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Ⅲ-18]내 생애 최고의 여행
나의 칠순을 기념하여 ‘완전체 가족’ 여행을 7박 8일 동안 다녀왔다(6월 6-14일). 완전체 가족이라 함은 핵가족 전체 구성원을 일컫는데, 나의 경우는 아내를 위시하여 두 아들네와 손자 7명을 이름한다고 아들이 알려줬다. 이런 여행을 해본 것이 ‘첫 경험’이기에 사뭇 기대가 됐다. 마침 둘째아들네가 호주의 골드코스트에 정착해 있으므로,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빛의 축제’(VIVID FESTIVAL.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가 온통 현란한 빛으로 밤하늘을 수놓는다)와 인근 세계적인 관광지 ‘블루 마운틴’를 보는 등 4박을 한 후 아들집에서 3박을 하자고 했다. 큰아들은 일주일 휴가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에 초교 4학년 손자는 체험학습 대체 명목이어서 차라리 쉽다 했다. 각자의 지칭(아버지, 어머니, 큰아들, 큰며느리, 작은 아들, 작은 며느리, 손자 1호, 곧 태어날 손주 2호)을 새긴 T셔츠을 입고 앞뒤로 찍는 인증샷은 필수.
호주야 몇 번 가봤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두 아들네가 기획한 특별한 여행. 관광이 즐거운 것이 아니고, 두 아들네와 꼬박 8일 동안 같이 있다는 게, 참으로 오랜만에 ‘부자’(富者)가 되고, 행복이 충만한 것을 느낀 것이었다. 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겪어봐 나의 이런 심정을 십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터. 게다가 ‘할아버지’를 연발하며 따르는 열 살 손자와 함께라니,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 일주일내내 배가 고픈 줄은 몰랐던 까닭이다. 그 좋아하던 술을 한잔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은 참으로 암담했으나 어찌할 것인가. 가족에게 '건강상 민폐'를 끼칠 우려가 크다는데, 50년만에 단주(斷酒) 금주(禁酒)를 선언했으니. 그것도 괜찮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녁 식사후 두 아들과의 ‘삼부자’(三父子) 대화. 41살, 38살 형과 동생이 마음을 터놓고 우정(友情)을 비롯한 인생관, 가치관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 후 70살 나의 의견을 묻는 형식의 시간을 갖고, 다음날 아침에는 형제(아내와 며느리도 동참)가 나란히 세계적인 식물원(Botanic Garden)과 '골코'(골드코스트)의 호수를 끼고 조깅을 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이런 여행은 간혹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둘째 아들은 2015년 유학생 부부로 시작하여 10년만에 목표로 한 ‘모든 것’(자유자재 영어의 소통, 영주권 획득, 대학병원 취직, 전원주택 구입 등)을 다 이룬 셈이다. 그런데 향수병(鄕愁病.Homesickness)이라는 '복병'(伏兵)에 시달리고 있을 줄이야. 워낙 마음결이 고운 녀석이기에 짐작은 하고 있어서도 그토록 심할 줄은 몰랐다. 전문용어로 ‘번아웃 증후군’(Bun-out Syndrome)이라고 한다던가. 그조차 아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생각하면 마음이 늘 짜안하고 아프다. 큰아들은 은행원이 된 지 벌써 15년이 다 돼 가며, 나름 제 갈 길을 찾고 있으니 그래도 마음이 놓이는 편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장남과 차남의 성격이 ‘위상(위치)’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자기 일의 고충 등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장남과 제 길을 잘 개척해 나가면서 엄마에게 시도때도없이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는 등 ‘없는 딸’ 노릇을 하는 차남. 나로선 둘 다 기특하지만, 아내는 엄마로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같다. 게다가 며느리도 둘이니. 그 관계 조정도 고스란히 아내의 몫이 될 수밖에. 여느 가정이나 거의 다 비슷할 터이나, 그 사이에서 나의 행복은 순전히 아내의 덕분임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옛 사람들이 결혼 25주년, 50주년 등 ‘꺾어지는 해’를 기념하는 것이나 부모의 환갑, 고희, 팔순, 회혼, 장례 등을 챙겼던 까닭도, 전체 가족이 한번쯤 제대로 모여 살면서 겪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욱 돈독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초(超)정보사회로 치달아 그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현대에 ‘가족’의 의미를 되뇌이게 하는 이런 기념여행은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하는 게 좋겠다는 게, 이번 가족여행을 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나막신 장사와 우산장사를 하는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늘 두 아들에게 신경을 쓰는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을 터. 별도로 고맙다는 생각은 필수(必需). 당연히 내 생애 최고의 여행. 두 아들과 나눈 진지한 우정론은 차후 상술(詳術)할 예정. 기대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