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은
일은 살아있는 동안 하는 활동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인간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했습니다.
왕을 위해 일하거나 군주의 일을 대신 하기도 했습니다. 주인을 위해 일했고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해주었습니다. 조직에 들어가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때도 있었습니다.
크게 보아 20세기까진 그랬습니다. 그것이 미덕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삶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21세기 들어 그 믿음의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의 토질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뿌리가 약해지고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인류는 토질이 바뀐 토양에 새로운 일의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입니다.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지만 이미 세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발만 동동 구른다고 대세가 바뀌진 않습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느냐?"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 없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20세기의 창고에서 서성거릴 때가 아닙니다. 두렵지만 새 치즈가 가득한 21세기 창고로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죽을 때까지 남들이 시키는 일만 하면서 살진 마십시오. 시키는 일은 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입니다.
지금 남의 일을 대신 해주고 있어도 괜찮습니다. 기왕 해주는 김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십시오.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십시오.
너무 늙어 더 이상 어떤 기력도 없을 때까지 남의 일만 하며 사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은 더욱 비참한 일입니다. 그렇게만 살다 간다면 도대체 내 인생은 뭐란 말입니까?
이젠 조직에 복종하고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이 잘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가장 자기답게 살려는 사람이 점점 더 잘살게 됩니다. 기본적 생계만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남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하십시오. 더 많은 물질적 풍족을 원하신다면 전문성을 키우십시오.
미래는 이미 와 있습니다.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미래가 덜컥 현실이 되었을 때에는 정작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것 외엔 내가 할 일이 없습니다.
오늘 그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곧 그대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남이 아니라 내 인생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라고 존재하는 날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살라고 주어진 신의 선물입니다. 아! 아!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정균승 블로그 칼럼 <아무것도 아닌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