끝에 간신히 승리한 헤라클레스에게는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를 품에 안는 영광이 돌아갔다. 둘은 결혼했고, 아들 힐로스까지 태어났으니... 금슬(琴瑟)좋게 행복하게 살았다.

 

화가 나 달려가는 헤라클레스. 아내 데이아네이라를 네소스가 납치하자 네소스를 잡으러 달려가는 모습을 그렸다. 앞선 그림 즉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는 장면과 같은 도자기에 그려져 있다. 브리티시 뮤지엄. ⓒ김문환

     문제는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가 칼리돈을 떠나 다른 지방으로 갈 때 생겼다. 괴팍한 성격에 성정이 거칠어 화를 잘 참지 못하던 헤라클레스가 울컥하고 주먹을 휘둘러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쫓겨난 것이다. 트라키아로 이민을 가던 도중 에우에노스 땅을 지나는데, 수해로 강이 범람한 게 아닌가. "어허, 이를 어쩐다." 고민하던 헤라클레스 부부 앞에 켄타우로스 족속의 말썽꾸러기 네소스가 나타났다. 친절하게도 사공을 자처하며 강을 건너가게 해주겠다고 제의했다. 큰 의심없이 응한 것은 헤라클레스의 실수였다. 네소스가 사고를 쳤다. 헤라클레스가 기다리고 있는 사이 먼저 아내를 건네주겠다던 네소스가 강을 건너자마자 그만 욕정을 참지 못하고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해 겁탈하려고 덤벼들었다. 건너편 강가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헤라클레스는 기가 막혔다. "아니 저 녀석이 감히..." 헤라클레스는 재빨리 활을 꺼냈다. "너 죽어봐라 이 고약한 놈". 백발백중 활의 달인 헤라클레스의 조준을 벗어날 수는 없는 법. 헤라클레스가 쏜 화살을 맞고 네소스는 그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네소스도 한방을 생각해 낼 줄 아는 독종이었다. "그냥 나만 죽을 수 없지. 헤라클레스 너 이놈 두고 보자". 죽어가던 순간에도 앙심을 품은 네소스는 그 짧은 순간 음모를 꾸몄다. 처량한 표정을 지으면서 데이아네이라에게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내가 잘못했소. 사과의 뜻으로 선물을 주고 싶은데 받아 주시기 바라오". 엉겁결에 놀란 표정으로 물러나 있던 데이아네이라에게 "내피를 받아 두시오. 이 피에 내가 당신을 덮치려다 참지 못하고 흘린 정액을 섞어 기름과 합쳐 보관하시오. 나중에 헤라클레스의 사랑이 식을 때 이를 꺼내 그의 옷에 바르면 그의 사랑을 다시 불지필 수 있다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아! 그러나, 여자들은 왜 이런 질투와 관련된 말에 그리 잘 속아 넘어 간단 말인가.

 

◆ 3. 필록테테스 3-"헤라클레스의 화살을 얻다"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도 데이아네이라도 네소스 사건에 대해 까맣게 잊고 살았다. 아들 힐로스도 어른으로 자랐다. 데이아네이라는 나이를 먹고, 젊음을 잃어 갔다. 절륜의 헤라클레스는 나이를 먹었지만, 사랑의 욕구는 식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가. 마침 젊은 여자 이올레가 나타났다. 오이칼리아의 공주였다. 그녀의 아버지 에우리토스는 한때 헤라클레스에게 활을 가르쳤던 명궁이었다. 자신의 활솜씨를 과신한 그는 자신과 실력을 겨뤄 이기면 자신의 딸 이올레를 상으로 주겠다고 떠벌렸다. 미인을 얻는다는데 활의 달인 헤라클레스가 가만 있을 리 만무했다. 헤라클레스가 이겼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에우리토스와 그의 세아들을 죽이고 이올레를 차지했다. 이올레도 이미 천하장사를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이 사건을 천상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 여신이 있으니. 헤라클레스를 마음속 깊이 미워하고 있던 최고 여신 헤라다. 헤라는 데이아네이라에게 접근해 헤라클레스가 젊은 여자 이올레에게 빠져있으니 조심하라고 넌지시 일렀다. 헤라클레스의 바람기를 눈치챈 데이아네이라. "늙는 것도 서러운데, 남편의 사랑을 잃을 수는 없지." 방법을 찾던 그녀의 머리속에 불현듯 아주 오래전 네소스의 말이 스쳤다. "그렇지". 서둘러 장롱 깊숙한 곳을 뒤져 네소스가 건네준 피를 찾아냈다. 적당히 눈감아 줄 것이지. 쯧쯧... 남편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를 묻혀 옷을 만든 뒤 헤라클레스에게 입혔다. 아! 그것이 모두에게 그렇게 큰 화를 불러올 독약이 될 줄이야.

