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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이론

검정색에 대하여

작성자사랑가득|작성시간11.04.28|조회수2,249 목록 댓글 0

검정색에 대하여


■ 검정색의 정의


색채는 일반적으로 무채색(Achromatic Color)과 유채색(Chromatic Color)으로 나뉜다. 스펙트럼의 단색에 의한 모든 색은 유채색이고 물체에 의해 단색광들이 전체가 흡수되면 검정색이 되며 전체가 반사하면 흰색이 된다.

검정색은 흰색과 함께 색채 감각이 발달하지 않았던 원시시대부터 인식되어진 색상이었으며, 색채의 3속성 중 색상은 없고 명도는 가장 낮으며 채도가 없는 일차원 색채인 무채색이다.

색의 근사치에 의해 표기된 일반 색명인 ISCC-NBS 색명법에 의하면 검정색은 Black(BK)으로 표기하며, 한국공업규격(KS A 0011)에 제시되어 있는 기본색명은 검정색이며 교육부 색상기호 표기는 B이다.

검정은 흰색과는 반대로 어느 파장에도 속해 있지 않다. 먼셀 색표계에는 N 0 이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것으로 실제로는 N 1 이 된다. 검정색은 모든 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존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무채색의 명도단계는 명도 0에서 명도 10까지 나눌 수 있지만 자연계에 현실적인 반사율이 0이라든가 100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검정색은 N 0.5 에서부터 표기된다. ISCC-NBS의 색명법의 경우 검정색은 명도 N 2.5 까지를 포함하며 한국 색채연구소는 명도 N 2.0 까지를 검정색의 범주에 넣고 있다.

페디(Peddi)라는 심리학자는 '검정색은 생리학적으로 본다면 빛의 자극이 없는 상태를 뜻하나 심리학적인 면에서는 빛의 자극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를 하나의 적극적인 자극으로 감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검정색은 색값이 없는 색채이지만 시각적으로 감지될 수 있고 여타의 다른 색들과 마찬가지로 분명하고 독특한 하나의 색채라 할 수 있다.



■ 검정색의 어원


'검다'의 어원과 어휘분화


검다는 그 어원이 불분명하여 다른 빛깔의 색채어보다 파생의 폭이 훨씬 넓다. 오늘날 검정은 '검ㄷ영'이 변한 말이다. 이 '검다'의 한자 '흑(黑)' 자도 같은 발상으로 '그을음'의 빛깔을 나타내는 글자로 쓰였고 빛이 없어 어두워진 어둠의 빛깔을 나타낸다. 이처럼 '검ㄷ영'의 빛깔을 '검(黑)+다'라는 어형으로 나타낸데서 생겨난 것이다. 또, '검다'라는 색채어의 어원은 우랄 알타이어 공통의 'kumu'와 유사한 어형을 이어받은 것으로도 보이고 '검'에 어미 '-다'가 결합한 조어구조를 이루고 여기에서 다양한 색채어휘가 분화되었을 뿐 아니라 '눈을 감다'에서 '감다'라는 동사와 '그믐'과 같은 명사로도 파생되었다.


'black'의 어원


고대 영어 'blcec'에서 온 말로 고대 독일어의 'blah black'과 동족어로 라틴어 '태우다'라는 뜻의 'flagrare'과 그리스어 'phlegein'에서 온 말이다.



검정색의 환경적 의미


■ 검정색의 물리적 특성


검정색은 명도만 가지는 단일차원의 색채로서 여러 색채들과 구분되어 명백하면서도 독특한 색채특성을 지니고 있다. 검정색은 그 색채가 단순하며, 사용된 물체가 작아 보이게 하며, 디자인 선이나 형태를 돋보이게 하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다른 색과의 배색에서 대비나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검정색은 저명도가 주는 온도감에 의해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색채 중에서 가장 무거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조형성의 범주에서 설명될 수 있는 단순성, 축소성, 강조성, 대비성, 조화성으로 구분하여 검정색의 환경적(물리적 특성) 색채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단순성


