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녀 자퇴 사건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보다는 여전히 계급이 굳건함을 느꼈다.
고대녀의 자퇴가 이슈화될 수 있었던 것은
고려대학교의 재학생이었기 때문이고,
저기 어디 지방잡대의 학생이 대자보에 그런 글을 썼다면,
이슈화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
다수의 사람들이 비웃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도 한다.
고려대학교에 그동안 다녔던 등록금은 누가 내주었으며,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학원비와 경제적 여건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을까?
그녀의 선택이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기득권인 그녀가 자신이 지닌 기득권을 팽겨쳤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그녀의 결정 ... 그녀의 고민.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정말로 돈이 없어서 밥을 굶어 보지 못한 사람의 딱 그만큼의 고민일 것이다.
물론 나는 고대녀를 비하하거나,
젊은 것이 어디 감히 ...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감히 나 따위의 루져가 그녀를 평가하는 것도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고,
타인의 선택 ... 그것도 그의 인생이 달린 문제를 ... 내 기준으로 깍아내리는 짓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화를 내고 있는 상대는 고대녀가 아니라 이 세상이다.
고려대학교 학생이 기득권을 버리고 이 사회에 냉소를 뱉고 ...
무한경쟁의 선두주자 자리를 포기했다는 그 소식 ...
거기에 몰리는 관심들이 ... 너무나 비열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와 같은 생각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대학을 자퇴한 무수히 많은 루져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빽도 없는 집안의 평범한 인간들이라 ... 그들의 고민이 개인의 것으로 끝나버렸지만,
고대녀의 결정은 순전히 고려대학교라는 또 다른 계급이 이슈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고려대학교 학생이었기에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씨부랄 ...
결국에는 한 인간의 순수한 용기와 결단이라는 것도,
빽도 있고 직함도 있어야 존중받는 것이고,
그럴 수 없는 약자들의 선택은 그냥 병신짓으로 ...
나약한 패자의 변명으로 ...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 손가락질 받기 싫으면 무조건 세상 위로 올라서야 한다는
그 말이 되지 않는가?
내가 송상호란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가 학식이 높아서가 아니라,
빽도 없고 밑고 끝도 없는 루져남이 ... 정말로 타인을 돕는 그런 실천을
29년을 살면서 딱 그 하나 보았기에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 쌍놈의 새끼가 개백정이 직업일 지라도 ...
사서삼경을 읽는 그러한 고아함과 단아함을 그의 삶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기실,
내가 쌍놈의 새끼이기 때문이다.
변방에서 ... 이름 없는 꽃으로 ... 무엇을 하든지 말든지 ... 언제나 비주류로 ...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목사들 중에서 내가 사람처럼 여겨주는 목사님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겉으로 웃을 뿐이지만,
좆까고 있네 ... 속으로는 비웃고 있다.
송상호 목사님이 선택한 안성의 이름 없는 그 소녀의 사연을 떠올려 본다.
그녀 역시 태생이 루져.
땅그지인 내가 내 수준에서 10만 원을 선뜻 ... 그녀에게 건넨 이유는,
물론 결과적으로 내 도움은 있으나 없으나 그게 그거였다.
그래서 20만원, 30만원 .. 그만큼 건네줄 수 없는 가난한 자신이 너무 죄스러웠다.
내가 그녀에게 그런 있으나 마나한 도움을 건넨 이유는,
그녀의 가정사가 나만큼이나 복잡했었고 ...
그녀의 친오빠가 나와 같은 정신병 환자였기 때문이다.
무슨 뜻이냐면 ... 콩 심은 곳에는 콩이 나고, 팥 심은 곳에는 팥이 난다고 ...
행복해질 수가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훌륭한 인재는,
그 재능을 빛을 보지 못하고 ...
어두운 곳으로 끌려 내려간다는 것을,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끌려 내려갔던 비자발적인 패배자이기에,
더욱 더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 누군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만날 일도 없겠지만 ... 한 사람만이라도,
제대로 크고, 제대로 성장해서, 제대로 빛을 보고 행복한 인생을 살도록,
그러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비록 내 인생은 그렇게 꽃을 피우지 못했을지라도,
송상호라는 능력은 없지만 인격은 정말 훌륭한 어른을 빽으로 잡은 그녀는,
그녀의 아비, 어미가 그 윗 세대도 마찬가지인 ...
그런 굴레를 벗어나서,
신분상승을 이루었으면 정말로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이를 테면 ... 오직 너 하나의 행복이 ... 이 우주의 행복이니라.