 

     남편이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될까? 궁금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데이라네이라 앞에서 헤라클레스는 "으아악...". 데이아네이라의 기대와 달리 헤라클레스는 옷을 입는 순간 하늘이 찢어져라 고함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옷감이 살에 달라붙으면서 칼로 베고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가져다 준 것이다. 너무 아파 헤라클레스가 옷을 벗으려고 애쓸수록 살점만 찢어지고 타들어 갈 뿐 옷은 꼼짝달싹 하지 않았다. 별 조치를 다 취해도 소용 없었다. 헤라클레스의 고통만 더욱 심해졌다. 데이아네이라는 뒤늦게 네소스에게 속은 것을 알고 자결로 삶을 마감했다.

 

데이라네이라가 헤라클레스에게 옷을 건네주는 장면. 헤라클레스가 특유의 네메아 사자 가죽 외투를 벗고 아내가 건네주는 옷을 받아들고 있다. 데이아네이라가 네소스의 피와 정액을 묻혀 만든 이 옷은 파국(破局)을 불러왔다. 브리티시 뮤지엄. ⓒ김문환

     헤라클레스도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삶을 정리하기로... 요즘 전세계 적으로 화두가 된 '안락사(安樂死)' 권리와 깊이 관련된다. 소생 가능성 없이 고통만 받는 환자가 편안히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 여부인데... 말기 암환자나 뇌의 기능이 멎은 채 심장만 뛰는 식물인간의 안락사를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전면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부분적으로 일부 묵인하는 나라는 있는데... 고통 속에 살게 두는 것만이 과연 능사일까? 자연이나 신이 주신 천부인명(天附人命)이니 사람 마음대로(人爲的) 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일까? 현실 법적인 차원을 넘어 다양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스 신화시대에는 법적인 제약이 없던 관계로 헤라클레스의 결정이 불법이거나 누구의 제재를 받을 사안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는 오이타산 꼭대기에 장작더미를 쌓으라고 데이아네이라가 낳은 아들 힐로스에게 명령했다. 아들이 쌓은 장작더미에 오른 헤라클레스는 젊어서부터 입어오던 네메아 사자 가죽 외투를 장작더미 위에 깔았다. 그 위에 누운 뒤 불을 지피라고 다시 명했다. 허나 어찌 아들이 아버지를 화장하는데 불을 붙일 수 있으리오. 참 심금 울리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고통받는 아버지는 죽여 달라고 소리치고, 아들은 차마 아버지를 죽이지 못하고... 2003년 식물인간 딸의 생명줄인 호흡기를 칼로 잘랐던 아버지의 슬픈 사연이 떠오른다.

 

     옆에서 이광경을 지켜보던 필록테테스가 나섰다. 트로이 전쟁 말기 갑자기 중요성이 부각된 필록테테스가 여기서 등장한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안락사를 시켜줄 테니 대신 선물을 달라고 요구했다. 선물은? 헤라클레스에게 백발백중 명궁 소리를 듣게 만들어 준 활과 화살. '아들에게 물려줄까?' 잠시 고민하던 헤라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좋다. 너에게 주마". 헤라클레스의 승낙이 떨어지고, 필록테테스는 부싯돌을 부딪쳐 불꽃을 피운 뒤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파란만장(波瀾萬丈)했던 헤라클레스의 삶은 이렇게 마감됐다. 그에게 숱한 공적과 영광을 안겨줬던 활은 필록테테스에게 넘어갔다.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다. 아직 결말이 나기에는 이르다. 한고비 클라이맥스를 더 넘어야 한다. 헤라클레스는 죽으면서 자기가 화장당한 곳을 발설하지 말라고 필록테테스에게 당부했다. 오이타산(山). 일본 큐슈 지방의 벳부 온천이 있는 오이타현(縣)도 아니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 산은 그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자신의 최후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헤라클레스. 그러나, 말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필록테테스. 참다 참다 더이상 견디지 못한 필록테테스가 화장장소로 갔다. 후환이 두려워 말은 안했지만, 발로 땅을 쾅쾅 굴렀다. 말대신 행동이었다. 물론 대가를 치러야 했다. 땅을 구른 그의 발이 벌을 받았다. 렘노스 섬에서 독사에 발을 물린 것은 이런 연유다.

 

◆ 4. 필록테테스 4--오디세우스 설득에 참전에 응하다

     '혹시 죽었을까' 염려하고 또 그가 살아있다고 해도 과거 전우들에 대한 앙심으로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됐다. 렘노스섬에서 버림받았던 필록테테스. 그는 10년 세월이 지나도록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찾아온 아카이아 연합군의 옛 동지들에게는 너무도 고맙게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디세우스의 설득이 먹혀 들었다. 과거를 잊고 전쟁에 다시 나서 트로이를 무찌르자는 웅변에 필록테테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오디세우스의 손을 잡았다. 참전에 응한 것이다.

