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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영화 & 드라마

[스크랩] 영화 '길' 줄거리, 영화, 주제곡

작성자정암|작성시간20.07.28|조회수206 목록 댓글 0
영화 '길' (La Strada) 줄거리

영화 '길(이)La Strada,(영)The Road'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영화로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백치에 가까운 순수한 처녀 제르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는 가난한 집의 딸로 제르소미나의 어머니가 단돈 10,000 리라를 받고 차력사인 잔파노(안소니 퀸)에게 팔아넘겨 어쩔수 없이 잔파노를 따라 나선다. 
잔파노는 거리에서 차력사 노릇을 보여주며 돈을 버는데, 그럴때마다 제르소미나는 북을 치고, 춤을 추며 구경꾼에게서 돈을 받는 등 잔파노의 보조역활을 한다. 
그런 그녀를 잔파노는 잔혹하게 훈련시키고 학대하면서, 돈만 있으면 다른 여자를 따라 다니는 교활하고 난폭한 사나이다. 제르소미나가 이런 잔파노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할 즈음, 어느날 길가에서 다른 광대 '나무도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청년(베이스하트)을 만난다. 
제르소미나는 청년으로부터 아름다운 노래와 인생에 관하여 배우며, 청년의 관심어린 충고에  감화되어 제르소미나는 잔파노와의 동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이해와 배려를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청년은 제르소미나에게 잔혹하게 대하는 잔파노를 떠나라고 귀뜸을 한다. 평소에도 경쟁적 적대 관계이었던 잔파노는 이런 저런 이유로 청년을 미워하던차에 우연히 길에서 청년에게 시비를 걸어 치고받고 싸우다가 청년이 죽게되자, 이에 충격을 받은 제르소미나는 슬픔으로 실성하고, 잔파노는 그녀가 자는 사이 떠나 버린다. 
세월이 많이 지난 몇년후 도망자 잔파노는 폐인이 되어 어느 바닷가 마을을 배회 하던중, 제르소미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슬프고 가엾은 인생을 살았던 제르소미나에 대한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오열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백치 여인이 내부에 간직하고 있는 맑은 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을 묘사하여 현대인과 신(神)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탈리아의 영화음악가인 니노 로타는 영화 《길 La Strada》의 주제가 ‘젤소미나의 테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후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1960)《8과 2분의 1》(1963)《영혼의 줄리에타 Giulietta Degli Spiriti》(1965)《카사노바 Casanova》(1976) 등에서 펠리니 감독과 명콤비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리듬과 선율을 선보였다. 

길(La Strada)

가슴을 한 바퀴 돌려 묶은 쇠사슬을 허파근육(?)의 힘으로 끊는 묘기를 부리며 유랑생활을 하는 잠파노(안소니 퀸 扮)는 조수(助手) 로사가 죽자, 그녀의 어머니에게 찾아가 1만 리라를 주고 로사의 동생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扮)를 데려온다.

자그맣고 약간 모자라는 처녀 젤소미나는 ‘나도 로사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예술가가 될 거야.’ 하며 기대에 부풀어있는데, 잠파노는 회초리로 때려가며 젤소미나에게 드럼을 가르친다. 오토바이가 끄는 포장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펼치는 잠파노의 허파근육 쇼가 끝나면 젤소미나는 광대분장을 하고 모자를 돌리며 적선을 받는다.

식당에서 잠파노는 옆자리의 젤소미나는 안중에도 없이 딴 여자에게 술을 사주고 데리고 나가 외박을 한다. 도로가에 앉아서 밤을 꼬박 샌 젤소미나가 왜 그랬느냐, 언니 로사한테도 그랬느냐고 묻자, 잠파노는 입 닥치라고 한다. 젤소미나는 나팔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잠파노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젤소미나는 ‘광대 노릇은 괜찮은데, 당신이 맘에 안 들어요.’ 하면서 집에 가겠다고 한다. 잠파노가 아무 반응이 없자, 젤소미나는 잠파노가 잠든 사이에 도망친다. 거리행렬을 따라가던 젤소미나는 서커스단의 마또(리차드 베이스하트 扮)가 고공(高空)의 외줄 위에서 식탁을 차리고 스파게티를 먹는 묘기를 구경하는데, 공연이 끝나고 길거리를 아슬랑거리다가 다시 잠파노에게 잡혀간다

. 잠파노가 서커스단에 합류하고, 젤소미나는 마또에게 나팔을 배운다. 마또는 잠파노가 공연을 하면서 쇠사슬을 끊으려고 가슴에 힘을 줄 때 ‘잠파노, 전화왔어요.’ 하며 장난을 친다. 잠파노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칼을 들고 마또를 죽인다며 쫓아가다가 경찰에게 잡혀간다.