색채는 색상, 명도, 채도의 조합에 의하여 여러 가지 특성을 나타내게 되는데, 검정색은 색상과 채도에 의한 다양한 변화가 생기지 않으므로 색채 자체가 단순하다. 칸딘스키(W. Kandinsky)는 '검정색은 가장 정적인 색이며 구심적인 운동을 한다.'고 하였으며, 이것은 검정색이 복잡한 형태보다는 단순한 형태로 집중되는 것을 설명해 준다. 칸딘스키는 그의 저서 '점, 선, 면'에서 '수평선은 직선 가운데 가장 단순한 형태로서 차가움과 평평함이 수평선의 기본적인 울림이며 차고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 중에서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라고 하였으며, 수평선은 검정색으로 대치될 수 있다고 하여 검정색의 내적 울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유채색을 포기하면, 객관성과 기능성에 대한 요구가 생겨난다. 검정은 가장 과시적인 색채 포기 선언인 동시에 허영심에 대한 포기 선언이기도 하다. 그래서 검정은 가장 고귀한 색이다. 현대에 와서 자동차나 카메라, 오디오.TV 등 각종 디자인 제품에 검정색이 많이 사용된 것은 검정색이 주는 단순함이 현대인들의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축소성


색상의 운동감은 면적에 대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되어 전진색은 체형을 커보이게, 후퇴색은 체형을 작아 보이게 한다. 명도가 가장 낮은 검정색은 주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후퇴되어 보이며, 따라서 다른 색채로 된 동일면적에 비해 축소되어 보인다. 예를 들어 검정색을 배경으로 하는 흰색의 정사각형은 흰색을 배경으로 하는 같은 크기의 검정색 정사각형보다 더 크게 보이는데, 이러한 이유는 흰색은 점차 퍼져서 경계를 넘어서지만 검정색은 반대로 수축되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색의 감정적 효과에서도 검정색은 가장 구심적인 운동을 한다. 데스틸(de Stijl)의 주도자인 데오반 데스부르크(Theo van Doesburg)는 '공간의 건축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요소로서 색을 채용했는데, 높이와 길이는 빨강, 파랑, 노랑에 의해 강조되었으며 부피는 흰색, 검은색, 회색으로 인식되었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검정색은 부피의 색이며 가장 수축적인 색이다.


강조성


검정색은 그 자체가 가지는 색감이 깊이가 있으며 강한 시각적 힘을 가진다. 우리의 눈은 일상적으로 순응되어 있는 밝기에 비교하여 차이가 큰 색은 강하게 느껴지는데, 문-스펜서(Moon-spencer)는 N 5 를 순응점으로 보아 이색으로부터 밝거나 어두워질수록, 즉 명도가 높거나 낮아질수록 색이 주는 효과가 강해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시각적 무게는 중간회색이 가장 약하고 검정과 흰색은 모두 강하다. 일반적으로 고명도에 이를수록 그 색채가 주는 시각적 무게가 강하지만 검정색과 같이 아주 어두운 색채는 대부분의 경우에 배경과 대비가 되므로 낮은 명도에도 불구하고 큰 시각적 무게를 갖는다.

또한 검정색은 색의 부재라는 특징으로 인해 재질이나 선 등 다른 디자인 요소를 살리는데 효과적이다. 디테일(detail) 선이나 형태가 특이하게 디자인되어 있을 때는 그 독특함이 시선을 강하게 끌고 그것이 강조점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다른 디자인 요소의 영향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으며 검정색은 그에 가장 적합한 색채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검정색은 빛의 반사에 따른 에너지에 따라 그 힘의 정도가 달라지게 되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 물체 표면의 재질감을 강조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그림생략 - 용량이 커서 안들어가네요.



대비성


검정색은 색상대비나 명도대비에 효과적인 색채이다. 어떠한 색채가 인접색이나 먼저 보았던 색채가 색지각에 영향을 미쳐 본래의 색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을 대비라고 하는데, 검정색은 무채색으로서 유채색과의 대비에서 색상대비가 생기게 되며 흰색과의 대비에서는 더 극적인 명암대비가 나타난다. 검정색과 다른 색채와의 대비효과가 클수록 그것이 주는 시각적 무게는 커지게 된다.

칸딘스키(W. Kandinsky)는 '검정색은 가장 음향이 적은 색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색은 아무리 약한 음향을 가진 색이라도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명확하게 울린다.'고 하였고 몬드리안(P. Mondrian)은 '검정색으로 말미암아 근접색은 맑고 명쾌함을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대비효과는 배경색의 크기가 크고 중심색의 크기가 적을수록 현저하게 나타나며, 두색 사이에 간격이 있어도 나타나 간격이 커지면 감소하며, 명도대비가 최소가 될 때 색상대비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대비성은 바탕색 위에 놓인 어떤 색이 멀리서 뚜렷하게 눈에 잘 보이는 현상인 주목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색을 같은 거리에서 보았을 때 검정 바탕의 노랑 글씨, 노랑 바탕에 검정 글씨, 검정 바탕에 흰 글씨 순으로, 검정색을 바탕으로 했을 때 주목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화성