 

     10년(星霜) 모진 풍파(風波)를 헤라클레스의 활(弓)로 나는 새(鳥)를 잡아먹는 우도할계(牛刀割鷄)속에 무용(武勇)을 뽐내지 못하는 서러움에 비육지탄(肥肉指彈)의 화(火)를 새기며 살던 필록테테스는 안남국(安南國, 당나라가 하노이에 안남도호부를 만들며 쓴 말이므로 안쓰는 게 좋지만 베트남이라는 마땅한 글이 없으므로)에서 태어나 법국(法國)에서 일하고 있는 탁닉한 처럼 과거지사(過去之事)를 시나브로 봄눈 녹이듯 샛바람에 날려보낸 득도(得道)의 경지(境地)에 이미 올라 있었다. 지난날 필록테테스를 버리자고 외친 사람도 재사(才士) 오디세우스요, 그를 아수라도(阿修羅道)에 다시 끌어들이자고 말을 바꾼 사람도 오디세우스니. 그의 세치(三寸) 혀는 만물(萬物)의 영장(靈長) 인간사(人間事)를 쥐락펴락하는 신기(神技)의 영물(靈物), 근두운(근斗雲)을 탄 서유기(西遊記) 손오공(孫悟空)의 여의봉(如意棒)이었던가!

 

      사는 게 무엇인가?  미움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미움이 되는 반전(反轉)의 드라마. 영원(永遠)한 벗도 적(敵)도 없이 평화(平和)롭게 공존(共存)하는 대동(大洞)의 지구촌(地球村)에서 원수(怨讐)를 사랑하라는 기독(基督)의 가르침 대로 구원(舊怨)을 풀고, 백범(白凡)의 이상(理想)처럼 사해동포(四海同胞)를 꿈꾸지는 못할 망정 '주적(主敵)'에 매달리는 일부 반민족(反民族), 사대주의(事大主義)자들의 때지나 케케한 군둥내 풍기는 붉은색 각주구검(刻舟求劍)과 어로불변(魚魯不辨)의 검은색 무지몽매(無知蒙昧)를 깨우칠 방도(方途)를 어찌 구(求)할 것인가!

 

활쏘는 사람. 필록테테스는 아니고 그리스 시대 궁사의 모습이다. 브리티시 뮤지엄 ⓒ김문환

     독사에 물린 필록테테스의 상처를 고친 과정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전한다. 먼저 렘노스섬에서 고쳤다는 설. 렘노스섬의 헤파이스토스(헤파이스토스는 하늘에서 이곳에 떨어져 자랐다) 숭배자들이 고쳐줬다고 한다. 렘노스에서 이미 상처를 치료하고 생활하다 오디세우스 일행을 따라 건강한 몸으로 트로이에 왔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트로이에 도착해서 고쳤다는 설. 오디세우스 일행이 렘노스에 도착하니 아직도 필록테테스는 상처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그를 고쳐주겠다고 설득해 트로이로 데려갈 수 있었다는 것인데... 당시 아카이아 연합군에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인 포달레이오스와 마카온이 군의관으로 종군하고 있었다. 형제가 아버지에게서 전수받은 편작(扁鵲)의 비방(秘方)으로 필록테테스를 고쳤다고 한다. 방법은 현대의학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상처를 갈라 포도주로 소독하고, 곪아 썩은 부분을 도려낸 뒤 약초를 붙여 새살이 돋게 하는 치료.

 

◆ 5. 필록테테스 5--파리스를 쏘아 맞추다

파리스. 파리스는 아킬레스를 활로 쏘아 맞춰 죽이지만, 자신도 필록테테스가 가진 헤라클레스의 활에 죽었다. ⓒ김문환

     필록테테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세운 최대의 공로는? 트로이 전쟁 원인 제공자. 파리스를 죽인 것이다. 파리스가 트로이 연합군에서 활의 명수였다면 아카이아 연합군에서는 필록테테스가 단연 돋보이는 명궁(名弓)이었다.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헤라클레스가 사용하던 신비스런 활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아무튼 칼로 일어선자 칼로 망하는 법. 활을 잘쏘는 자는 활로 최후를 맞는다. 파리스는 신비의 궁술로 아킬레스의 발목을 쏘아 맞춰 죽였다. 파리스는 이제 필록테테스의 활에 맞아 죽을 운명이었다.

 

     파리스가 필록테테스의 활에 맞아 죽었다는 설을 취하면 아카이아 연합군에게 네오프톨레모스와 헤라클레스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신탁을 전한 이는 헬레노스가 아니라 아카이아 연합군 전속 점술가 칼카스라고 봐야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다. 헬레노스가 조국을 배반하고 아카이아 연합군의 승리 비법을 일러준 것은 파리스가 죽고 헬레네 쟁탈전에서 진 뒤, 분을 삭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파리스가 살아있는 동안 즉 헬레네가 파리스의 아내로 있던 동안 헬레노스는 아직 트로이군에 있었다. 필록테테스는 이렇게 파리스를 죽이는 등 트로이 전쟁에 큰 공을 세우고 트로이를 함락시킨 뒤 귀향한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불행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설에는 귀환도중 풍랑을 만나 난파된 가운데 고국이 아닌 남부 이탈리아로 표류해 그 곳에서 생을 마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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