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 2003년 11월 / 558쪽 / 23,000원
▣ 저자 빌 브라이슨(Bill Bryson)
미국 아이오아주 디모인 출생. 영국으로 건너가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신문사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한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수많은 여행기를 남겼고, 그 중 브로드웨이의 베스트셀러인『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s』『고독한 이방인(I'm a Stranger Here Myself)』『햇볕에 타버린 나라에서(In a Sunburned Country)』『브라이슨의 성가신 단어 사전(Bryson's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등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그는『모국어(Mother Tongue)』『잃어버린 대륙(The Lost Continent)』『작은 섬에서 부친 편지(Notes from a Small Island)』 등의 저자이다.
▣ 역자 이덕환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화학과 졸업. 미국 코넬 대학교 졸업.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원. 1985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역서로는『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그림으로 보는 분자세계와 대칭성』『확실성의 종말』『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녹색화학』『먹거리의 역사』『산소』 『볼츠만의 원자』 등이 있고, 2002년 한국과학저술인협회 저술상을 수상했다.
▣ Short Summary
도대체 지구가 얼마나 무겁고, 바위가 얼마나 오래 되었고, 지구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과연 과학자들이 어떻게 알아낼까? 우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우주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어떻게 이해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것에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학자들이 왜 지진을 예측하지 못하고, 다음 수요일 경기에 우산을 가지고 가야 하는가를 말해주지 못할까? 한없이 다양한 의문을 가진 빌 브라이슨은 이미 생존해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들을 섭렵한다. 그리고 대폭발(빅뱅)에서 인류 문명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물론 그런 일이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감히『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붙였다. 실제로 모든 것의 역사를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인 빌 브라이슨은 모두 6부로 구성된『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통해서, 그 자신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지루하게 느끼고 두려워했던 지질학, 화학, 화석학, 천문학, 입자 물리학과 같은 분야들을 새롭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을 했다. 그리하여 그는 우리에게 과학이 해결하려고 했던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의문들을 따라가는 가장 멋진 여행길을 소개해 준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서, 그리고 알기 어려운 질문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인간의 지식 세계에 대해 때로는 심오하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기도 하면서도 언제나 명백하고 즐거운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 차례
제1부 우주에서 잊혀진 것들
제2부 지구의 크기
제3부 새로운 시대의 도래
제4부 위험한 행성
제5부 생명, 그 자체
제6부 우리의 미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 2003년 11월 / 558쪽 / 23,000원
제1부 우주에서 잊혀진 것들
양성자는 알파벳 i의 점에 해당하는 공간에 5,000억 개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러니까 양성자는 지나칠 정도로 작은 셈이다. 만약 그런 양성자를 10억 분의 1 정도의 부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제 그렇게 작고 작은 공간 속에 어떻게 해서든지 대략 30그램 정도의 물질을 채워 넣는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팽창될 우주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사실은 우주가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티끌과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모은 후에, 그것들을 너무나도 작아서 그 크기를 말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 모두 집어넣어야만 한다. 그런 상태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특이점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존재할 곳도 없다. 특이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짧고 광대한 영광의 순간에 단 한 번의 찬란한 진동에 의해서 상상을 넘어서는 거룩한 크기로 팽창한다.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우주의 지름은 수천조(兆) 킬로미터에 이르게 되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팽창을 계속한다. 최초의 3분 동안에 우주에 존재하게 될 모든 물질의 98퍼센트가 생성된다. 이제 정말 우리의 우주가 만들어진 것이다.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는 논쟁의 대상이었으나, 우주론 학자들은 대략 137억 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모두가 대폭발(빅뱅)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폭발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거대하고 갑작스러운 팽창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런 특이점이 그 이전에 존재했던 우주가 수축되어서 생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우주는 산소 공급기의 고무 주머니처럼 팽창하고 수축되는 순환 과정을 영원히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수많은 다른 차원의 우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고, 대폭발은 어느 곳에서나 늘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일일 수도 있다. 