검정색은 색의 대비에서뿐만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색채가 만났을 때 미적 효과를 높여주는 색채 조화에서도 주된 역할을 할 수 있다. 검정색은 무채색과의 조화나 여러 가지 유채색이 함께 사용될 때 전체 느낌을 조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검정색과 무채색의 명도대비는 유채색과 달리 단정적이고 경직된 오류를 범하지 않고 추상적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검정색은 무채색으로 된 디자인에 변화의 느낌을 주어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다. 검정색, 흰색, 회색의 배색은 명도의 연속으로 디자인에 안정감을 줄 수 있으며, 검정색은 무겁게, 흰색은 가볍게 보이므로 구축적으로 질서가 잘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흰색은 근접한 색의 명도를 약화시키는 반면에 검정색은 근접한 색을 한층 밝게 보이게 한다. 몬드리안(P. Mondrian)은 화면을 분할하여 안정과 명쾌함을 가져오는 뚜렷한 선으로 검정색을 사용하였는데, 이 때 검정색 선으로 인해 나누어진 여러 원색들은 더욱 선명하게 보이며 전체적인 느낌이 산만하지 않고 조화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검정색은 화려한 자수, 의상, 도자기 등 여러 민족의 민속예술품에 다른 원색들과 함께 원시적 환희를 느끼게 하는 색상으로 자주 사용되어 왔다.

한편 색채의 배색시 두 색채의 짝맞춤이 조화되지 않을 때에 그 사이에 흰색이나 검정색 등의 무채색을 놓으면 보다 잘 조화되는데, 이것은 대립이 강한 색상간의 거리를 유지시킴으로써 각각의 색상이 가진 에너지가 무채색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이다.

명확하지 못한 배색, 불쾌한 대비효과를 가지는 배색의 경우 그 두 가지 색채 사이에 검정색을 놓아서 분산시키면, 검정색이 서로 격렬한 대립을 하고 있는 색들 사이를 약화시키는 중화제의 역할을 하여 배색에 명확성을 줄 수 있으며 이를 세퍼레이션(sparation) 효과라고 한다.



                                                              검정색의 생활 속에서의 역사적 의미


문화/ 예술의 영향


무채색은 산업혁명 이후 모던한 색으로 인식되어 사용되었다. 무채색이 모던한 색을 정착되는데는 문화/ 예술적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러시아 발레단의 공연에 의한 동양풍의 유행과 아르데코의 영향, 인테리어 색채의 영향, 대중문화의 영향,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들 수 있다.

20세기는 아르누보의 영향과 함께 시작되어 색채에 있어서도 자연주의적 개념이 반영되어 파스텔조의 색채가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 1909년과 1916년 두 차례의 러시아 발레단의 공연은 동양풍 색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르데코(Art Deco)


1925년 파리에서 열렸던 장식미술 전시회(Exposition des Art Decoratif)에서 유래한 아르데코(Art Deco)의 검정색, 금속색조와 화려한 색채, 흑인미술과 재즈문화의 영향은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새로운 색채의 부흥을 야기 시켰다.

아르데코의 색채는 흑인 예술의 도입으로 인해 검정색을 현대의 미로 정착시켰다. 특히 검정색은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를 주면서 다른 색과의 배색시 강하게 대비를 이루어 현대적이고 대담한 느낌을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옵 아트, 팝 아트, 미니멀리즘과 같은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예술사조가 크게 성행한 60년대는 단순성, 순수성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색채에 있어서도 검정색이나 흰색 등의 단색 사용이 나타났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도의, 최소의, 극미의' 뜻으로서 건축분야에서 사용된 용어였으며, 60년대 후반의 미국의 예술가였던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와 도널드 주드(Dolnald Jude)가 최소한의 소재를 사용한 평면과 입체를 제작하여 미니멀 아트라 한 것이 시초이다. 미니멀리즘의 특징은 극단적인 단순성과 간결성, 기계적인 엄밀성, 명료성을 들 수 있다.


사회/ 사상의 영향


기능주의(Funtionism)


1906년 뮌헨에서 설립된 독일 공작연맹(DWB)의 전체적 분위기는 수공예품은 제외시키자는 것이었고, 그들의 설립목적도 예술과 산업을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영국에서도 1915년, 산업디자인협회(DIA)라는 단체가 설립되어 기계주의자들의 '적합성''경제성' 원칙을 받아들였으며, '기능주의적' 이념에 집착해 있었다.


