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자기가 당한 처지가 억울하여 혼자 울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자네가 상관헐 일이 아니니, 더 이상 묻지 말게."
갓 쓴 선비가 대꾸했다.
"흐따, 선비님께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데 어찌 모른체 헐 수 있다요? 배가 고픈디 밥 사 묵을 돈이 없소? 허면 이놈이 밥 한 끼 못 사주겄소?"
말끝에 강쇠 놈이 옆구리에 차고 있는 전대를 툭 쳤다. 순간 선비의 눈이 번쩍 빛났으나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꼴에 양반이 곁불을 쬘 수는 없다는 오기같은 것이 발동한 것이라고 생각한 강쇠 놈이 무릎 걸음으로 다가갔다.
"아, 배고픈디 양반 상놈이 따로 있다요? 상놈의 돈으로 밥을 사묵어도 배때기만 뽈록해지면 되제요. 가십시다. 여그가 인월이든가요? 제법 쓸만헌 색주가가 있다는 소문얼 들은 것 같은디."
강쇠 놈의 말에 선비가 손을 홰홰 내저었다.
"색주가엘 가겠다고? 자네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그 쪽으로는 아예 고개도 돌리지 말게. 거라지 되기 딱 알맞으니까."
순간 어떤 생각이 강쇠 놈의 뇌리를 치고 지나갔다.
'흐흐, 그렇구나. 선비님께서 색주가에 들렸다가 주머니럴 탈탈 털리고 나오셨구나.'
하늘을 향해 속으로 씩 웃은 강쇠 놈이 선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자본깨 선비님께서 색주가 계집헌테 당헌 모양이시구만요."
"허허, 이 사람,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구만. 자네, 양반을 능멸한 죄로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비의 얼굴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쩌면 이 선비가 색주가의 색시한테 몸은 몸대로 고생을 하고 돈은 돈대로 털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강쇠 놈이 큰 소리를 쳤다.
"아, 배고픈 선비님께 밥 한 그럭 사줄라고 했다고 치도곤을 맞아야헌다면 맞제라우. 좋은 일허다가 맞은 것인깨, 설마 죽은 담에라도 보갚음얼 받겄제라우."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지금 자네하고 노닥거릴 기분이 아닌깨, 물러가게."
선비가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