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국임을 자인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식사 예절이나 품위에 있어서도 엄격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문명 개화기에 열심히 받아들였던 딱딱한 테이블 매너도 유럽인들이 가지고 온 것이다. 얼핏보아 우아하고 맛있는 예절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네들 식습관의 역사를 펼쳐보면 의외로 그 내용이 빈약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의 식사는 동아시아의 젓가락 문화권, 유럽의 나이프·포크·스푼 문화권, 그 외의 수식(手食)문화권 등으로 나뉘는데, 유럽 사람들이 먹는 방식은 나이프는 몰라도 포크와 스푼의 역사는 매우 짧다. 이에 비해 젓가락은 사용하는 방식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었고, 이는 한국으로 전해진 다음 다시 일본으로 전해졌는데 일본의 경우는 대체로 아스카(飛鳥,552∼686)시대부터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이프는 오래 전부터 애용되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기를 썰기 위한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그 동안 무엇을 가지고 식사를 했을까? 믿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손으로 먹었다고 한다. 유럽 사람들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예절에 까다로운 상류 계층 사람들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것이 품위 있는 행위라고 생각했고, 10개의 손가락으로 우적우적 먹어대는 족속은 그 성장이 의심스럽다며 엄하게 나무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절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으로 손을 더럽히면서 먹는다는 점에서는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11세기에 들어서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서는 끝이 두 갈래로 나뉜 소형 포크가 고안되었는데, 이에 대해 완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신의 은총인 음식을 만질 수 있도록 허락된 것은 신이 만들어 주신 인간의 손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해서 모처럼의 아이디어도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하는 수 없이 오랫동안 창고 속에 처박아 두어야 했다. 포크가 겨우 빛을 보게 된 것은 15세기 말경인데, 그때 역시 포크를 사용하는 남자는 여자 같은 녀석이라고 멸시당하는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카트리느 드 메디시스에 의해 프랑스에도 포크가 전해지긴 했지만, 애써 얻은 그릇들은 모두 한낱 무용지물의 보석 장식품으로 변해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채였고 음식을 손으로 먹는 습관 역시 좀처럼 버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손으로 먹던 시대에는 더러워진 손을 씻어야 했기 때문에 식탁에 물 그릇을 놓는 것이 필수였는데, 지금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핑거 볼(finger bowl)은 그 때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탈리아 이외의 나라에서 포크는 18세기에 이르기까지 각광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츰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것이 불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프랑스에서는 혁명 이후 급속하게 포크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추방의 쓰라림을 맛본 귀족들이 무언가 평민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자 했던 것으로 손으로 먹지 않는 식사 예절로서 포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말하자면 궁지에 몰려 만든 하나의 모책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풍조가 침투되자마자 포크는 고귀한 신분이 사용하는 품위와 사치의 심볼로 금세 변하여, 3개의 손가락으로 집는다 해도 어쨌든 손으로 먹는 식사는 돌연 상스러운 행위로 전락해 버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2갈래식 포크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실용성이 떨어져 3갈래 또는 4갈래로 나뉜 것이 개발되어 인기를 모았으며, 얼마 후에는 지금과 같이 나이프와 포크를 능숙하게 놀리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유럽 사람들은 비로소 손을 더럽히지 않고 식사를 끝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포크가 시민권을 얻은 지(다시 말해 손으로 식사를 하지 않게 된 지) 불과 2세기도 안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요즈음도 밥을 포크 등에 살짝 올려 먹는 것을 가끔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은 전혀 의미 없는 싱거운 행위로 역시 푹 찍어서 집어 올리는 것이 포크의 기능이다. 포크의 등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이상한 일은 요술사에게나 맡겨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