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생활, 풍속

서양에도 , 독일에도 도깨비가 있답니다 ^^

작성자석윤홍|작성시간05.08.05|조회수1,087 목록 댓글 0

▶ 독일의 도깨비에 대한 다양한 개념

우리 나라의 ‘도깨비’에 걸맞은 독일어 개념을 찾는다는 것은 용이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깨비의 독일어 번역문을 보면 Gespenst, Kobold, Popanz, Monstrum 등의 다양한 개념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략 유령, 잡귀, 허깨비, 괴물 등의 뜻으로 풀어볼 수 있다. 그만큼 도깨비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어렵거니와, 타문화에서 그에 대응하는 문화의 형태를 찾기도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독일의 신화와 설화 속에서 우리 나라의 도깨비에 상응할만한 존재는 Zwerg (난쟁이: eng. dwarf), Gnom (땅도깨비: eng. gnome), Kobold (집도깨비: eng. goblin) 등이다. 도깨비의 세계처럼 우두머리에 의해 이끌어지는 군집사회를 이루면서 산이나 땅 속, 동굴이나 바위 틈, 고목 등에 사는 이들은 ‘지하 세계의 정령’인 알벤 Alb(en)에 속하는 신화적, 설화적 존재이다.

Alben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것은 ‘희다, 밝다’라는 뜻의 라틴어 ‘albus’, 또는 ‘알프스 산악지대 Alpen의 산신’과의 연관성이다. 이와 유사개념으로 흔히 요정이라고 번역되는 ‘Elfen’이 있는데, 이는 18 세기에 세익스피어나 밀턴의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차용된 개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오베론 Oberon과 티타니아 Titania, 그리고 퍽 Puck 등이 바로 요정의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독일 신화나 전설집에서는 ‘Alben’에 속하는 난장이, 땅의 정령, 집도깨비들을 ‘밝은 요정’인 Elfen과 구별하여 ‘어두운 요정’으로 규정하면서, 엄격하게 분리하지 않는다.

 

▶ 난쟁이 즈베르그(Zwerg) 이야기

독일 민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난쟁이 Zwerg는 게르만 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거인인 위미르 Ymir가 죽고 난 후 신들이 그 살을 빚어서 만들어냈다고 전해진다.
난쟁이 같은 민담 속의 주인공들은 변신술이나 신통력 같은 힘은 지녔지만 건강하고 장대한 우리 나라 도깨비와 달리 물리적인 힘은 결여된 존재로 그려진다. 이들은 주로 땅속이나 숲 속, 바위 틈, 심지어는 무덤 속에도 모여 살고, 키는 작고 전체적인 형상은 흉측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난쟁이는 주로 땅속에 살면서 인간들을 조롱하거나 때론 인간들을 도와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들은 햇빛을 보면 돌로 굳어져버리기 때문에 도깨비처럼 환한 대낮을 피하여 밤에만 활동한다거나 지하에서 생활한다. 많은 민담에 보면 어둠 속에서 난쟁이들이 도깨비들처럼 모닥불을 피워놓고 춤을 추며 놀다가 새벽이 되면 사라진다거나, 한밤중에 곤궁에 빠진 인간들에게 나타나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종종 땅속에 묻혀있는 금이나 광석 등의 주인 혹은 관리자로 그려지며, 도깨비 방망이의 조화를 부리듯 인간들에게 금은보화를 선사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난쟁이 족은 바그너의 악극으로 유명한 니벨룽엔 족 Nibelungen이고, 그림 동화에 나오는 룸펠슈틸첸 Rumpelstilzchen은 지푸라기를 물레로 돌려 황금으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갖고있는 난쟁이이다. 게르만 신화 속에서 이들은 신통력 있는 대장장이로 전해진다. 주신인 오딘 Odin의 무기인 창과 번개의 신 토르 Thor의 망치 등과 같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온갖 무기와 귀금속 등은 모두 이들 난쟁이의 손을 거친 것이다. 등이 굽었으며 배가 나오고, 긴 수염이 나있고, 얼굴 색은 검은 편이고, 발은 갈퀴 발이고, 쑥대밭 같은 머리카락이 특징이다. 이들은 갈색 옷을 입고, 빨간 색이나 회색의 모자를 쓰고있는데, 이들이 쓰는 모자는 도깨비감투처럼 모습을 감춰주기도 한다.