페미니즘(Feminism)


페미니즘은 프랑스 혁명과 때를 맞추어 영국 최초의 페미니즘 이론가인 매리 월스톤크라프트(Mary Wollstonecraft)가 1790년 여성의 권리 요구를 발표한 후, 서구 문명의 주역인 백인 남성에 대항하여 새로운 가치를 주장한 여성운동으로 1913년 이후 비로소 페미니즘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남녀는 평등하다는 개념으로 성별의 동질성을 주장한 초기 페미니즘과 비판과 저항정신에 입각하여 여성의 성을 축으로 성별의 이질성을 주장하며 1960년대 이후 전개된 후기 페미니즘을 나눌 수 있다. 페미니즘 운동은 60년대 이후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었는데, 성의 문제를 계급의 문제에 교차시키면서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유물론적 페미니즘과 여성의 생리학적 본질을 인정하고 여성의 특성을 강조함으로써 남성과의 구별과 분리를 주장하는 본질적의적 페미니즘으로 나뉘게 된다. 이런 경향은 70년대에 와서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었는데 성 해방이 진전되고 여자의 능력이 사회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하였다. 


실존주의


안정과 번영의 시기에 나타나는 밝은 색채와는 달리 60년대 초기에는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사조인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검정색이 유행하였다. 비트는 '계속하여 세게 친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1950년대 미국 대학 캠퍼스의 학생과 지식인, 예술가를 중심으로 나타난 집단인 비트족(Beats)은 미국 사회에서 생활의 단조로움, 사회전체에 만연된 순응주의, 정치의 무의미성, 진부한 대중문화의 현실을 경멸하였다. 실존주의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유행하는 철학이 되었고 실존주의 세계관은 의복에서도 표현을 얻어 실존주의자들은 검은 옷을 입었다.


허무주의


20세기 이후 도시집중 현상에 따른 인구의 이질성, 유동성이 복잡한 사회구조가 소외감과 좌절, 허무주의를 유발하였다. 또한 소외감과 무관심 속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일탈행동(deviant behavior)이 일어났다. 런던에서 나타난 펑크족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파괴적이며 기괴함을 나타냈는데, 그들은 검정색을 사용해 죽음, 절망, 공포, 공허를 표현하여 허무주위, 폭력을 극적을 나타내었다.


정치/ 경제의 영향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정치상황이나 국가의 경제적 영향력이나 세계 경제의 불황 또는 경기 활성 등은 시대의 유행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영향은 색채에도 나타나 불안정한 사회상황에서는 가라앉은 어두운 색이 유행하고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대의 색채는 밝아지게 된다.


정치


2 세계대전이 있기 바로 직전의 1930년대는 1929년의 뉴욕주식폭락으로 인한 경제공항, 실업자의 팽배로 인해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였다.


경제


유행 색채의 변화는 경제적 영향에 의해서도 변화하는데 1980년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일본풍의 의상과 문화가 크게 영향을 예를 있다. 일본풍의 무채색, 밝고 화려한 색상보다는 동양 특유의 정서와 어울린 어둡고 탁한 검정색, 회색, 감색을 유행시켰다.


검정에 대한 연령별 선호도의 차이

 

검정은 남자와 여자의 10%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며 연령별 선호도의 차이가 가장 큰 색이다.  또한 검정을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선택한 사람들의 비율도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25세까지의 2%, 50세 이상의 11%가 검정을 가장 싫어한다고 대답했다. 검정에 대한 반응이 연령별로 크게 달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사람들은 검정을 보면 유행하는 옷, 값비싼 자동차를 생각하지만 늙은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검정은 빛을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젊은이가 입으면 청춘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고 나이 지긋한 중년이 입으면 축 처진 턱, 주름살이 더욱 확연하게 보인다. 검정은 나이를 폭로하므로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검정을 입으면 더 늙어 보인다.         