영국의 왕립 천문대장 마틴 리스는 어쩌면 무한히 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각각의 우주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과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는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이 구성되어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만약 우주의 끝으로 가서 커튼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좀 실망스럽겠지만,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우주의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직선을 따라서 무한히 오래 가더라도 절대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가 없다. 오히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 이유는 우주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맞도록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폭발”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낸 프레드 호일의 의론에 의하면 폭발하는 별은 엄청난 양의 열을 방출해서 모든 새로운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원소들이 우주로 퉁겨져 나가서 성간 매질이라고 알려진 기체 상태의 구름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성간 물질은 결국 서로 뭉쳐져서 새로운 태양계들이 태어난다. 그의 새로운 이론 덕분에 마침내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약 46억 년 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름이 약 240억 킬로미터 정도인 거대한 기체와 먼지 덩어리의 소용돌이가 뭉쳐지기 시작했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질량의 99.9%는 함께 뭉쳐져서 태양이 되었다. 그리고 남아서 떠돌아다니던 물질들 중에서 아주 가까이 있던 두 개의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정전기 힘에 의해서 합쳐졌다. 서로 충돌한 먼지 입자들은 점점 더 큰 덩어리들로 뭉쳐졌다. 그런 미행성체들이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멋대로 부서지거나 합쳐지기도 했다. 그런 일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진행되어 대략 2억 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지구가 만들어졌다. 대략 그런 상태였던 약 45억 년 전에 화성 정도의 크기를 가진 천체가 지구에 충돌하면서 퉁겨져 나간 파편에서 달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구가 지금 크기의 3분의 1 정도가 되었을 때부터 이미 대부분 이산화탄소, 질소, 메탄, 황으로 된 대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5억 년 동안 어린 지구에는 혜성과 운석과 다른 천체의 파편들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그 덕분에 바다를 채울 물과 생명이 탄생하는 데 필요한 성분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화합물의 작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더니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2부 지구의 크기
사물의 크기
사람들은 지구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확한 측정을 통해서 지구의 크기를 알아내려는 시도를 했던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리처드 노우드였다. 평소 삼각함수와 각도에 관심이 많았던 노우드는, 수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항해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1도 사이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노우드는 2년에 걸쳐서 런던 탑에서부터 요크까지의 약 330킬로미터를 걸어가면서, 반복적으로 줄의 길이를 측정했고, 런던에서 처음 출발했던 날과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요크에서 태양을 바라보는 각도를 측정했다. 그는 그런 자료를 이용하면 지구 자오선 1도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지구 전체의 둘레를 계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의 결과는 1도 사이의 거리가 110.72킬로미터에 해당되어서 실제로 약 548미터 정도의 오차가 있었다.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려는 열풍은 프랑스로 번져 갔다. 그곳에서는 천문학자 장 피카르가 사분의, 추시계, 천정의, 망원경을 이용해서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삼각측량법을 개발했다. 2년 동안 프랑스를 돌아다니면서 삼각측량을 했던 그는 1669년에 1도 사이의 거리가 110.46킬로미터라는 더 정확한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 결과는 지구가 완전한 공 모양이라는 가정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뉴턴이 지구가 완전한 공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뉴턴은 지구 회전에 따른 원심력 때문에 극지방은 조금 납작하고, 적도 지방은 약간 부푼 모양이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에서 1도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달라야만 했다. 즉 1도 사이의 거리는 극지방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프랑스 과학원이 부게와 라 콩다민을 남아메리카로 파견해서 새로운 측정을 시도하도록 하여, 그들은 무려 9년 반 동안의 길고 힘든 탐사를 계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탐사를 마치기 직전에 프랑스의 두 번째 탐사 팀이 뉴턴의 예측대로 극지방으로 갈수록 1도 사이의 거리가 실제로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구 적도에서의 둘레가 극지방을 연결한 둘레보다 43킬로미터 더 불룩했다.
뉴턴은『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산 부근에 추를 매달아 두면 지구의 중력과 함께 산의 중력 질량이 작용하기 때문에 추가 산 쪽으로 아주 조금 기울어지게 된다고 했다. 만약 추가 기울어진 정도와 산의 질량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G라고 표시하는 보편적인 중력상수의 값과 함께 지구의 질량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지구의 질량을 알아내는 방법을 고안한 매스켈린은 질량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규칙적인 모양을 가진 산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매스켈린은 1774년 스코들랜드의 산골짜기에 텐트를 설치하고 모든 가능한 곳에서 수백 번씩의 측정을 반복했다. 측량기사들을 지휘하여 얻은 숫자들을 이용해서 산의 질량을 알아내는 계산은 찰스 허턴이라는 수학자에게 맡겨졌다. 측량사들은 지도 위에 고도를 표시하는 숫자를 가득 적어넣었다. 허턴은 혼란스러워 보이는 숫자들 대신에 고도가 같은 점들을 연필로 연결하면 산의 모양을 알아보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허턴이 발견한 것이 바로 등고선이었다. 허턴은 쉬할리온에서의 측정을 근거로 지구의 질량이 대략 5,000조 톤이라고 밝혔고, 그것을 이용해서 태양을 비롯한 태양계에 있는 중요한 천체의 질량을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의 실험을 통해서 지구, 태양, 달, 다른 행성들과 그들의 위성들의 질량을 알아냈고, 덤으로 등고선을 그리는 방법도 알아냈다. 