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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시평 22] ‘정경심 시인’의 옥중시 모음

작성자알록달록|작성시간23.12.21|조회수435 목록 댓글 0

[고독시평 22] 정경심 시인의 옥중시 모음

 

 

 

 

멸문지화滅門之禍는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몰랐다. ‘조국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찌 그의 아내, , 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았으리오. 무도한 검찰에 의해 그의 딸과 아들, 동생 등이 샅샅이 털렸다. 엄마는 어느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딸의 진학에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으로 그 대학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던가.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과 언론은 무슨 대역죄라도 지은 듯, 한집안 전체를 싸잡아 광분했다. 그들의 잘못과 죄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른다. 일개 검사의 개인적인 집요한 보복이라고도 하지 않겠다. 다만,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만큼은 뚜렷하다.

 

아무튼, 그녀는 1,152일 동안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모진 고통과 시련을 견뎌냈다. 그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20231127일 도서출판 보리 펴냄, 263, 17000)라는 제목의 옥중 글모음집을 펴냈다. 책에 밀봉된 엽서 5장에는 5편의 시가 쓰여 있었는데, 그중의 한 편 <결국, 사람이다>에는 그가 책을 펴낸 이유를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문을 싣는다.

 

<죽음의 길을 가지 않은 것은/사람 때문이다/결코 그 길을 가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던/그가 버티고 있었고/나를 그 길로 보내버릴 수 있었던 아이들이/집요하게 내 죽음의 멱살을 붙잡고 싸워 주었다/자신도 버티기 힘든 각자의 무게 위에 서로의 무게까지/우리는 어깨와 어깨를 맞대어/무게를 떠안고 분산시켰다/그리고 그곳에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이 어깨를/들이밀고 우리의 어깨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주었다/우리를 지탱시킨 것은 우리를 살린 것은/결국, 사람이다.>

 

조국사태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이 시만 봐도 확연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네 번 바뀌는 세월, 그는 수없는 절망과 희망을 껴안은 채 성찰과 깨달음을 짧은 글로 읊었다. 그것은 170여편 편편이 시였다. 그는 그 속에서 어엿한 시인이 된 것이다. ‘깊은 절망과 더 높은 희망이라는 책의 부제를 보라. 그는 고백한다. 그를 살린 것은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남편에 대한 사랑시도 있다. <여보/오늘 밤은 각자의 슬픔을/슬퍼합시다/내 슬픔이 너무 커서/당신 슬픔도 너무 클 것을 알기에/오늘 밤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당신도 슬픔에 겨워 어쩔 줄 모를 테니까요//여보/우리가 오늘 밤/큰 슬픔을 슬퍼하며/홀로이 그 슬픔을 이겨냈음을/잊지 맙시다/당신과 나보다 더 큰 아픈 마음이/오늘 밤엔 없었음을 기억합시다.> 세상에는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도 있는 것을. <주홍글씨를 달고/날아오는 화살을 맞으며/온 동네의 북이 되어도/이 길을 걸어가겠다>는 각오도 다진다. 1평도 채 안되는 감옥은 역시 마음공부하기엔 최적인 듯하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시련에서도 삶을 리셋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긍정의 아이콘이 되려는가? 결국은 사람때문에 살아 돌아와잘된 일이다. 그저 조용히 그의 책 한 권을 사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조국을 전혀 모르던 어느 시인이 썼던 시가 생각난다. https://cafe.daum.net/jrsix/h8dk/1082

조국은 시인을 수소문해 소주 한 잔을 사드렸다던가. 이유야 모르겠으나, 일개 재담꾼으로 전락한 진중권은 입을 다물라. 그가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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