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도깨비에 대한 다양한 개념 우리 나라의 ‘도깨비’에 걸맞은 독일어 개념을 찾는다는 것은 용이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깨비의 독일어 번역문을 보면 Gespenst, Kobold, Popanz, Monstrum 등의 다양한 개념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략 유령, 잡귀, 허깨비, 괴물 등의 뜻으로 풀어볼 수 있다. 그만큼 도깨비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어렵거니와, 타문화에서 그에 대응하는 문화의 형태를 찾기도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독일의 신화와 설화 속에서 우리 나라의 도깨비에 상응할만한 존재는 Zwerg (난쟁이: eng. dwarf), Gnom (땅도깨비: eng. gnome), Kobold (집도깨비: eng. goblin) 등이다. 도깨비의 세계처럼 우두머리에 의해 이끌어지는 군집사회를 이루면서 산이나 땅 속, 동굴이나 바위 틈, 고목 등에 사는 이들은 ‘지하 세계의 정령’인 알벤 Alb(en)에 속하는 신화적, 설화적 존재이다. Alben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것은 ‘희다, 밝다’라는 뜻의 라틴어 ‘albus’, 또는 ‘알프스 산악지대 Alpen의 산신’과의 연관성이다. 이와 유사개념으로 흔히 요정이라고 번역되는 ‘Elfen’이 있는데, 이는 18 세기에 세익스피어나 밀턴의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차용된 개념이다.
▶ 난쟁이 즈베르그(Zwerg) 이야기 독일 민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난쟁이 Zwerg는 게르만 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거인인 위미르 Ymir가 죽고 난 후 신들이 그 살을 빚어서 만들어냈다고 전해진다. 난쟁이는 주로 땅속에 살면서 인간들을 조롱하거나 때론 인간들을 도와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가장 유명한 난쟁이 족은 바그너의 악극으로 유명한 니벨룽엔 족 Nibelungen이고, 그림 동화에 나오는 룸펠슈틸첸 Rumpelstilzchen은 지푸라기를 물레로 돌려 황금으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갖고있는 난쟁이이다. 게르만 신화 속에서 이들은 신통력 있는 대장장이로 전해진다. 주신인 오딘 Odin의 무기인 창과 번개의 신 토르 Thor의 망치 등과 같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온갖 무기와 귀금속 등은 모두 이들 난쟁이의 손을 거친 것이다. 등이 굽었으며 배가 나오고, 긴 수염이 나있고, 얼굴 색은 검은 편이고, 발은 갈퀴 발이고, 쑥대밭 같은 머리카락이 특징이다. 이들은 갈색 옷을 입고, 빨간 색이나 회색의 모자를 쓰고있는데, 이들이 쓰는 모자는 도깨비감투처럼 모습을 감춰주기도 한다. 독일의 대표적 삼림지대인 슈발츠발트를 무대로 한 독일 민담에 많이 등장하는 난쟁이는 17, 18세기 궁정문화로 흡수되면서 궁궐이나 바로크 식 정원의 장식용 조각물로 형상화되기도 하였다.
▶ 땅도깨비 그놈(Gnom) 이야기 땅도깨비 Gnom은 지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gnosis’에서 유래한다.
▶ 집도깨비 코볼트(Kobold) 이야기 ‘어두운 요정들’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는 ‘집도깨비’ 또는 ‘집요정’으로 불리는 코볼트 Kobold이다. 어원은 중세독일어에서 방, 마굿간 등을 뜻하는 ‘kobe’와 지킴이라는 뜻의 ‘wald’에서 유래한다. 다시 말해 집을 지키는 자, 집의 정령이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광의적으로는 산이나 땅 등에 살고있는 정령(精)도 포함된다. 코볼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분명치가 않다. 민간신앙에 따르면 사람이 죽어 어느 나무 아래 묻히게 되면 그 영혼이 나무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러한 나무들을 벌목하게 될 때면 그 영혼은 집도깨비의 형태로 되살아나서 베어진 목재에 붙어서 살아가게 된다고 하였다. 독일의 코볼트는 헛간이나 집의 서까래 같은 곳, 아니면 가구 등과 같은 물건에 붙어 존재하기도 한다. 거주지에 대한 집착이 상당하여 일단 한 집에 거처를 정하면 집이 허물러진 다음에도 집터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새로 집을 지을 때는 헌집의 대들보에 쓰였던 목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옛날 집의 집도깨비가 붙어와서 괴롭힐지 모른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