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머리에 칩을 심을까?… 기술 유용성 만큼 수용성 따져봐야
조선일보. 2026. 6. 12. 여상은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여상은의 '경영 방정식'
천재 의사가 뇌 이식 수술을 감행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 드라마가 최근 방영됐다. 사고로 뇌가 크게 손상된 환자를 두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의사의 모습은 사실 의학 드라마보다 판타지에 가까웠지만, 드라마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뇌인가, 아니면 몸인가.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을 건드릴 때,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을까.
현재의 뇌 과학 기술은 뇌를 통째로 바꾸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간의 뇌에 전극이나 칩을 삽입해 외부장치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은 어느 정도 산업 영역에 들어와 있다.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도록 돕는 이 기술은 뇌성마비, 루게릭병, 척수손상 등 선천적·후천적인 이유로 신체 기능을 잃은 사람들의 자율성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비롯한 신경기술 기업에 벤처투자가 몰리는 것도 이런 기대 때문이다.
생각만으로 기기 조작 BCI 기술
실제 수요와 연결되는지 지켜봐야
시장은 사람마음을 얻어야 열려
경영의 관점에서는 “이 기술이 구현 가능한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이 기술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투자를 논할 때 흔히 환자 수와 질환 통계를 따져본다. 뇌졸중, 파시각장애 인구까지 포함하면 킨슨병, 전 세계적으로 BCI 기술에 대한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필요성이 실제 수요로 연결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장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사람의 수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의 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텍사스테크대학의 프레드 데이비스 교수가 1989년 제시한 '기술수용모형'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나 기술을 받아들일 때 두 가지 인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지각된 유용성 (perceived usefulness)'으로 이 기술이 나의 업무를 개선해 줄 것으로 믿는 정도이다. 두 번째는 '지각된 용이성 (perceived ease of use)'으로 내가 이..기술을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BCI는 이 두 가지 인식 기준에서 독특한 측면이 있다. 먼저, 유용성은 꽤뚜렷하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가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삶을 회복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용이성은 조금 까다롭다. 보청기나 스마트워치처럼 외부에 착용하는 기기와 달리, BCI 기술은 뇌 안에 이물질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기기의 고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수술에 대한 부담감과 장기적인 안전성, 나아가 개인정보나 데이터 보호문제 등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술의 수용은 개인의 편리함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성능과 효과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가족의 동의, 보험 적용 여부, 규제 당국의 승인 및 사회적 인식까지 많은 영역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이나 AI 도입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경영진은 유용한 기술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기술이 내 업무를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편리한 시스템도 사용자가 심리적 비용을 크게 느끼면 도입이 느려진다. 기술 자체의 실패처럼 보이는 많은 사례가 사실은 수용성 설계의 실패일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뇌가 바뀌면 다른 사람되는 것인가를 물었다면, 혁신적인 이 기술은 사람들이 어디까지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뛰어난 성능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효용, 감당가능한 위험,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술은 가능성을 만들지만 시장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만큼 열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