그러나 그런 결과에 대해서 모두가 만족해하지는 않았다. 허턴은 산의 밀도가 물의 2.5배에 해당하는 보통 암석의 밀도와 같을 것이라고 가정했으나 그런 가정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추론한 존 미첼이라는 시골 목사는 지구의 질량을 측정하는 데에 쓸 장치를 고안해서 제작했으나 실험에 성공하기 전에 사망해 버렸고, 핸리 캐번디시라는 천재 과학자가 그의 아이디어와 장비를 이어받게 되었다. 그는 거의 병적일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비밀로 덮어두고 싶어하는 그의 성격은 뉴턴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훨씬 심했다. 전기 전도에 대한 그의 실험은 다른 사람보다 한 세기가 앞선 것이었지만, 19세기가 될 때까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했던 실험의 대부분은 케임브리지의 물리학자가 그의 논문집을 발간했던 19세기 말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과학사학자 J.G.크로서에 의하면, 캐번디시는 조류(潮流)의 마찰에 의한 지구 자전 속도의 감소에 대한 켈빈과 G.H.다윈의 연구, 지역에 따른 대기 냉각 효과에 대한 라머의 발견, 불균일계의 평형에 대한 루스붐의 연구 중 일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조립을 마친 미첼의 장비는 18세기형 노틸러스 체력 단련 기계와 비슷했다. 그 속에는 추, 평형추, 진자, 축, 비틀림 줄들이 장치되어 있었다. 기계의 중심에는 납으로 만든 158킬로그램짜리 공 두 개가 작은 공 두 개 옆에 매달려 있도록 되어 있고, 큰 공에 의해서 나타나는 작은 공들의 중력편향을 측정하면 중력상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중력상수를 알면 지구의 무게, 더 정확하게는 질량을 알아낼 수 있다. 그의 실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고, 일곱가지의 서로 관련된 측정을 모두 마치기까지는 거의 1년이 걸렸다. 마침내 계산을 끝낸 캐번디시는 지구의 질량이 60억 톤의 1조 배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질량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지만, 1797년 캐번디시의 측정결과보다 훨씬 더 정확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의 질량은 캐번디시의 결과에서 1% 정도 다른 59억7,250만 톤의 1조 배로 밝혀져 있다. 즉, 19세기 말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지구의 모양과 크기는 물론이고, 태양과 다른 행성으로부터의 거리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채석공(採石工)
1830년에『지질학의 원리』를 낸 찰스 라이엘은 지구상에서의 변화는 균일하고 일정하게 일어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모두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동물들이 멸종되고 새로운 종들이 다시 출현하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주장하는 격변설을 믿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지극히 싫어했다. 그런 주장은 알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정말 편리한 방법일 수가 있다. 라이엘의 지적처럼 “그런 주장보다 더 무지를 조장하고, 호기심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없다.” 라이엘은 『지질학의 원리』에서 공룡시대 이후의 시기를 구분하기 위해서 세(世, epoch)와 계(계, series)라는 시간 단위를 도입했다. 홍적세, 플라이오세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 오늘날에는 정교한 연대 측정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 19세기의 지질학자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암석과 화석을 연대순으로 늘어놓을 수는 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것인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자기학, 열역학, 빛의 파동 이론 등 혁신적인 연구를 한 캘빈 경은 중년이 지난 후에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알아내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정확한 답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그는 처음으로 지구의 나이가 2,000만 년과 4억 년 사이일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아마도 9,800만 년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추정치를 줄여나가 1897년에는 2,400만 년이 되었다. 당시의 물리학으로는 태양과 같은 크기의 물체가 수천 년 이상 연료가 바닥나지 않은 상태로 끊임없이 타오르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태양과 그 행성들의 역사가 비교적 짧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화석학자들은 거의 몇 톤에 이르는 고대 화석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 화석들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구의 나이가 켈빈 경이 주장하듯이 정말 2,000만 년 정도에 불과하다면, 고대 생물들은 모두 거의 같은 지질학적 순간에 등장했다가 사라졌어야만 했다. 그런 해석은 분명히 앞뒤가 맞지 않았다.
제3부 새로운 시대의 도래
아인슈타인의 우주
19세기가 막을 내리던 때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자연계에 숨겨져 있는 신비의 대부분을 알아냈다는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몇 가지만 예로 들더라도 전기, 자기, 기체, 광학, 음향학, 속도론 등이 모두 정리가 되었다. X선, 음극선, 전자, 방사선 등을 발견했고, 옴, 와트, 켈빈, 암페어 등의 단위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사건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연보>라는 독일의 물리학 학술지에 다섯 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세 번째 논문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얼음 조각처럼 녹아버리지도 않는 우라늄 덩어리가 어떻게 엄청난 에너지를 일정한 속도로 방출할 수 있는가를 설명해 주었다(E=mc²에 따라서 효율적으로 질량을 에너지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별들이 수십억 년 동안 불타면서도 연료가 바닥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해 주었다. 아인슈타인은 간단한 식을 통해서 지질학자와 천문학자들이 단번에 수 십억 년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특수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고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밝혀주었다. 그의 이론 덕분에 빛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우주에는 ‘안정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질량과 마찰도 없으면서 빛을 전달하는’ 에테르라는 매질이 가득 차 있다고 믿었으나, 그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혔다.
