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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4권 책자 제작 후기後記]1백만자가 넘다니?

작성자알록달록|작성시간21.08.13|조회수763 목록 댓글 3

[생활글 4권 책자 제작 후기後記]1백만자가 넘다니?

 

 

어제 면소재지에서 점심을 먹고 오니, 책자 뭉치가 툇마루에 놓여 있다. 보나마나, 며칠 전 부탁한 <찬샘편지> 108통 묶음집이다. 하여, 컴퓨터 책상 앞에 그동안(2019년 9월 3일∼2021년 8월 9일) 묶어놓은 A4용지 크기의 책자 4권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솔직히 마음이 뽀땃하다. 흐뭇했다.

 

찬샘통신 1부(2019.9.3.∼2020.3.10.)

376쪽, 1951장(200자 원고지), 총글자수(공백 포함) 340808자

찬샘통신 2부(2020.3.11.∼2020.7.7.)

323쪽, 원고지 1507장, 총글자수 253131자

찬샘뉴스 3부(2020.8.20.∼2020.12.9.)

331쪽, 원고지 1661장, 총글자수 380434자

찬샘편지(2020.12.14.∼2021.8.9.)

455쪽, 2043장, 총글자수 312239자

 

 

근 2년만에 이렇게 많은 생활글을 쏟아내다니? 총글자수가 100만자를 넘어갔다(1,186,611자). 간간히 쓰던 단상斷想식 생활칼럼은 제외하고도 이러니, 무언가를 엔간히도 지껄이고 써댔던 모양이다. 17년간 쓴 총글자수는 모두 얼마나 될까? 3천만자는 족히 넘으리라. 흐미. 편편의 글제목들을 보아도 내용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먼 훗날, 아내도 옆에 없기 쉬운 요양원에서 17년 동안 써온 글들을 한번씩 읽어보기를 희망할 뿐이다. 왕년 생활을 추억하며 빙그레 웃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소풍 나온 이 세상 가는 것이지, 인생이 뭐 별 것 있겠는가.

 

누군가는 '삶은 계란'이라며 이죽거리기도 하고, '죽음으로 가는 열차'라고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부동산 때문에 지리멸렬한 문재인 정부를 빗대 “인생 뭐 있어? 전세 아니면 월세지”라거나, 누군가는 술자리에서 건배구호로 “인생 뭐 있어?”라고 선창하면 일행들이 모두 술잔을 들어올리면서 “알코올이지”라고 합창을 하며 자조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총글자수가 100만자를 기록하면 대대적인 기념회를 갖는다는데, 나는 어느 누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홀로 자축自祝이나 할까나 어쩔거나. 하여 어쭙잖은 후기를 남기는 소이연所以然이다. 취미도 가지가지, 참 시망스러운(수선스럽거나 요란스럽다) 놈이 따로 없다. 사람이 잡스러우면 배탈이 자주 난다던데. 그렇게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걸까.

 

2004년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후 17년 동안 수필집이라고 이름 짓기도 좀 거시기한 책 6권을 펴냈다. 맨처음(처녀處女) 펴낸 수필집이 『백수의 월요병』(171쪽, 서울셀렉션, 2005년 9월 발간, 8000원)이었다. 내용인즉슨, 1년여동안 백수생활을 하면서 쓴 생활글들로, <백수일기 108편>중 50여편을 골라 정리한 것이다. 알지도 모르는 출판사 대표의 눈에 동창홈페이지에 연재처럼 쓰던 그 글이 눈에 띄었던 모양, 만나자며 책을 내자고 생떼를 썼다. 나는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었고. 그 책 10여권을 갖고 추석을 쇠러 고향에 내려오던 때가 생각난다. 형제들에게 한 권씩 줄 생각을 하니 내용이야 어떻든 마음이 설렜다. 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뜨드미지근했지만, 매스콤(신문, 방송, 잡지)의 반응은 한동안 대단했다. KBS 신간 소개에 이어 라디오와 잡지 인터뷰, 거의 모든 신문에 비중있게 책 소개가 되었으며, 마치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듯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인세로 150여만원을 받았고, 출판기념회를 해주겠다는 출판사 제의를 쪽팔린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흐흐.

 

두 번째 자비自費로 펴낸 『대숲 바람소리』(263쪽, 2007년 도서출판 예맥)인데, 아버지 팔순과 부모 회혼을 기념한 가족문집이었다. 500권을 펴내 일가친척과 지인 몇 분에게 나눠드렸다.