다시 마또를 만난 젤소미나는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하며 울먹인다. 마또는 돌멩이를 하나 주워들고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 이 돌멩이도 말이야.’ 하고 말한다.

‘돌멩이를 어디에 써요?’ 하고 젤소미나가 반문하자, 마또는 ‘그걸 알면 내가 조물주겠지. 그분은 모든 것을 아셔. 이 돌맹이가 어디에 쓰이는 지도. 너도 그래.’ 하고 말한다. 마또는 또 ‘잠파노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는지도 몰라.’ 하고 말하면서 젤소미나의 목에 예쁜 목걸이를 걸어준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은 젤소미나는 마또가 자신의 차에 함께 타고 다니자고 해도, 서커스단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해도 따라가지 않는다. 경찰서 유치장 앞에서 기다리던 젤소미나는 잠파노가 나오자 ‘나 조금은 좋죠?’ 하고 물어보는데, 잠파노는 대꾸도 하지 않는다.

성당 헛간에서 하룻밤을 자고 길을 가다가 차 타이어를 고치고 있는 마또를 만난다. 잠파노가 마또를 두드려팬다. 차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쓰러진 마또가 숨을 쉬지 않자, 잠파노는 마또의 시신을 다리 밑에 숨기고 그의 차를 다리 밑으로 추락시킨다. 이를 본 젤소미나는 실성(失性)하여 공연 중에도 ‘마또가 아파요.’ 하고 헛소리를 한다. 젤소미나가 돌담 아래에서 잠이 들자, 잠파노는 이불을 덮어주고 몰래 달아난다. 나팔만 남겨두고.

5년 후, 늙수그레해진 잠파노는 어느 해변에서 귀에 익은 멜로디를 듣고 따라가다가 한 여자를 만난다. 어디서 그 곡을 배웠느냐고 물어보니 4~5년 전에 아버지가 해변에 쓰러져 있던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여자를 데려오셨는데, 늘 양지쪽에 앉아서 나팔로 이 곡만 부르더니 어느 날 죽고 말았단다. 그 후부터 이 곡을 흥얼거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 밤, 술집에서 혼자 술을 퍼마신 잠파노는 주위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린다. 그리고 바닷가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비틀거리며 울부짖는다. 그러다가 모래밭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져 손에 모래를 움켜쥐고 흐느끼면서 영화가 끝난다.

‘길(La Strada)’은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만든 흑백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았다. 펠리니 감독은 계속된 야외촬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촬영이 끝난 후 신경쇠약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 되었고, 니노 로타의 애잔한 OST와 함께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로마에서 라디오 극작가를 하던 페데리코 펠리니는 성우 줄리에타 마시나를 만나 사귀다가 결혼했고, 1945년 로베르트 로셀리니 감독이 ‘무방비 도시’를 연출할 때 조감독을 맡으면서 영화 연출에 입문하게 된다. 그러다가 1954년 ‘길’의 연출을 맡으면서 제작사에서 추천하는 버트 랭카스터와 실바나 망가노 조합을 마다하고 안소니 퀸과 줄리에타 마시나를 과감히 기용하여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7년에 개봉되었는데,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온갖 험한 일을 해야 했던 그 당시의 우리나라 사정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우직하면서도 야수 같은 잠파노는 가부장적인 한국남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고, 그런 잠파노를 미워하면서도 순정을 바치는 젤소미나는 순종적인 한국여인들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데, 백치 여인의 순수한 영혼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구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이 영화는 내 신화적 세계관의 완성된 카탈로그이자, 그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내 정체성의 위험한 발현’이라고 회상한 적이 있다.