상대성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찰자와 관찰되는 대상 모두에게 상대적인 것이며,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차이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개념들 중에서 우리의 직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간이 공간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시간이 영원하고, 절대적이고, 불변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시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모양도 가지고 있다. 스티븐 호킹의 표현을 빌리면, 시간은 3차원의 공간과 풀어헤칠 수 없도록 서로 얽힌 시공간이라는 기묘한 차원을 만들어낸다. 시공간은, 매트리스나 고무판처럼 쉽게 휘어지는 평면 위에 쇠구슬처럼 무겁고 둥근 물체가 올려져 있는 경우를 상상하는 것이다. 무거운 물체가 시공간을 늘어나고, 휘어지고, 구부러지게 만든다. 훨씬 더 작은 구슬이 같은 평면 위를 걸어간다면, 그 구슬은 뉴턴의 법칙에 따라서 직선으로 움직이려고 하겠지만, 무거운 물체 가까이에서는 아래로 늘어진 평면의 기울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휘어지면서 무거운 물체 쪽으로 이끌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공간의 휘어짐에 의해 생기는 중력이다. 질량을 가지고 있는 모든 물체는 우주의 평면에 약간의 짓눌림을 만들어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력은 결코 결과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고정되어 있고, 영원하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그래도 인정했다.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자신의 식에 우주상수라는 것을 포함시켰다. 중력의 효과를 의도적으로 상쇄시켜버리는 그 상수는 수학적인 멈춤 버튼과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그것은 엄청난 실수였고, 아인슈타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에 우주상수를 포함시켰던 비슷한 시기에 베스토 슬라이퍼는 별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슬라이퍼가 관찰하고 있던 별들은 분명히 도플러 이동 현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도플러 효과는 자동차 경기장에서 자동차가 지나갈 때 소리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빛의 경우에도 적용이 된다. 멀어져가는 은하에서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를 적색 이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의 발견의 영광은 에드윈 허블에게 돌아갔다. 10년 동안 허블은 우주가 얼마나 오래되었고, 얼마나 큰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도전했다. 결국 그는 우주는 우리의 은하만이 아니라 수많은 독립적인 은하로 구성된 “섬 우주”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 은하들 중에는 우리 은하보다 훨씬 더 크고 먼 곳에 있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도대체 우주가 얼마나 큰가라는 문제에 도전하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욱이 은하가 멀어져가는 속도와 거리는 명백하게 서로 비례했다. 즉, Ho=v/d라는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v는 은하의 후퇴 속도, 그리고 d는 우리로부터 은하까지의 거리를 나타내고, Ho는 허블 상수라 부르고, 그런 관계식을 허블 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허블은 그런 식을 이용해서 은하의 나이가 대략 20억 년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는, 우주는 모든 방향으로 빠르고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으며, 그런 사실로부터 우주가 한 곳의 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태초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말이 있을 가능성도 있게 되었다.
그 후 2003년 NASA와 메릴랜드의 고더스 우주비행 센터의 연구진이 신형의 최첨단 인공위성으로 얻은 관측자료를 근거로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고, 오차범위가 1,000만 년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 최근에 제시된 이론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우주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먼 곳에 보이는 은하들 중에는 휘어진 빛에 의한 반사 때문에 생긴 허상에 불과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처럼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주의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결과는 우주는 암흑 물질뿐만 아니라, 암흑 에너지로도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진공 에너지 또는 더 이국적인 제5원(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은 물질과 반(反)물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그것 때문에 우주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바깥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뜻밖에도 이런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우주의 가상적인 팽창을 막기 위해서 일반 상대성 이론에 넣은 후에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라고 불렀던 바로 그 우주상수이다.
움직이는 지구
1912년 알프레드 베게너는 세계의 대륙들이 한때는 판게아(Pangaea)라고 부르는 하나의 대륙이었기 때문에 식물과 동물들이 서로 섞일 수 있었고, 그 후에 대륙들이 서로 떨어져서 지금의 위치로 움직여갔다는 이론의『대륙과 대양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러나 그는 대륙이 어떤 이유로 움직이게 되는가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지질학자 아서 홈스였다. 홈스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 열 때문에 대류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이해했던 과학자였다.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지구 이론의 중요한 문제 중 또 하나는 도대체 그 많은 양의 퇴적물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가라는 것이었다. 매년 지구의 강들은 5억 톤의 칼슘을 비롯해서 엄청난 양의 침식물을 바다로 흘려보낸다. 1950년대에 해리 헤스와 해양학자들은 바다 밑에 대한 복잡한 탐사를 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산맥은 대부분이 바다 밑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산맥들이 마치 야구공의 실밥처럼 전 세계의 바다 밑을 따라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후 1960년에 이루어진 시추 샘플에 의해서 대서양의 해저 산맥은 상당히 최근에 생긴 것이고, 그곳으로부터 동쪽이나 서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 정보를 입수한 헤스는 바다 밑에서 해저 산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 전에 만들어진 지각은 새로 만들어지는 지각에 의해서 양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움직이는 지각이 대륙과의 경계에 도달하면, 섭입(攝入)이라고 알려진 과정을 통해서 땅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퇴적층이 어디로 간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다.
