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 사람이오 (1605)
카라바조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는 광포한 성격으로 폭행과 살인, 도피와 체포의 삶을 일삼았던 비운의 화가다.
그는 <로레토의 마돈나>에서 미모의 여인 레나를 마돈나의 모델로 그렸다.
레나는 파스콰로네와 약혼한 상태였다.
파스콰로네는 자기의 약혼녀가 카라바조의 화실에 자주 출입하는 것을 문제 삼아 로마 당국에 고소했다.
카라바조는 파스콰로네에 대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그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1604년에 제노바로 도피한다.
제노바의 몬시뇰 마시모 마시미는 도피자 신분으로 전락한 카라바조에게
두 달 안에 작품을 완성해달라고 요청하고,
1605년에 그린 작품이 바로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이다.
이 그림은 요한복음 19장 1~5절의 말씀을 소재로 그렸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하게 하였다.
군사들은 그분 머리에 가시관을 얹었고 자주색 겉옷을 둘러 걸치게 하였다.
빌라도가 다시 밖으로 나와 말했다.
“보시오, 내가 저 사람을 여러분 앞으로 데리고 나오겠소.
내가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라는 것이오.”(요한 19,4)
이윽고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오시니 빌라도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이 사람이오.”(요한 19,5)
체포와 석방을 거듭하던 카라바조는 이 작품에서 빌라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17세기 이탈리아 귀족의 복장을 하고 예수님을 가리키며,
“자, 이 사람이오.”하고 말한다.
그는 자기의 모습이 바로 예수님의 모습임을 어필하고 있다.
자기도 예수님처럼 무죄한 사람임을 항변하는 것이다.
죄 없이 고통당하는 예수님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변명하지 않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기 무죄를 선포하는 것이다.
자신을 고소한 파스콰로네에게 그 억울함을 알리는 것이다.
그도 빌라도처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보시오. 당신이 아무 죄목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될 것이오.”
그는 빌라도처럼 관람객들을 향해 의심하는 당신들이 더 문제라는 듯이
죄 없이 고통당하는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예수님은 아무 말 없이 고뇌와 슬픔을 삼키고 있다.
그분은 비록 가시관을 쓰고 자주색 겉옷을 둘러 걸치고
부러진 갈대 나뭇가지만을 들고 있지만 그분의 광채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분만이 참된 임금이며 최후의 승리자이기 때문이다.
[출처] 자, 이 사람이오 (1605) - 카라바조|작성자 말씀과 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