니 인생 잘되고, 오로지 당신이 행복한 것이,
온 세상 루져들에게도 빛이 되니라 ...
이런 뜻인 것이다.
대학이라는 자격증.
대학이라는 구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인맥 네트워크와 지식 ...
재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배경 ... ...
고대 자퇴녀에게 그런 태생이 패배자인 사람들의 절실함이 있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눈물에 피는 섞이지 않지만,
피눈물 나는 가난과 무시와 가슴에 쌓인 분노와 한 ...
그런 것을 ...
그녀가 1분 1초라도 겪어 보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고대녀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루져로서의 삐뚤어진 욕망이라는 생각이다.
그녀는 그냥 갑갑한 이 세상이 너무나 싫어서,
자발적으로 패배자가 되겠다고 뛰쳐 나온 것이고,
그것이 그녀의 선택이라면 .. 존중해야 할 것이고,
그 선택에 빛과 어둠으로 구분될 장담점이 있다면,
그 역시 그녀의 몫인 것이라 ... 나 따위가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이 없는 셈이지.
하지만, 88만 원 세대의 담론을 소화할 수 있는 자들이
최소한의 지성은 갖춘 잠재적 엘리트들이라면,
그런 게 뭔지도 모르고 ... 좆 빠지게 일만 하는 ... 진짜 무식한 놈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가?
나는 그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무식하고 싶어서 무식했겠는가?
부모가 무식하고 가난하니 그 자식도 무식하고 똑같이 가난해지는 것이지 ...
친구 형제 선후배 죄다 무식하고 가난하니
88만 원 세대인지, 20대 비정규직인지, 그게 어디 귀로 흘러 들어왔겠는가?
그 말이다.
뭘 누가 떠들고 그런 것을 접할 기회가 있어야 말이지.
결국 그런 것을 떠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사회가 인정한 라이센스를 움켜지고,
자발적으로 패배자들의 둥지로 들어서는 사람 뿐이다.
왜냐하면 똑똑한 놈들은 세상을 걱정하면서도,
똑똑한 놈들끼리만 어울릴 뿐이고,
정말로 자기 삶은 거지들의 소굴로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녀는 이제부터 평생을 두고서 ... 경쟁에서 밀려난 인생들의 말로가 무엇이 되는지 ...
자기 삶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슈화된 그녀.
고려대학교에 다녔었다는 사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사람들의 담론의 중심이 되고 ...
이 자체가 또 다른 권력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래서 정말로 밑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굴러다니는 자들의 심정이 무엇인지는
느껴볼 새가 없겠지만 ...
그래도 말이다.
조금은 느끼겠지.
그러나 지성과 인맥이라는 무형의 자본을 갖춘 고대녀가
그들만의 리그를 포기했다고 해서 ... 정말로 자발적인 패배자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없이 사는 자들의 고통이라는 것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그래 미안하다.
삐뚤어진 심성의 글쓴이가 솔직히 말해야겠다.
없는 놈의 삐딱한 있는 사람 흠집내기라고 솔직히 말해야겠다.
고대녀의 결정을 영웅시하는 세상의 머저리들이 싫다.
풍파에 휩싸이는 쌍놈의 자식들 ... 진짜 88만 원 세대가 아닌,
고대 경영대생이던 김xx라는 먹고 살만한 사람의 돈지랄로 여겨진다.
세상과의 정면승부라고 김xx양이 생각했을 수는 있지만,
그 싸움은 그녀가 속한 메이져리그에서의 작은 싸움일 뿐이고,
그녀의 고민과 사색의 시간들은 ...
어둠의 자식들에게는 이미 사치다.
고대 자퇴녀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아주아주 솔직하게는 이 사회의 소외된 계급으로써,
주 5일 야간 알바 10시간을 일해서 한 달에 94만 7천 원 받고,
과외 나가서 36만 원 벌어오는 ...
가정폭력으로 정신병 군면제에 정신병자 세월 7년을 보내고,
매달 생계걱정과 푼 돈 모으기에 혈안이 된 ... 패배자의 넋두리 비슷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고대 자퇴녀의 행위를 영웅시하는 인간들이 머저리로 보이고,
그보다는 송상호 목사님이 챙겨준 ...