1964년 런던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지구는 서로 연결된 부분들로 만들어진 모자이크이고, 그런 조각들의 거대한 충돌들 때문에 지구 표면의 특징이 나타나게 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단순히 대륙만이 아니라 지각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968년 말에 미국 지진학자들이『지구물리학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부터 지각의 움직이는 각 부분을 판(plate)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이라는 이름도 같은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 표면이 크기를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 8-12개의 대형 판과 20개 정도의 작은 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런 판들이 모두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구는 암석으로 된 행성들 중에서 유일하게 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구가 그런 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다. 금성이 크기나 밀도가 지구와 거의 같은데도 불구하고 판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지구의 크기나 밀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판 구조는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토니 딕슨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석의 역사와 생명체의 역사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5억 년 동안에 바닷물의 화학적 조성이 갑자기 크게 변했던 적이 있었고, 그런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들은 대부분 생물학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4부 위험한 행성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알고 있던 과학자라고 하더라도 지구의 내부에 대해서는 석탄 광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1906년, 지질학자 R.D.올덤은 과테말라의 지진 기록을 살펴보던 중에 지구 내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충격파가 어떤 장벽을 만난 것처럼 비스듬한 각도로 퉁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여러 층으로 된 지구의 내부에 대해서 희미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서, 지구의 내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깨달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노력을 시작했다. 지구 내부에 있는 암석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게 되면 지진이나 다른 불행한 재앙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업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과학자들은 지진파의 연구를 통해서 4,700미터까지는 퇴적암이 있고, 그 다음 2,300미터까지는 화강암이 있으며, 그 밑에는 현무암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나 실제로는 퇴적암은 예상했던 것보다 50%나 깊은 곳까지 퍼져 있었고, 현무암 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땅 속은 예상치의 두 배에 가까운 섭씨 180도나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의 내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주 조금 뿐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리 발 밑의 세상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바깥쪽의 지각, 뜨겁고 끈적끈적한 암석으로 된 맨틀, 액체 상태의 외핵(外核), 그리고 고체 상태의 내핵(內核)의 네 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중심을 향해서 가는 중간의 어느 곳에서부터는 연약권(“힘이 없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이 끝나고 완전한 맨틀이 시작된다는 것뿐이다. 맨틀은 지구 부피의 82%나 되고, 질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160킬로미터 정도까지의 맨틀은 주로 감람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더 깊은 곳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지구의 핵은 대략 태양 표면의 온도와 비슷한 섭씨 4,000~7,000도 정도일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 면에서 외핵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적으나 외핵은 유체이고 지자기가 발생하는 곳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지자기도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생기는 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지구의 핵이 회전하고, 그것이 액체라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서 달이나 화성처럼 액체로 된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천체에서는 자기장이 나타나지 않는다.
제5부 생명, 그 자체
고독한 행성
지금까지 우주 과학자들은 우주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100억 개의 100억 배에 이르는 행성들 중에서 70개 정도의 행성을 발견했지만,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으려면 엄청나게 운이 좋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고등 생물이 살 수 있으려면 더욱 운이 좋아야만 한다. 여러 사람들이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된 이유를 20가지 정도 밝혀냈지만, 여기서는 그 중에서 중요한 네 가지만 살펴보도록 한다.
훌륭한 위치 : 우리는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적당한 종류의 별(항성)에서 신비스러울 정도로 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이클 하트라는 천체물리학자가 1978년에 했던 계산에 따르면 지구가 태양에서 1% 더 멀리 떨어져 있었거나 아니면 5% 더 가까이 있었으면, 생물이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 후로 더 정교한 계산에 의해서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5% 더 가까운 곳에서부터 15% 더 먼 곳까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성을 생각해보면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우리보다 4,000만 킬로미터 가까울 뿐이다. 태양의 열기는 지구보다 빛의 속도로 2분 먼저 금성에 도달할 뿐이다. 금성의 크기와 성분은 지구와 매우 비슷하나 금성 표면의 온도는 펄펄 끓는 섭씨 470도로 납이 녹아버릴 정도이며, 표면에서의 대기압은 지구보다 90배나 더 커서 인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정도이다.
적당한 행성 : 마그마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살고 있을 수 없다. 살아 움직이는 지구의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체 덕분에 대기가 유지되고, 자기장도 그것에서 만들어질 뿐 아니라 지구 표면을 끊임없이 바꿔주고, 주름지게 만들어주는 판 구조를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적당한 비율로 혼합된 적당한 원소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짝을 가진 행성 : 달은 우리의 동반자이다. 달이 중력을 이용해서 지구를 안정시켜주는 덕분에 지구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생물이 성공적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기울기로 자전을 계속할 수 있었다.