독일의 대표적 삼림지대인 슈발츠발트를 무대로 한 독일 민담에 많이 등장하는 난쟁이는 17, 18세기 궁정문화로 흡수되면서 궁궐이나 바로크 식 정원의 장식용 조각물로 형상화되기도 하였다.
19세기에 들어 삽이나 램프 등을 든 광부복 차림의 일꾼 난쟁이로부터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낙천적인 모습의 난쟁이들이 도자기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우리가 디즈니 만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나 ‘스머프’ 인형(smurf. 독일에서는 쉬룸프 Schlumpf로 알려져 있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모습들이 바로 이러한 이미지에서 유래된다.
아직까지도 독일 중산층 가정의 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이러한 난쟁이 형상들은 젊은 층에서는 속물적 취향의 한 예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땅도깨비 그놈(Gnom) 이야기

땅도깨비 Gnom은 지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gnosis’에서 유래한다.
지하세계의 주인인 이들은 자연의 신비나 숨겨진 보물에 대해 알고 있고, 병을 치료할 줄도 안다.
대표적인 예로 특히 독일 쉴레지엔 지방과 체코의 뵈멘 (보헤미아) 지방에서 유래되는 숲의 정령 뤼베찰 Rubezahl을 들 수 있다. ‘산의 주인’이라는 뜻의 뤼베찰은 원래 슬라브어권의 신화적 존재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동물, 심지어는 인간들까지도 변신시키는 재주를 지녔다. 그에 걸맞게 성격 또한 변덕스러워 호의를 품는 사람에게는 금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심술을 부릴 때면 천둥 번개를 몰아온다거나 사람들을 동물처럼 모습을 바꾸어버리기도 한다.
Gnom의 모습은 난쟁이와 유사하거나 한층 더 요괴적인 형상을 지녔다고 한다. 한 예로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Gnom들은 쭈글쭈글한 피부에 감자같이 생긴 대머리를 지녔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들은 마법사들의 정원에 살면서 정원을 망가뜨리는 해로운 존재 ‘garden pest’로서, 정기적으로 소탕해야 하는 생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독일 민담 속에서 난쟁이와 땅도깨비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 집도깨비 코볼트(Kobold) 이야기

‘어두운 요정들’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는 ‘집도깨비’ 또는 ‘집요정’으로 불리는 코볼트 Kobold이다. 어원은 중세독일어에서 방, 마굿간 등을 뜻하는 ‘kobe’와 지킴이라는 뜻의 ‘wald’에서 유래한다. 다시 말해 집을 지키는 자, 집의 정령이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광의적으로는 산이나 땅 등에 살고있는 정령(精)도 포함된다.

코볼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분명치가 않다. 민간신앙에 따르면 사람이 죽어 어느 나무 아래 묻히게 되면 그 영혼이 나무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러한 나무들을 벌목하게 될 때면 그 영혼은 집도깨비의 형태로 되살아나서 베어진 목재에 붙어서 살아가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 나라의 도깨비와 씨름하는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 노릇을 한 물건들을 보면 대체로 빗자루, 절구공이, 방망이, 부지깽이같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물건들이다. 이는 낡아서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도깨비로 바뀔 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였다.

독일의 코볼트는 헛간이나 집의 서까래 같은 곳, 아니면 가구 등과 같은 물건에 붙어 존재하기도 한다. 거주지에 대한 집착이 상당하여 일단 한 집에 거처를 정하면 집이 허물러진 다음에도 집터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새로 집을 지을 때는 헌집의 대들보에 쓰였던 목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옛날 집의 집도깨비가 붙어와서 괴롭힐지 모른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하겠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