이름없는 안성의 그 소녀가 신분상승을 이루고,
그녀가 가진 가수라는 꿈이 꽃피우기를 ... 더욱 더 진실되게 바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 혹시라도 내게 와줄 .. 경제적 기회를 포기하고,
내가 얻은 지식과 목사 라이센스라는 기회로,
훗날에 나 같은 쌍놈의 새끼들에게 나누어주어 ...
능력이 없어서 많은 이를 돕지 못해도,
한 놈이라도 제대로 도와서 뜨신 밥을 먹게 해주자는 목표를 가진 사람으로써,
정말로 이 세상의 약육강식에 대항하고 싶었다면,
고대녀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었어야 ...
그 자리에 있는 인물로, 그 삶의 자리가 빛났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너와 내가 남 다른 의식이 있을 지라도,
너는 우리가 있는 패배자들의 둥지로 찾아오지 못할 것이며,
우리는 네가 있는 상류사회의 품에 들지 못할 것이다.
세상과 싸우되, 너의 전쟁터가 있을 것이며,
우리가 싸울 전장이 따로 있을 것이다.
고대 자퇴녀라는 이슈보다는 길고 길게 ... 너의 삶의 자리에서,
배운 사람으로 .. 너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투쟁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게 정말로 ...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될 테니까.
내가 지금까지 하는 소리 그냥 개소리다.
이런 말은 그냥 내 개인적인 넋두리고 ... 내가 바라는 종류의 세상 흔들기 ...
그런 욕망을 ... 많이 배운 고대 자퇴녀에게 바라는 것도 ... 부질없는 욕심일 뿐이다.
그냥 세상이, 세상 사람들이,
이슈화된 개인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피지 못할 위기에 처한 이름 없는 꽃들에게 시선이 돌려졌으면
그냥 그 생각을 한다.
고대 자퇴녀의 결의에 찬 선언이,
그 선언을 실제로 해야만 했을 ... 무식한 자들이 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배 부르고 등 따신 그녀가 했던 그 말에 나는 심정적으로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 말을 진정 해야 했을 계급들은 무식하고 먹고 살기 바빠서 벙어리요,
누가 일깨워주질 않았으니 내내 벙어리요,
소외당한 이들은 무식해서 언어가 없고,
그다지 소외당하지 않은 젊은 지식인의 외침은 이슈화되는 이 세상이 너무 원통하다.
내가 능력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에게 바라지 말고 자기가 직접 하면 될 텐데 ...
꼭 조선시대 노비가 자기는 글을 읽을 줄을 몰라서 ... 전전긍긍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나만이 들어설 수 있는 전장에 서도록,
그냥 내 주제에 맞게 나를 담금질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송상호 목사님이 챙겨 준 가수가 꿈인 그녀의 인생이 정말로 행복해지도록 ...
다음 학기 등록금 부족하면 ...
티는 안나더라도 ... 10만 원이라도 더 보태면 되리라 본다.
아니다.
인간적으로 너무 짜다.
이번에 보내게 되면 15만 원은 보내야지.
근데 내가 쓰고도 이게 뭔 소리를 하고 싶었던 걸까?
내 자랑질이냐? 송상호 목사님 띄우기냐?
가수가 꿈인 그녀 옹호론이냐? 고대 자퇴녀 씹기냐?
세상 원망이냐? 술주정이냐?
이래서 술 먹고 글 쓰면 안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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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함북 작성시간 10.03.26 ㅋㅋ 맞아요 술먹고 글 쓰면 아니되어요. 왜 잘 계시는 일해님은 루저남에 백정으로 맹그시고..ㅋㅋ. 최승현님의 심정 십분이해합니다. 김예슬이가 목소리를 낸 이유도 결국은 최승현님과 같은 눈으로 사회를 바라봤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차차 살아가면서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피부로 느껴가리라고 봅니다. 나는 그저 왕쥐놈이 죽도록 미울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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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초민 작성시간 10.03.26 연.고대 나 서울대 졸업했다고 다 잘 되는것 아니고 오히려 그런것(학벌) 땜시 더 힘들고 괴로운 사람도 있으이~~사람은 저마다 사는 것인데 어디 기준이 있을까? 그저 재수 없는놈이 무대위에서 까부잡거리면 김 새는 것이지..ㅎㅎ고대 무슨과인지는 모르지만 오죽 띨 했으면 지 앞가림이 안보여서 저 혼자 살아온것 처럼 독단이냐.? 인생이 그리 단거리에 결판 나는것이면 아주 쿨~하겠지만,.끝으로 해주고픈 말~ 참, 안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