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외로움.

작성자최승현|작성시간13.01.26|조회수43 목록 댓글 0

 

1.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집니다.

겁이 많아진다는 건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그만큼 신중해지고 지혜로워진다는 뜻도 되니까요.

다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진행할 때 추진력은 떨어질 수 있겠지요.

 

제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영등포 가게가 어찌될지, 어느 정도 수익이 나올지, 밤잠을 못자고 불안해하셔서,

그것도 어머니랑 두 분이서 불안해하셔서,

 

제가 영등포로 가고, 아버지가 구리에 남기로 했습니다.

 

2.

 

생각은 많을 수록 좋지만 ...

때로는 무식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유리하기도 하다고 믿습니다.

 

피자가게가 두 개가 되면,

우리 가족 네 사람이 모두 살게 됩니다.

 

한 곳의 가게에서 부모님의 노후가 해결될 것이고,

반백수인 제 동생이 그 가게를 물려받으면 될 것이고,

 

부모님이 나중에 폐지 주우러다니거나 남동생이 노숙인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부자는 될 수 없지만 먹고는 살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의 가게는 제 생활의 근거가 됩니다.

평생 이 가게 하나만 할 생각은 없지만 ... 뭘하든 종자돈은 필요하기에,

더 이상 아무에게도 구조조정당하지 않아도 되는 매우 안전한 밥그릇이 생깁니다.

 

올해는 큰 욕심없이 2760만원만 갚으면 됩니다.

더 정확히는 760만원은 부모님이 해결하고 저는 2000만원을 해결하면 됩니다.

더 잘하면 더 좋을 테지만 ... 이것만 해결해도 우리 가족 네 사람은 살게 됩니다.

 

최악의 최악의 상황이 만약 혹시라도 닥치더라도,

제가 할 일은 월 200씩 10개월동안 줘야 할 권리금 주고,

아르바이트 학생들 인건비만 해결해도,

설사 저축할 여건이 안되더라도 ... 차비와 담배값과 약간의 용돈과 부가세, 가게운영비 정도만 확보하면,

이 정도만 방어해내도 올해 지나면 완전히 가게 두 곳이 우리 것이 됩니다.

 

이게 핵심이죠.

그리고 이게 돌파구죠.

그러니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집안에서 가장 큰 결정을 제가 내리는 이유는,

우리집이 아무것도 없는 집안이라서 정말 없이 살기에,

또 부모님 연세를 감안하면 이후로부터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서,

당연히 불안하고, 당연히 두렵고,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행정적인 일처리나 장사수완에서는 부모님이 요식업에서 전문가일 수 있지만,

세월 흘러가면 사람이 약해지는 건 당연한 거고,

또 워낙 아무것도 없기에 ... 두 분이 중요한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상황마다 우리집 사정에서는 이게 최선이다 싶은 걸 제가 결정하고 그 뒤는 그냥 밀고가는 가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우리 가족 네 사람이 모두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3.

 

올해 32살은 이렇게 보내고 ...

33살부터는 ... 여전히 시간적 여유는 없어도 금전적 여유는 생기겠죠.

아무리 최악을 가정해도 연봉3천 이하로 수입이 떨어질리가 없고 ...

조금만 잘되서 유지해나가면 무난하게 연봉4-5천이 평생 보장되니까 ...

 

세월 지나면 당연히 수중에 돈이 생깁니다.

 

아마 33살에도 비슷한 인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는 최단기간으로 3-4천 모으고 7-8천 대출받아서,

어디 빌라 전세라도 들어가겠죠.

 

아마 그러고나서도 2-3년은 전세대출금 때문에 지금과 비슷하게 살아갈 겁니다.

 

35살? 36살?

 

이때부터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는 자영업과 전세집이 확보되니,

이 나이때부터 무언가 활동을 하려고해도 할 여력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제 꿈은 두 가지 뿐이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 두 가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처자식에게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훌륭한 유부남이 되는 것,

내 아내가 행복하게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내 자식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목사 자격증을 따서 보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

 

저는 유신론자이지만 그렇다고 신에게 기도해서 무언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세상은 뭐니 뭐니해도 머니가 최고고, 그게 자본주의의 시스템이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고자 한들 나를 담고 있는 자본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국 힘이 모든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이란 곧 돈,

힘이 모든 것의 전부는 될 수 없지만 상당부분은 분명히 차지합니다.

좋은 일 ... 착한 일 ... 선한 일 ... 돈 없이 생명력을 갖기 힘들고 영속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허병섭 목사님의 경우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서도,

성인군자나 위인으로 불릴 수 있을 수준의 목회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시는 날까지 따님들과 화해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돈만 있다고 해서 좋은 일을 하고 살고,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서 후세대에 물려주고,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지만 ... 그렇다고 돈 없이 꿈만 가지고 무언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무언가에 해당하는 희생은 제게 떠벌린 꿈에 종속된 다른 이들이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목사님들이 그런 사람들 많은데,

난 목사고, 난 희생을 많이 했고, 난 영웅스러운 사람이니까,

내 밥값 안 낼 테니까 니들이 내 밥값 내주고,

난 선생 자격있으니 나 혼자 종일 떠들테니까 너희는 그냥 듣고만 있고,

좋은 일을 위해서 영업하러 돈많은 사람들 쫒아가면서 돈 좀 내놔봐라 투자해라,

나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 많이 안다, 나 이런 놈이다 자랑질하고 영웅담 무협지 창작하고,

 

저는 그런 인생을 살 바에야,

차라리 평범한 직장인 유부남들이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광대같은 인생을 평균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축에도 들지 못하는 평균이하

 

4.

 

저는 제가 양파와 피망과 새송이버섯과 밀가루를 다듬고 만지면서,

자기 먹고 사는 일에만 열정을 쏟는 범부이자 상인에 불과하다는 것이 불만족스럽습니다.

 

이 열등감이 어느 정도인가하면 경우에 따라서 히스테리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가 원하는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면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자기 먹고 사는 일에만 열정을 쏟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가난하게 태어났기 때문이고 물려받을 유산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고,

제 자신이 누구와 결혼하게 되더라도 처자식이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꿈꾸며 사는 동네 청년? 동네 아저씨?

청년이 되었든 아저씨가 되었든 자기가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순간이 되면 자기 꿈을 이룰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앞으로 몇 년을 동네 아저씨로만 살아도 이대로 자기인생이 끝날 거라고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고민하는 문제는 제가 많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겁니다.

꼭 여자문제, 남녀 연애문제를 떠나서도 ... 사람 자체가 그리운 외로운 사람입니다.

온라인에서 자꾸 글을 써대는 것도 그만큼 현실에서 하루종일 일만 하느라 사람에 굶주려있는 겁니다.

자기가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계속 떠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해결책이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만나고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해야 시간을 낼 수 있을지 ...

다행히 영등포 피자가게는 둘째주 넷째주는 강제휴일이라서 저 다니던 벙커원교회는 출석 가능합니다.

조금만 장사가 되주면 토일 주말에 저 대신 아르바이트 학생들만 쓰면 개인시간을 충분히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인건비를 줄 능력이 될 것이냐? 자기 몸으로 때우고 인건비 따먹는 식으로 장사할 것이냐?

결국 이것도 어느 정도 가게매출이 나올 것이냐 ... 돈의 문제군요.

 

자영업하시는 분들 ... 대부분 저처럼 산다고 봅니다.

아무튼 열심히 살 거고, 잘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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