‣  가장 좋아하는 색의 연령별 변화

  연령  색

14~25세

26~49세

50세이상

검정

15%

8%

6%  

파랑

52%

41%

38%

빨강

8%

12%

20%

노랑

4%

7%

7%

분홍

1%

2%

5%

        

  연령  색

14~25세

26~49세

50세이상

검정

20%

9%

0%  

녹색

12%

16%

20%

빨강

8%

12%

17%

노랑

5%

6%

8%

보라

2%

3%

5%

                여성의 경우                            남성의 경우

‣  가장 싫어하는 색의 연령별 변화

  연령  색

14~25세

26~49세

50세이상

갈색

10%

22%

20%  

분홍

25%

16%

8%

회색

10%

12%

10%

노랑

8%

8%

4%

검정

3%

5%

12%

      

  연령  색

14~25세

26~49세

50세이상

갈색

16%

26%

26%  

분홍

29%

17%

7%

회색

9%

11%

20%

검정

2%

8%

10%

금색

5%

2%

1%

               여성의 경우                               남성의 경우

검정색의 심리적 의미


긍정적 이미지


위엄/ 무게감/ 강한 이미지


검정색은 그 자체만으로 다른 유채색과는 달리 무게감을 가지고 강한 이미지를 준다. 특히 검정색은 심리적으로 남성다운 위엄 있는 효과를 준다.

만약 검정색 열차가 있다면 그것의 이미지는 속도감이 없고 무거운 느낌만 들게 하는 오래된 열차의 이미지일 것이다. 즉 검정색은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며, 인생의 끝에 도달한 듯한 궁극적인 색, 또는 부동, 불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왕조 중 진시황제가 검정색을 선호하였는데 그 이유는 검정색은 당당하고 힘이 있으며, 엄숙하고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거창한 것을 좋아하는 황제의 색 취향과 잘 어울리는 색이라 할 수 있다. 즉 검정색은 천자의 색으로 여겨졌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도 검정색을 즐겼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당시에는 사치스런 격식에 따라 대형 검은색 리무진을 만들었으며, 검은색 타이를 매고 참석하는 저녁파티가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의 경우 법관의 색은 검정색이다. 이는 검정색의 위엄성과 무게감을 내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제 시대 이후 검정색의 법복을 착용하고 있다.


엄숙한/ 진중한 이미지


검정색은 엄숙한 종교적인 진중한 색이다. 흔히 속세를 떠나 도를 닦는 사람들이라면 검정색의 옷을 걸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때문이며 탈속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세속이 미치지 않는 도가적인 이미지의 색이 연상되어 오묘함이 깃들이기도 한다. 수녀복이나 신부복이 검정색으로 되어있는 것은 세속적인 것에서 탈피하여 엄숙하고, 절제된 금욕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고급스러운/ 모던한 이미지


검정색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야성미와 세련미 있는 하나의 유행색으로 정착되었으므로 20세기의 색이라고 할 수 있다. 검정색의 미가 현대의 미로 정착하는데 영향을 준 것은 흑인예술의 도입, 흑인댄서 베커(Beker)의 등장과 기능주의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장식을 절제하고 색을 부정하려던 것이 더 높은 수준의 장식으로 변하여 절제된 부분을 강조하는 색으로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활자는 현대적인 문명의 하나이며, 인쇄활자의 검정색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준다(Marshall Editions Limited, 1988). 현대에 들어서 활자는 미술영역에서 타이포그래픽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개척되었는데, 마리니티(F.T.Marinety)가 시끌벅적한 조합에서 문자를 문어의 구성요소로서의 기능에서 분리하여 시각적인 타이포그래픽상의  배열로 희화적인 사용을 발표한 것과 같이 이러한 현대미술에서의 활자의 검정색은 현대적인 이미지를 준다.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검정색이 잘 사용되는 또 다른 예는 검정색  포드 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검정색은 신비, 세련됨, 경험을 표현하는 색으로 헨리 포드에 의해 제작된 검정색 자동차는 1920년대 당시 미국에서 대표적인 현대문명의 산물이었고, 70년대까지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으며 흰색, 은색, 회색과 함께 사용되어 고가품의 상징색이 되었다. 검정색은 그 자체는 화려함이 부족한 색이나 검정색의 대비, 분리 효과는 다른 색과 배색시 강한 대비를 이루어 현대적이고 대담한 느낌을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양의 화려한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면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돌려 돋보이게 함으로써 장중하면서도 화려함의 이미지를 주고 있다.