잠파노와 젤소미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과 욕망을 지닌 원형적(原型的) 캐릭터이다. 젤소미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잠파노는 자신에게 괄시를 받으면서도 선심(善心)과 미소를 잃지 않는 젤소미나를 통해서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다음 대사에 잘 녹아있다. 젤소미나가 ‘잠파노, 내가 죽으면 슬퍼해 주실 건가요?’ 하고 묻자 잠파노는 ‘바보 같은 소리 집어쳐!’ 하고 핀잔을 주지만, 막상 젤소미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울부짖으며 절규하듯 오열한다.

(아래 영화를 감상하시려면 맨 밑의 주제곡을 끄고 감상하세요)

영화감상



전편 감상 LA STRADA (1954)



La Strada 길 (1954) - Scene 1/7 잠파노에 팔려가는 젤소미나



La Strada 길 (1954) - Scene 2/7 잠파노와 거리공연하는 젤소미나



La Strada 길 (1954) - Scene 3/7 잠파노를 떠나는 젤소미나



La Strada 길 (1954) - Scene 4/7 나팔을 부는 젤소미나



La Strada 길 (1954) - Scene 5/7 젤소미나를 버리고 떠나는 잠파노



La Strada 길 (1954) - Scene 6/7 젤소미나의 소식을 듣게되는 잠파노



Ls Strada 길 (1954) - Final Scene 7/7




검색자료

 

길 (La Strada, 1954)

 

출연 : 안소니 퀸 (Anthony Quinn), 줄리에타 마시나 (Giulietta Masina)

          리차드 베이스하트 (Richard Basehart)
각본 :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 툴리오 피넬리 (Tullio Pinelli)
감독 :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
음악 : 니노 로타 (Nino Rota), Franco Ferrara(Diretta Dal Maestro)
제작 : 디노 디 로렌티스 (Dino De Laurentiis), 칼로 폰티 (Carlo Ponti)

 

 

‘지나온 길은 다시 갈 수 없다’

 

  가끔은 어디론가 떠나 내 직업을 잠시 잊고 살고 싶다. 이럴 때 여행은 자기 충전과 재발견을 위한 것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곳 저곳을 떠도는 방랑이 그 자체로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건 때로 너무 늦게 찾아온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고전 명작 ‘길’의 주인공 잠파노가 그랬다. 모든 게 너무 늦었다. 삶의 의미도, 행복도.
  ‘길’은 슬픈 영화다. 이 영화에서 떠돌이 광대 잠파노와 그의 조수인 백치 젤소미나의 비극적인 관계는 자기 땅에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한, 동시에 자기 마음을 둘 사람을 찾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한 만가(輓歌)이다.

 

 

떠도는 영혼에 대한 찬미


   잠파노는 삼륜차를 몰고 마을을 떠돌며 쇠사슬을 끊는 재주를 선보이는 광대이다. 잠파노의 조수였던 언니가 죽은 뒤 젤소미나는 그 자리를 대신 채우기 위해 팔려온다. 백치인 그녀는 북을 치고 트럼펫을 불며 잠파노의 조수 역할을 하는데 잠파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소유물이기도 하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듯한 바보이며 툭하면 잠파노에게 구박을 받는 가련한 처지이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어떤 사람도 갖지 못한 인간적인 무구함이 있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젤소미나의 미덕은 서커스단에서 줄 광대 일 마토를 만나면서 빛이 난다. 마토는 젤소미나가 얼마나 소중한 인간성을 지녔는지를 깨우쳐 주며 잠파노와 젤소미나를 맺어주려 한다.
  그러나 야수같은 잠파노와 천진한 젤소미나의 관계는 어긋나는 운명을 안고 있다. 잠파노는 일 마토를 죽이고 젤소미나는 절망에 빠지며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버린다. 5년 뒤 홀로 이곳 저곳을 떠돌던 잠파노는 젤소미나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잠파노는 이 세상에 없는 젤소미나의 존재감을 깨닫고 구제할 길 없는 고독을 깨닫는다.

