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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샘레터 7/밈MEME]이어령의 유작遺作 『너 누구니』

작성자알록달록|작성시간22.06.13|조회수598 목록 댓글 1

[찬샘레터 7/밈MEME]이어령의 유작遺作 『너 누구니』

 

 

 

이어령 선생의 첫 번째 유작 『한국인 이야기-너 누구니』(파람북 2022년 3월 23일 1쇄 발행, 325쪽, 18000원)를 최근 열흘에 걸쳐 정독, 통독했다. 그분의 저서는 늘 그랬지만, 이 책은 더욱 더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1권 『너는 어디에서 왔니』도 그랬지만 말이다https://cafe.daum.net/jrsix/h8dk/1152. 우리가 밥을 먹을 때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젓가락’하나만을 가지고 풀어내는 한중일, 아니 지구촌까지 확장하여 풀어내는 문화유전자(MEME, 밈) 이야기가 흥미진진, 자꾸 읽지도 않은 뒷장까지 떠들어보게 만들 정도였다. 어쩌면 이런 석학이 있을까? 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신의 마지막 야심작 <한국인 이야기> 열 권을 마무리하려고 집필을 계속했다는 이어령 박사는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자 박물관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도서관을 잃은 것이다. 그 열정의 배경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을까? 눈물나게 고마웠다.

 

문화유전자, 즉 밈은 생물학적 유전자(GENE)인 DNA와 달리, 태어나 학습 등으로 몸에 밴 ‘어떤 것’을 말한다. ‘젓가락질’은 늘 보고 해보는 등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젓가락질이 왜 중요하고, 못하면 안되는 것인지는 우리의 조상이 5000년도 더 전에 물려준 문화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젓가락질을 못하면 전통문화가 단절되는 것이다. 포크와 나이프에 익숙한 한국인은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닌 것이다. 젓가락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오래된 미래이며, 거기에 우리의 무수한 유전자 암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읽어보신 적이 있는가? “젓가락은 양陽이고 숟가락은 음陰이다. 건더기는 양, 국물은 음이다. 양으로 양을 집고 음으로 음을 뜨면서 음양이 조화를 이룬다”기상천외하게도 여기에서도 음양론陰陽論이 등장한다. 숟가락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쓰지 않고 우리 민족만 쓴다. 그러기에 우리는 ‘수저’를 한 세트로 쓴다.

 

젓가락을 알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는 이박사 특유의 젓가락 예찬론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시는 말씀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든다. 젓가락은 우리의 가락을 맞추는 생명의 리듬이며, 짝을 이루는 조화의 문화이자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의 디자인 원형이라고 한다. 또한 젓가락은 음식과 인간의 인터페이스이며 하드웨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젓가락질은 소프트웨어이다. 자, 우리 젓가락을 사랑해보자. 밥을 먹으며 자신이 젓가락질을 하는 것을 감상해보자. 어떻게 하더라? 아하. 내가 몇 살 때부터 이렇게 젓가락질을 했을까? 누구에게 배웠을까? 되뇌어보자. 신기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하고 180% 다르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러니 이박사가 숨을 거두면서까지 우리에게 남겨주고 싶어 안절부절못하신 이 책을 읽어보자. 어찌 고마운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해마다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 분이 있는가? 혹자는 ‘빼빼로 데이’라는 ‘천박하게’ 기억할지 모르지만, 이날이야말로 ‘세계 젓가락의 날’임을 알아야 한다. 2015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에서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젓가락의 날’을 선포하며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을 아시는가? 당시 이박사는 동아시아문화도시 명예위원장으로, 이 행사의 아이디어 등을 주관했다. 당연히 젓가락에 관한 국제 학술세미나도 열려 많은 연구발표가 있었다. 한중일 3국은 문화, 과학, 산업과 연관된 젓가락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하고 공통의 젓가락 문화유전자를 확인하며 ‘젓가락 문화’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젓가락과 젓가락질에 눈을 뜬 것은 우리나라, 우리가 먼저 아니고, 서양이 먼저였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그들이 젓가락질을 왜 체계적으로 배우는 걸까? 전세계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는 인구와 민족이 3분의 1, 젓가락으로 하는 민족이 3분의 1, 나나머지 40%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등 손으로 한다고 한다. 식품와 민족의 특성이 달라 그러겠지만, 젓가락문화의 과학성에 눈을 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지만, 우리는 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한민족 특유의 문화유전자가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하는 것을 보며 자랐기에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젓가락질이 아닌가. 이박사는 ‘ICT(정보통신기술) 젓가락’이 상용화商用化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장담한다. 젓가락질을 하며 젓가락에 당사자의 혈압, 혈당, 고지혈 등의 수치를 바로 알 수 있는 젓가락말이다. 실제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먹으려는 음식의 유질油質과 산도, 온도, 염도 등 4가지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어떤 음식이 암을 일으키는지 빅데이터도 만들 수 있다.

 

젓가락과 젓가락문화에 대한 모든 것이 망라된 책, 현란하기까지 하다. 세계의 석학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일단 재밌다. 유익하다.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전자인 젓가락질에 대해 알아보자.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의 아들 손자들에게 젓가락질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젓가락질을 못하는 것은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자. 한국의 젓가락문화가 세계평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 양쪽의 환경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길이가 3척3촌(1m) 되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것까지도 같은데, 사용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지옥에서는 그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자기 입으로 넣으려고만 하니, 도저히 입에 넣을 수 없어 바짝 굶어 죽어가는데 비해, 천국에서는 그 긴 젓가락으로 상대방 입에 넣어주면서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같이 더불어 나눠가면서, 먹여주면서 사는 것이 천국이라는 이 예화가 어찌 재밌지 아니한가.

 

어찌 됐든, 이박사의 유작이 계속 나올 것이라하니 기대가 자못 크다. 세 번째 저서의 이름은 너 어떻게 살래이고 네 번째 저서의 이름은 너 어디로 가니라 한다. 한평생을 살면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대체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 어디로 가는 지만큼은 알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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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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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포 장준상 | 작성시간 22.06.13 젓가락 예찬론!

    이어령 애제자 우천님의 글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젓가락 양이고, 숟가락 음이다.
    의미 심장한 해석에 깜짝 놀랍니다.

    홍보위원님 우천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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