■부정적 이미지


음산한/ 불길한/ 부정적인 이미지


검정은 빛이 없는 상태이고 이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지 속에서 불길함을 나타낸다. 밤은 어두운 색이므로 보이지 않는 음산한 이미지를 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만물은 어둠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밝음이 희망과 생명력을 의미한다면, 어둠은 좌절과 죽음, 공포 등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검은 날에는 불행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주식거래소는 ‘검은 날’에 휴장하곤 한다.” “ 검은 고양이가 왼쪽에서 나와 앞을 가로질러 가면 특히 나쁜 일이 생긴다.” “ 검은 암소나 늙은 여자(늙은 여자는 늘 검은 옷을 입었다)도 다가올 불행을 말해주는 징표이다.”“ 새까만 까마귀도 불행의 화신이다.” 이처럼 검정은 불행을 가져온다는 미신들로 인해 불길한 색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인도 사바신의 왕비인 대여신 샤크티(Chaketi)가 가지는 이름 중 하나인 칼리(Cali)는 검정색이며 이는 냉혹하고 무자비함을 의미한다. 검정색이 절망과 악의를 나타내는 것은 블랙볼(blackball : 반대투표를 한다는 뜻), 블랙메일(blackmail : 공갈이라는 뜻), 블랙리스트(blacklist : 요시사찰인 명부를 뜻함) 같은 말에도 나타난다. 또한 검정색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의 흰옷을 무언의 항거,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였으며 백의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사람들의 흰옷에 검정물을 끼얹은 것에서도 볼 수 있는데, 우리 민족의 백의 숭상에 대해 더럽혀진 검정물은 오염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 검정색은 범죄자나 정신의학적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을 숨기는데 사용하는 색이다. 이는 검정색의 어둠의 이미지와 죄악의 부정적 이미지를 나타낸다.


죽음(종말)의 이미지


모든 것은 검정으로 끝난다. 부패한 고기는 검게 변한다. 식물이나 치아가 썩어도 검게 된다. ‘검게 화를 낸다.’는 말은 죽도록 화를 낸다는 뜻이다. 이처럼 검정색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색이다. 스위스의 의학자이자 화학자인 파라셀수스(Paracelsus)는 흰색은 생명의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검정색은 죽음의 본성을 지니고 있고 죽음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그 어두움의 속성과 힘인 것이라고 하였다. 검정은 곧 죽음의 모습이기 때문에 원시인들은 동족의 죽으면, 자신들의 치아를 검게 물들였고, 체로키족의 문화에서도 검정은 죽음을 상징한다. 서양의 종교복식에서도 검정색은 비탄과 슬픔의 색으로 죽음과 고난을 상징하므로 장례 미사나, 재해를 위한 미사, 연 미사 등에 사용하며, 장례식에 검정색 옷을 입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에 동양에서의 상복은 흰색이지만 저승사자와 같이 두려운 죽음을 표현하는 것에는 검정색을 사용한다. 영화 '사의 찬미'에서도 물에 떠있는 검은 물체로 주인공 윤심덕의 자살을 암시하여 다가올 죽음을 상징하였다. 따라서 검정색은 주검의 색이므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는 검정색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검정색은 회화작품에서도 나타난다. '검은 그림(Las Printuras Negras)'에서 고야는 잉크를 써서 심도 깊은 검정색과 분노에 찬 주제들을 표현하였다. 그는 뀐따의 벽화에서 흑색을 배경으로 괴기한 형태의 그림을 그렸는데 이는 노년과 죽음을 상징하였다. 고야의 '새턴'은 고야의 무의식의 세계와 연관되어 괴물, 유형, 마녀 등 억압된 자아의 표출이라고 하였으며, 고야의 블랙 페인팅 작품들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병과 노년, 반복되는 정치 사회의 혼란과 공포에 대한 표현이었다. '마녀들의 연회'에서 검정색 그림의 음산함이 나타나며, 절망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표현주의 화가인 뭉크(Edvard Munch)가 "나의 과정은 병과 죽음의 과정이었고 나는 이 불행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죽음은 나의 예술에 결정적인 것이다."라고 하였듯이 그의 작품에서 검정색은 죽음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고독/ 슬픈/ 반항적인 이미지


검정색은 고독과 우울함의 색이다. 서양의 재즈는 흑인 음악으로 흑인의 암울하고 압박된 상황과 슬픔, 고독감을 표현하기 때문에 우울함의 색으로 표현된다. 블랙 커피는 심리학적으로 고독을 나타낸다. 커피의 원두가 검정색이므로 서양에서 커피는 검정색으로 여겨지고 우울한 고독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검정색의 슬프고 우울한 이미지는 낭만주의 시대의 시인 보들레르의 대표시 '악의 꽃''spleen(우울)' 에서의 '검은 햇빛' 또는 '검은 기' 등의 시어에서 검은색은 어둡고 불행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검은 햇빛이란 빛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희망이 없는 상태를 함축하고 있으며, '우울'한 이미지를 내포한다. 우울하고 희망이 없는 검정색의 이미지는 1960년대의 비트(Beat)족의 복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월남전,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 사회 전체에 만연된 순응주의에서 오는 사회적 회의와 현실의 경멸에 대한 우울함과 사회 반항의 의지를 검정색으로 나타냈다.