 


  ‘길’의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떠돌이 서커스단과 대중적인 뮤직홀의 배우였다. ‘우리는 서커스 매릭 유랑단’이라고 읊조리는 어느 노랫말 가사처럼 펠리니의 영화에는 곧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에 대한 찬미가 있다. 인생이 즐길 만한 놀이라는 축제적 세계관이 들어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 놀이가 영원히 이어질 수 없고 한 번 공연이 파하면 또 다른 곳으로 관중을 찾아 떠나야 하는 유랑의 정서도 끼어 들어 있다.
  ‘길’의 주제는 잠파노와 젤소미나가 떠도는 길위에 놓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떠돌이들의 삶의 한 기록이다.
  잠파노가 오해와 불신과 증오로 똘똘 뭉친 야수같은 사나이라면 젤소미나와 그녀가 좋아하는 줄 광대 마토는 선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어린아이 같은 인간들이다.
  이 영화에 배어 있는 뿌리칠 수 없는 처연한 정서는 바로 상극인 것 같은 이 인간들이 정 반대 방향에서 거둘 것 없는 자신들의 인생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걸 알려줄 때이다. 잠파노의 야수성은 이곳 저곳 길 위를 떠돌며 굳어진 생존 본능 같은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을 착취하지 않으면 자신이 굶어 죽는다는 삶에의 불신이 뼛속 깊이 스며 있다. 정착할 집이 없는 방랑자로서의 처지도 그의 닫힌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늘 새로운 여행의 환상과 기쁨


   젤소미나는 그렇지 않다. 이곳 저곳을 떠도는 생활은 그녀에게 늘 새로운 삶의 풍경을 펼쳐 보여주는 신천지이며, 무대 위에서 잠파노와 마토가 실연하는 공연도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겨운 잔치이다.
  감독 펠리니는 잠파노와 젤소미나의 여정에 전후(戰後) 가난에 짓눌린 이탈리아의 황폐한 삶의 조건을 녹여 넣는다. 이들의 서커스 여행은 일상 생활에서 얻어질 수 없는 환상의 충족이다. 특히 젤소미나에게 이 여행은 환상이며 마술이며 기쁨 그 자체다. 그 기쁨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젤소미나가 순수하고 천진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젤소미나는 생존의 각박한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자기 눈에 비친 삼라만상과 사람들을 진심으로 맞이한다. 그건 곧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다. 젤소미나에게 이 여행은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에게 영원한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길’은 운명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잠파노와 젤소미나는 오래된 동화인 ‘미녀와 야수’의 패러디이며, 백치 여인 젤소미나를 거의 성녀처럼 묘사한다는 데서 종교적 알레고리를 깔고 있다. 구원은 쉽사리 오지 않으며 우리 모두 길 위에서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쓰러질 운명이라는 것의 비유 말이다.

 

 

운명을 비추는 수많은 길


   이 영화는 로마 북쪽의 비테르보(Viterbo)와 이 곳에서 서쪽으로 12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아브루지 주의 주도(州都) 라퀼라(L’Aquila) 등지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50년대 이탈리아의 쓸쓸한 풍경들 속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앤소니 퀸이 연기하는 잠파노의 그늘진 얼굴 표정과 펠리니의 부인이었던 줄리에타 마시나가 보여준 백치 젤소미나의 천진한 미소는 영화 역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이미지다.
  펠리니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고단한 여정을 통해 사랑을 통한 구원이 사실은 사랑의 불가능성에 대한 절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건 슬픈 사실이지만 때로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영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이름 모를 길들은 바로 그런 인간의 운명을 비추고 있는 듯 하다. 한번 지나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 만남과 헤어짐과 스쳐 지나감을 기억하지 않는 길, 그저 무심하게 있는 그 길은 우리가 마음으로 채워 넣어야 할 운명의 속내를 가리킨다. 거기에 사랑을 채워넣지 않을 때 어떤 길도 의미가 없다. 영화의 말미에 죽은 젤소미나를 추억하며 늙고 병약해진 잠파노가 해변가에서 흑흑거리며 통곡할 때 그가 깨달은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한 번 지나온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오로지 그 땅을 밟고 지나갈 때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은, 수많은 길 위에서 일어난 방랑의 흔적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다.

 

글 - 김영진(영화평론가)

 


 

흐르는 곡 - 젤소미나(Gelsomina)


영화 길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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