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토 디 본도네 Giotto di Bondone
[Italian Early Renaissance Painter, 1267-1337]
(그림33-3) Giotto,
[옥좌에 앉은 성모 마리아] The Madonna in Glory
Ognissanti Madonna (Madonna in Maestà)
c. 1310, Tempera on wood, 325 x 204 c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Early Italian Art
여명기의 이태리 미술
출처: 최승규 저 "서양미술사 100장면"
샤르트르와 랭스, 아미앵 같은 고딕 성당이 전성기를 맞고 있을 때 이태리의 루카와 시에나·피렌체 등의 도시에서는 르네상스 여명기의 훌륭한 사상가들과 미술가들을 배출했다. 시인 단테 Dante(1265~1321)는 피렌체에서 「신곡」을 쓰고, 화가 조토Giotto Bondone(1266~1337)는 파도바에서 프레스코 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단테는 돈놀이를 하다가 죽은 엔리로 스크로벤니 Enrico Scrovegni 가 지옥에서 신음하는 모습을 「신곡」에 썼지만, 조토는 아버지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그의 아들이 지어 바친 파도바의 아레나 채플 Arena Chapel(1305년)에다 감동적인 성서와 성자의 벽화를 그렸다.
조토는 아레나 채플의 프레스코에서 인간의 육체와 정서를 성서의 주제 속에 나타냈다. 즉 추상적이고 상징인 과거의 영상 대신 감동적이고 실제적인 삶을 다루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창조의 아름다움과 인간을 비롯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성 프란체스코(l181?~1226)의 깊은 영향 때문이었다. 성 프란체스코는 하나님의 사람되심을 특별히 주장했다. 그의 영향은 니콜라 피사노Nicola Pisano(1270년 사망) 조반니 피사노Giovanni Pisano(1245~1314), 치마부에Cimabue(1220~1302), 조토, 두치오Duccio의 그림에 큰 영향을 남겼다.
조토의 미술은 화가인 치마부에와 조각가인 니콜라 피사노와 같은, 한 세대전의 선배 예술가들이 닦아 놓은 인본주의의 토대에서 출발했다. 인본주의의 업적은 치마부에의 1290년 경 작품인 [십자가의 예수] (Crucifix)를 보면 알 수 있다. 치마부에 이전에 십자가의 예수는 눈을 뜨고 살아 있는 불멸의 예수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치마부에는 감긴 눈과 옆으로 기운 머리, 활처럼 처진 커다란 몸, 검게 상한 피부의 죽은 예수를 그렸다. 죽어 축 늘어진 예수의 모습은 십자가에서 겪은 그의 고난과 아픔을 상기시켜 주며, 측은함과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니콜라 피사노의 [피사 세례당의 설교 연단](그림 33-1, 2)도 이러한 인본주의를 강조한 작품이다. 건축 · 디자인 · 조각 설화 · 상징 등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피사노의 이 걸작은 기독교의 교리를 인간 이미지를 통해 알기 쉽고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설교단을 받치고 있는 기등 밑에는 부활을 상징하는 사자들이 있고, 기등 위에는 기독교의 미덕을 인물화한 절제 · 자선 투지 · 신앙을 선지자와 사도들이 들러리 서고 있다. 설교단 위쪽 패널에는 예수의 탄생과 십자가의 수난의 장면들이 카라라에서 채취한 흰 대리석에 비좁게 조각되어 있다.
(그림33-4)Cimabue,
1285-86, Tempera on panel, 385 x 223 c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조토는 여명기에 새로 떠오른 별이 었다. 단테가 [연옥편](XI 94~96)에서 언급하고있듯이 "치마부에가 한동안 그림 분야를 주름잡고 있다고 생각되었으나 이제는 조토가 그 명성을 가리게 되었다. " 조토의 [옥좌의 마돈나](Ognissamti Madomma)(그림33-3)와 치마부에의 [천사와 선지자들에 둘러싸인 마돈나](그림 33-4)를 비교해보면 조토의 재능을 이내 감지할 수 있다. 치마부에의 천사들은 같은 마룻바닥에 서 있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쌓아올린 것같이 어색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조토의 그림은 구도뿐만 아니라 색상의 조화와 인체감에서 치마부에보다 휠씬 탁월하다.
조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베네치아에서 약60km 떨어진 파도바의 아레나 채플의 벽화 장식(그림 33-5)이다. 조토는 부유한 한 시민의 집에 딸린 예배당을 프레스코기법으로 장식했다. 프레스코는 벽이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빨리 그려야하기 때문에그날 일할 수 있을 딴큼의 작업량을 벽에 조금씩 새로 바르고 마르기 전에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머리와 팔, 가슴만 그날 하루에 완성한다면 그 하루의 그림을 이태리 어로 조르나타(하루치)라고 부른다.
조토는 마리아의 부모 이야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기독교의 구원에 관한 38개의 극적인 사화를 주제로 선택했다. 남쪽과 북쪽 벽에 상하 세 줄로 나눠 윗줄에는 동정녀 마리아와 그의 앙친인 여호아킴Joachim과 안나Anna의 이야기, 중간에는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명, 그리고 맨 아랫줄에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못 박힘, 부활에 대한 생생한 장면들을 그렸다. 그리고 입구의 벽 전체에는 무서운 [최후의 심판]을 그렸다.
(그림33-6)Giotto. [통곡] No. 36 Scenes from the Life of Christ: 20. Lamentation (The Mourning of Christ)
1304-06,Fresco, 200 x 185 cm Cappella Scrovegni (Arena Chapel), Padua
조토의 프레스코 양식은 십자가에서 모셔온 죽은 예수를 안고 어머니가 슬퍼하는 [통곡](Lamentation)(그림 33-6)장면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어머니 마리아는 죽은 예수의 목을 끌어안고, 다른 세 여인들은 예수의 발과 두 손을 들고 슬피 오열한다. 예수의 사랑하던 젊은 제자 요한은 두 팔을 뒤로 벌리고 몸을 굽히면서 슬퍼한다. 예수의 머리맡에 두 손을 들고 울부짖는 여인은 예수를 따르던 막달라 마리아다. 나이들고 수염이 난 두 제자는 남자답게 슬픔을 자제하고 있으나, 맞은편의 여인네들은 머리를 숙여 애절하게 소리내어 운다. 공중에 떠서 달려오는 천사들도 소리내어 예수의 죽음을 애통해 한다. 조토는 각각의 인물들의 슬픔을 차별화 함으로써 다양한 인간 감정의 묘사에 천재적 재능을 발휘했다.
또한 이 화가는 인물들을 산줄기를 따라 대각선으로 쌓은 담벽 전면에 집중시켜 예수를 묻기 전 그 비극적인 작별의 순간을 클로즈업시켰다. 모든 인물들은 조각 같은 입체감을 준다. 특히 앞줄에 등을 뒤로하고 앉아 있는 두 여인은 입체적 무게감까지 느끼게 한다. 더욱이 조토는 담 같은 대각선의 구릉을 통해서 전면과 산이 연결되어 깊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림에 새로운 투시도를 개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