■검정색의 서양/ 동양에서의 이미지


검정색은 전통적으로 죽음, , 공기, 북쪽, 낮은 계급을 상징한다고 하였으며, 검정색의 상징성은 크게 죽음, 억압된 자아의 표출, 현대성으로 요약할 있다.

색이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여러 가지 감정은 보는 사람들의 주관에 의한 것으로 개성적인 느낌이나 그때의 감정 등에 의한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공통점도 많다. 어떤 문화에서 애용되는 색이 다른 문화 속에서도 반드시 애용된다고는 없지만 공통 문화권에서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통된 색채감정을 갖고 있는 일이 흔히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실용적인 색인 검정을 좋아하지만, 미국인에게 있어서는 불길한 색이나 () 나타내는 색이므로, 즐거운 색이 아니다.

검정색은 부정적인 상징과 연상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서양과 동양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에 와서는 단순성과 현대성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색채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서양에서의 검정색 이미지


'이미지, 심볼 사전'에 의하면, 서구문화에 있어서의 검정색의 상징적 의미는 흙, 비옥, 죽음, 상복, 풍요, 부패, 밤, 자궁, 실수, 무지, 지혜, 악, 죄, 악마, 미신, 슬픔, 위험, 비탄 등으로 나타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검정색이 생명의 뜻을 지닌 색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어두움에서 새날이 밝아오는 것으로부터 얻어진 정서적인 반응의 결과였으며 그래서 검정색은 생명의 근원인 비옥한 땅을 의미하기도 했다. 죽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검정색은 16세기 영국 왕실에서 상(喪)중에 검정색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 기원이 되어 현재까지 서양에서는 검정색이 상(喪)을 상징하고 슬픔을 표시하는 색채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유행색 협회의 마가렛 왈치(Magarette Walch)에 의하면 '색은 경제를 반영하며, 경기가 나쁠 때는 이른바 '불경기 색깔'이라고 불리는 색들을 흔히 접하게 되며, 그 대표가 검정과 갈색이다.'라고 하였다. 검정색과 남색 등 짙은 색감은 움츠러드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계열의 옷을 입으면 차분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은 다소 내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하지만 세련되어 보일 수 있다.

검정색은 20세기에 들어서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상(喪)에 대한 중요성이 경시되면서 상복 또한 이전보다는 그 중요성이 감소됨에 따라 슬픔보다는 분노, 공격, 반항을 나타내는 색채가 되었다. 더욱이 현대에 이르러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부터 검정색은 자연의 색조보다는 인공적 창조물들과 잘 어울리는 도시 환경의 색상이 되었고 전세계가 선호하는 색상이 되었다.

그러나 서양, 그리고 같은 대륙에 위치하면서도 나라별로 검정색에 대한 다른 이미지를 가지기도 한다. 독일인들이 깊은 진리에 도달하면 검정색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백색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독일의 국기에는 검정색이 포함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국기에는 백색이 포함되고 있다. 이전의 독일 수도였던 베를린에서는 검정색과 백색, 진회색과 백색으로 조화된 대비감이 강한 무거운 느낌의 빌딩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이러한 딱딱한 느낌의 빌딩들은 많지 않다. 이렇듯 라틴계가 보편적으로 부드러운 색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는 반면, 게르만 민족은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의 검정색에 매료되고 있다. 자연환경적으로 독일은 매우 진한 녹색 계통의 숲들이 많다. 이러한 검은 숲의 풍토에서 살아 온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검정색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양에서의 검정색 이미지