적절한 시기 : 우주는 놀라울 정도로 변덕스러운 곳이고, 그런 속에서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사고력을 갖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한 기간이 얼마간 지속된 후에 적당한 양의 압력과 도전이 이어지는 일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적절하게 반복되면서도, 진짜 재앙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구가 기적같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구에서 생명이 나타나게 된 사건과 조건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생명의 기원
아무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지만, 인체에는 100만 가지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고, 그런 단백질 하나 하나가 작은 기적이다. 단백질의 하나인 콜라겐을 만들려면 1,055개의 “생명의 기본 재료”라고 부르는 아미노산을 정확한 순서로 연결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것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고 핵심적인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쩌면 수백만 종류의 단백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거기에서부터 비롯된다. 단백질이 쓸모가 있으려면, 아미노산들이 정확한 순서에 의해서 연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종이 접기에 따라서 아주 특별한 모양으로 접혀야만 한다. 그런데 단백질은 자기 복제를 하지 못한다. 복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DNA이다. 단백질은 DNA가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고, DNA는 단백질이 없으면 존재의 목적이 사라진다. 그뿐이 아니다. DNA와 단백질을 비롯해서 생명에 필요한 다른 성분들은 세포 속의 풍요로운 환경에 들어가야만, 우리가 생명이라고 부르는 놀라운 춤을 추는 데에 참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세포가 없으면 그런 물질은 흥미로운 화학물질 이상이 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런 신기한 복잡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쩌면 모든 것이 처음 보았을 때만큼 그렇게 신비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노벨상을 수상했던 크리스티앙 드 뒤브의 말처럼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기만 하면 어느 곳에서나 출현할 수밖에 없는 물질의 의무적인 발현”이다. 드 뒤브는 그런 조건은 각각의 은하에서 어쩌면 100만 번씩은 만족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생물과 동물들은 모두 동일한 원시생물에서 시작되었다. 그 생명은 약간의 영양분을 흡수해서 부드러운 숨을 쉬면서 아주 잠깐 동안 삶을 유지했다. 그런데 그런 원형 덩어리가 스스로 갈라져서 후손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 생명으로부터 아주 적은 양의 유전 물질이 다음 생명에게로 전해졌고, 그 이후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창조되는 순간이었다. 생물학자들은 그 순간을 대탄생(Big Birth)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거의 40억 년 전에 시작되었던 단 한 번의 유전적 마술이 세대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어진 결과이다. 태고의 세계에서는 20억 년 동안에 박테리아 정도의 생물체가 유일한 생명이었다. 생명이 태어나고 10억 년이 지나는 사이에 언젠가 남조균이 물 속에 엄청난 양으로 녹아 있어서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었던 수소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들은 물을 빨아들여서 수소를 섭취하고, 폐기물인 산소를 뱉어냈다. 그러다가 약 35억 년 전에 얕은 바다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눈에 보이는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상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남조류들은 아주 조금 더 끈적끈적해졌고, 그래서 먼지와 모래처럼 작은 입자들이 달라붙어서 흉측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좀더 단단한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생명이 복잡하게 진화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한 가지 이유는, 단순한 생물체들이 대기 중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불어넣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대체로 오늘날의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지구 역사의 40%에 해당하는 20억 년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산소의 농도가 그런 수준에 이르게 되자, 아주 갑작스럽게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세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핵과 세포기관이라고 부르는 작은 몸을 가진 세포가 출현했다. 구식의 세포인 “핵이 생기기 전”이라는 의미의 원핵세포 다음에는 “진짜 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의 진핵세포가 나타났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다 더 크다. 결국은 1만 배나 더 크게 되었고, 1,000배나 더 많은 DNA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점점 식물처럼 산소를 배축하는 생물체와 인간처럼 산소를 소비하는 생물체의 두 종류가 지배하게 되었다. 단세포 진핵생물을 “동물 이전의 생물”이라는 뜻으로 “원생생물”이라고 부르는데, 하나의 세포로 되어 있고, 사는 것 이상의 아무런 야망도 없는 간단한 아메바조차 DNA 속에 4억 개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 결국 진핵생물은 10억 년 정도의 오랜 세월이 걸리기는 했지만, 함께 모여서 복잡한 다세포 생물을 만들었다.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세포가 둘로 분할되고 둘이 넷이 되는 일이 계속된다. 그런 분할이 47회만 반복되면 1경(京)개의 세포가 생기게 되면서 인간으로 태어날 준비가 끝난다. 그리고 각각의 세포들은 모두 탄생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당신을 보존하고 키워주기 위해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모두에게 작별을
만약 45억 년에 이르는 지구의 역사를 하루라고 친다면, 최초의 단순한 단세포 생물이 출현한 것은 새벽 4시경이었고, 그로부터 16시간 동안은 아무런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저녁 8시 30분이 될 때 마침내 해양 식물이 처음 등장했고, 20분 후에는 최초의 해파리가 등장했고, 밤 9시 4분에 삼엽충이 헤엄치며 등장했고, 밤 10시 직전에 땅 위에 사는 식물이 느닷없이 출현했다. 그리고 하루가 두 시간도 남지 않았던 그 직후에 최초의 육상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구는 10분 정도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밤 10시 24분이 되면서 거대한 석탄기의 숲으로 덮였고, 처음으로 날개가 달린 곤충이 등장했다. 그 숲의 잔재가 오늘날 우리에게 석탄을 제공해주었다. 공룡은 밤 11시 직전에 무대에 등장해서, 약 45분 정도 무대를 휩쓸고 그들이 자정을 21분 남겨둔 시각에 갑자기 사라지면서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간은 자정을 1분 17초 남겨둔 시각에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우울한 사실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에게는 아주 중요한 특성, 바로 멸종이 비교적 정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복잡하게 발전한 생물일수록 더 빨리 멸종해버리는 모양이다.