 

세 번째 펴낸 책이 성균관대 출판부에서 공모한 저작사업(교수와 교직원 대상이었는데 49명이 응모하여 7명이 뽑혔다, 교직원으로는 지금껏 유일하다)에 뽑힌 『나는 휴머니스트다 -‘5초남’이 부르는 인생별곡』(304쪽, 2008년 12월 성균관대 출판부 발간, 12000원)이다. 대학로의 단골식당에 108명(총 27석)을 초대,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성우 권희덕이 덕담을 하고, 멀리 캐나다에서 20년 위인 원로선배부부도 참석했으며, 지금의 동아닷컴 초대사장은 꼬깃꼬깃 접은 1백만원을 격려금으로 주는 등 성황이었다. 홍어회와 막걸리 그리고 빈대떡이 주요 메뉴였다, 아내가 처음으로 동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아, 나는 한복에 검정두루마기 차림으로 백기완선생님 흉내를 냈었지. 1000부를 찍어 다 나가고, 선인세先印稅로 500만원을 받았으며, 책은 절판이 되어 아쉽고 아깝다.

 

네 번째 책은 엊그제 얘기했던, 8개월 동안 쓴 사적인 편지 108통을 묶은 『은행잎 편지 108통』(422쪽, 이부키 펴냄, 1만원)이다. '편지 실종시대'에 대한 작은 항변같은 것이었다. 

 

5번째 책이 『백수의 월요병』 속편인 『어느 백수의 노래』(176쪽, 2012년 부광출판사 발간, 11000원)인데, 대학 홍보위원으로 일하며 알게 된 어느 출판사 대표이 <백수일기> 108편 중 빠진 글들이 너무 좋다며 펴냈다. 현재 신분이 백수도 아니고 6년 전에 쓴 글들이어서 사양했으나, 나의 분신인 것같아 좋았다. 인세를 받았던가, 안받았던가.

 

마지막(?)으로 펴낸 책이 『총생들아 잘 살그라』(384쪽, 2016년 5월 낮은문화사 펴냄, 비매품)라는 아버지 구순과 부모님 결혼 70주년을 기념하는 가족문집 속편이었다. 우연히 <인간극장> 프로덕션 팀장 눈에 띄어 문집과 같은 제목으로 <인간극장> 5부작이 방영되어(2016년 11월 7∼11일), 당시 인터넷 실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가 2년 전 돌아가시고 한 달여 동안 거의 매일 <사모곡思母曲> 편지를 썼는데, 그 글들을 묶어 『어머니 봄이 왔어요』라는 소책자를 어버이날에 산소에 올려드린 것은 작은 정성의 표현이었다.

 

한편 고교졸업 30주년을 기념하는 동문문집 『쉰둥이들의 쉰이야기』(295쪽, 2006년 12월, 도서출판 예맥 펴냄, 50편의 글 가운데 20여편을 인터뷰 형식으로 대필代筆했다)를 주도적으로 편찬했다.

 

이밖에 무수한 생활글들을 버리기 아까워서가 아니고 ‘온전한 나의 기록’이므로 따로 저장이라도 해놓을 요량으로 책자로 꾸민 것들로 10여권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영원히 일실逸失된 글들도 많지만, 이나마 갖고 있는 것도 신통한 일이다. ‘108편의 행진’으로 시작된 글제목들을 보자. 「우천산고愚泉散稿」 「행복어칼럼」 「네박자 꿍짝」 「오목교통신」 「휴먼일기」 「직딩일기」 「살며 사랑하며」 「살며 생각하며」 「너더리통신」 「신新너더리통신」 「우천의 생활속 이야기」 「사랑일기」 등이 그것이다.

 

글이 있어서만큼은 지난 17년간 행복했다. 잘 쓰든 못쓰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삶과 생활의 진정성眞情性, 자신에 대한 성실誠實과 노력,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글에 배어 있다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게 마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그저 자판을 두들기만 했던 숱한 날의 새벽, 유일하게 나의 자존自存과 자존감自尊感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가 전부였다. 친구나 지인 아니면 미지의 남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행복幸福의 여부與否는 순전히 ‘나의 문제’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남은 제2막의 행진도 계속 될 터이지만, 이쯤에서 글뭉치를 정리하는 것이 어쩐지 예감은 좋지 않다. 엉뚱한 일 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허나, 설마 나쁜 일이야 생기려고? 흐흐. 이제부터 쓰는 글은 온전한 '나의 일기日記'이다. 제목 <우천일록愚泉日錄>. 내가 죽어서나 나의 아내와 아들들이 읽어볼 것인가? 아니면 하찮은 종이쓰레기가 되겠지. 그래도 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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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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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포 장준상 | 작성시간 21.08.13 호랑이는 가죽, 우천은 일기를..
    허벌나게도 적었네.

    여러 일화중 ^또 삼촌^ ^막내 아들 가출^ ^세심비^ 등 생생하게 기억나는구나.

    느낌이 있는 글! 아주 좋아요.

    조만간, 우천일기가 나온다 하니 기대하면서
    100만자 축하드리옵나이다.
  • 작성자정영우 | 작성시간 21.08.13 삶의 스토리를 명주실 뽑듯이 엮은 글 출간을 축하하네
  • 작성자hungrywolf | 작성시간 21.08.26 Millions Club에 입당하심을 축하합니다!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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