지구 역사에서의 위기는 언제나 역동적인 진보로 이어졌다. 지구 역사에는 순서대로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의 다섯 차례에 걸친 대규모 멸종과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소규모 멸종 사건이 있었다. 오르도비스기의 멸종(4억 4,000만 년 전)과 데본기 멸종(3억 6,500만 년 전)에서는 각각 80~85%의 생물종이 사라져버렸다. 트라이아스기의 멸종(2억 1,000만 년 전)과 백악기 멸종(6,500만 년 전)에서는 각각 70~75%가 사라졌다. 그러나 정말 규모가 컸던 것은 오랜 공룡 시대의 막을 열어주었던 2억 4,500만 년 전의 페름기 멸종이었다. 페름기에는 화석 기록으로 확인되는 동물종 중에서 95%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곤충의 3분의 1도 사라져버렸는데, 곤충이 그렇게 대량으로 사라진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우리는 대형 멸종 사건을 비롯한 거의 모든 멸종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아는 것이 없다. 멸종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주장은 실제 멸종 사건의 수보다도 더 많다. 멸종의 원인이거나 주된 이유로 알려진 것으로는 지구 온난화, 지구 냉각, 해수면의 변화, 바다에서의 산소 고갈, 전염병, 운석이나 혜성 충돌, 초대형 태풍 등이 그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생명의 물질
우리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닮았다. 사람들의 유전자를 비교해보면 99.9%는 똑같다. 영국의 유전학자 존 설스턴의 표현처럼 “대략 1,000개의 염기(뉴클레오타이드)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나머지 0.1%의 작은 차이가 우리에게 개성을 부여해준다. 대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밝혀진 인간 유전체에 대한 지식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전자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세포에서 시작해보기로 하자. 세포 속에는 핵이 있고, 각각의 핵 속에는 모두 46개의 복잡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는 데옥시리보핵산 또는 DNA라고 부르는 실 모양으로 생긴 작고 신기한 화합물로 되어 있다. DNA는 단백질을 만든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존재하며, 우리 몸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DNA가 들어 있다. 그러나 DNA와 단백질이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물학에서 정말 이상한 일이다. 거의 40억 년 동안 단백질과 DNA는 생물계의 위대한 두 주역이었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암호를 이용하고 있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면 RNA라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RNA는 리보솜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화학 서기(書記)의 도움을 받아 세포의 DNA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단백질이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전환시켜준다.
DNA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복제의 방법이다. 새로운 DNA 분자를 만들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나선을 이루는 두 개의 사슬이 재킷에 붙어 있는 지퍼처럼 중간이 열리게 되고, 각각의 사슬이 새로운 짝을 형성하게 된다. 당신의 DNA 중에서 대부분은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DNA 자신을 위해서 존재할 뿐이다. 생명은 그저 존재하고 싶어할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알기로는 인간 유전자의 거의 절반 정도는 자신을 복제하는 일말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전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제는 인간 단백질체(proteome)가 목표로 등장했다. 아주 새로운 개념이어서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백질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단백질체는 단백질들을 만들어내는 정보를 모은 목록이다. 그러나 하나의 세포에는 언제나 수억 개의 단백질들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 활동은 모두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처럼 복잡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속에도 생명체가 작동하는 방법에 숨겨져 있는 근본적인 통일성 때문에 나타나는 단순성이 숨어 있다. 염기들의 협동과 DNA가 RNA로 전사되는 것을 비롯해서 세포를 살아 움직이도록 해주는 화학과정들은 단 한 번의 진화가 이루어진 후로는 자연계 전체에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왔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단 하나의 계획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인간도 점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38억 년에 걸친 케케묵은 조절, 적응, 변이 그리고 행운의 수선 결과일 뿐이다. 놀랍게도 우리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초파리나 채소에 훨씬 더 가깝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이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진리이고, 그렇다는 사실이 앞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6부 우리의 미래
부지런했던 유인원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대강 다음과 같다. 생명체로서 우리 역사의 첫 99.99999퍼센트는 침팬지와 같은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 침팬지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지만, 그 역사에 상관없이 우리는 그렇다. 그런 후에 대략 7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이 아프리카의 열대 밀림에서 등장해서 광활한 사바나 지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류의 유골은 1974년에 도널드 요한슨의 탐사 팀이 에티오피아에서 발굴했던 318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유골이다. 이 유골은 비틀즈의 ‘저 하늘의 다이아몬드를 가진 루시’라는 노래 때문에 루시라고 더 잘 알려졌다. 요한슨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우리의 가장 오랜 선조이고,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 고리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루시의 후손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인간 대퇴골의 윗부분은 유인원의 것과는 아주 비슷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대퇴골과는 다르다.그러므로 만약 루시가 유인원과 현대 인류 사이의 연결 고리였다면, 우리는 100만 년 정도의 기간 동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대퇴골에 적응한 후에 다시 다음 단계로 진화하면서 거꾸로 유인원의 대퇴골로 돌아갔다는 뜻이 된다. 루시와 동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300만 년 이상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뇌가 커지지도 않았고, 아주 간단한 도구마저도 사용했다는 흔적이 없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들이 거의 100만 년 동안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다른 초기 인류들과 함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유용한 기술들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00만 년에서 200만 년 전의 기간 동안에는 아프리카에 여섯 종의 초기 인류가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중의 단 하나만이 살아남았다. 대략 20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가 바로 그들이었다. 일반적으로 호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없는 호모 하빌리스에서 시작되어서 우리에 해당하는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호모 하빌리스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침팬지에 더 가까운 아주 원시적인 상태였지만, 뇌는 전체적으로 루시보다 50%나 더 컸다. 그 후 유진 뒤부아가 1891년에 자바에서 발견했던 호모 에렉투스는 경계선이었다. 그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종은 유인원과 같은 특성을 가졌고, 그 이후에 출현했던 모든 종은 인간과 같은 특성을 가졌다. 상당 기간 동안 그들은 여러 지역에 정착을 했고, 이들 초기의 에렉투스는 아시아의 자바인과 베이징인, 유럽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와 마지막으로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로 진화했다. 최초의 현대 인류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알려진 것이 적다. 화석 기록으로는 최초의 현대 인류가 출현한 곳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도움이 되지 않는 화석 기록 때문에 과학자들은 점점 더 유전학적 연구, 그 중에서도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방법에 집착하게 되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통해서만 전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마다 부모의 DNA와 뒤섞이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의 핵DNA보다 20배나 더 자주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친 유전적 형태를 알아내고 추적할 수가 있다. 1997년에는 뮌헨 대학의 과학자들이 최초의 네안데르탈인 남자의 팔뼈에서 DNA를 추출해서 분석하는 데에 성공했다. 뮌헨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어떤 DNA와도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가 아무런 유전적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2000년 말에 <네이처>를 비롯한 학술지들이 53명을 대상으로 한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웨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든 현대 인류는 지난 10만 년 이내에 아프리카에 살던 1만 명 이내의 사람들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이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옥스퍼드의 생물인류학 연구소의 집단 유전학자인 로절린드 하딩은 현대인의 베타글로빈 유전자(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베타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담은 유전자 영역으로, 이 영역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연구하면 유인원들 사이의 관계를 밝힐 수 있다)를 연구하던 중에 아시아인들과 오스트레일리아의 토착민들 중에서 두 가지 변이가 흔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런 변종 유전자가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가 그 지역에 도착하기 훨씬 전이었던 20만 년보다 더 오래 전에 아프리카가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 사실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자바인을 비롯해서 오늘날 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상은 고대의 사람속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아주 오래된 DNA를 추출하는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네이처>의 글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현대 인류의 DNA 상당량이 유골로 옮겨져서” 연구가 쓸모없게 되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로절린드 하딩은 말했다. “단순히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오염이 됩니다. 그 근처에서 숨을 쉬기만 해도 오염이 돼구요.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시료를 얻으려면 완벽하게 깨끗한 조건에서 발굴을 해서 그곳에서 바로 실험을 해야 합니다. 시료를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안녕
아주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는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운명, 신, 아니면 당신이 무엇이라고 부르고 싶은 바로 그 존재에 의해서 선택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서 우리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뿐이다. 그런 생물이 우리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우주에서 살아 있는 가장 훌륭한 성과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맥이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현재 살아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다른 생물을 돌보아주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렸거나, 곧 사라지거나,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인지는 물론이고, 우리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물론 우리는 종말이 찾아오지 않도록 하는 비결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행운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