동양에서 검정색은 보다 긍적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왔으며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일본의 예술이 색의 예술로 일컬어지듯이 일본 복식의 두드러진 미적 특성은 다양한 색채사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사계급인 사무라이는 기꺼이 죽음을 감수하는 정신을 소유해야 했는데 그것의 이미지와 색채가 검정색으로 표현되어졌고, 이 검정색은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면서 일본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색채의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한편 한국인은 색채를 감각-지각적 체험에 바탕을 두지 않고, 음양오행적 우주관에 바탕을 둔 오정색(적, 청, 황, 백, 흑), 오간색(홍, 벽, 녹, 유황, 자)의 10가지 색을 기본색으로 인식하였다. 한국인은 이러한 이치에 따라 색채를 선별적으로 생활에 사용하여 금채색 사상 때문에 백색과 흑색에 이르는 회색조의 무채색을 생활의 주된 색으로 사용하였다.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검정색은 예로부터 선비의 갓, 먹, 간장, 숯 등을 통해 나타난다. 한국의 갓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머리에 썼던 검은 빛의 갓, 즉 흑립이다.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조화된 간결한 형태와 이를 감싸는 고결하고 엄격한 검정색은 선비의 기품이자 멋의 상징이었다. 또한 벼루의 물을 붓고 갈아서 찍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때 쓰는 선비들의 물감인 먹은 화려하지는 않으나 오래되어도 변치 않는 색채이다. 흰 종이 위에 단정히 내려쓴 글씨의 먹빛이야말로 선비의 지조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색이었다. 간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가장 기본적인 양념의 하나로, 예로부터 장을 담글 때는 몸을 정갈히 하고 부정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않았으며, 침이 튀지 않도록 입에는 창호지를 바르고 담갔다고 한다. 이같은 간장의 검정색은 아직도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빛깔이자 정성이 가득 베인 색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숯을 사용한 것은 2600년 전부터이며 취사와 난방에 가장 좋은 재료였으며, 숯은 더러운 것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다. 옛날 우리 민족은 간장을 담글 때는 숯 몇 덩어리를 간장 독에 띄웠으며, 숯의 검은색에는 더러운 것을 물리치고 주변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어 아기가 태어난 집에 금줄을 문간에 걸 때 숯을 끼우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음, 엄숙, 밤, 세련, 장례식, 어둠, 정장, 주검, 공포, 마귀할멈, 비애, 부정, 영원, 신사복, 상복, 숯, 석탄, 무한, 절망, 침묵, 죄, 구구, 아스팔트, 머리카락, 허무, 신비적, 자동차, 자장면, 축소 등의 단어에서 검정색을 연상하며, 또한 '고급스런''불안한' 등의 이미지어에서 검정색을 떠올린다.


■검정색과 다른 색과의 관계


부정의 색, 사랑을 미움으로 바꾸는 검정

 

사랑 : 빨강 75%, 분홍 7%           미움 : 빨강38%, 검정35%, 노랑 15%


검정은 화려한 색의 긍정적인 의미를 그 반대로 변화시킨다. 검정의 이 특성은 대단히 이론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근본적이며 실제적인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검정은 낮과 밤의 차이를 만들고 그를 통해 선과 악의 차이를 만든다.

빨강은 사랑이다. 하지만 빨강과 검정은 그 반대인 미움을 나타낸다. 미움이 격화되어 잔혹성을 띠며 폭력화되면 검정-빨강-갈색이 된다. 가치의 전환 , 바로 여기에 검정의 가장 커다란 영향력이 있다.


파시스트의 검정, 잔혹한 검정

 폭력, 잔혹성 : 검정 47%, 빨강 20%, 갈색14%


검정-빨강-갈색은 폭력과 잔혹성이 색조이다. 1919년 이탈리아에서 검정은 파시스트 운동의 색으로 처음 등장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검은 옷, 그것은 모두가(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조직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검은 제복은 또 조직의 규모가 방대하다는 인상을 불러 일으켰다. 검정은 위대함의 색이며 남성적인 색이기에 이런 맥락에서도 파시즘이 이념에 부합했다.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치 조직은 죽음의 상징색을 즐겨 이용하는데, 자신의 확신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명이라도 희생시킬 자세가 되어 있다는 표현이다.


검정과 노랑, 이기심과 죄

이기심 : 검정 20%, 노랑 16%, 빨강 14%, 보라 12%, 금색 9%

훼   절 : 검정 28%, 노랑 24%, 보라 17%


검정-노랑은 매우 부정적인 색조이다. 검정과 결합하면 그 부정적 의미가 더욱 짙어진다. 검정-노랑은 이기심, 훼절, 거짓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검정-빨강이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더 강하게 비난받는 감정이다. 노랑 바탕에 검정으로 표시된 표지판은 경고의 신호,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염려를 나타낸다.


비밀스럽고 내성적인 검정과 보라

비밀스러움 : 검정 33%, 보라 28%, 은색 10%, 금색 8%

마         법 : 검정 48%, 보라15%, 금색 10%

내   성   적 : 검정 20%, 파랑 18%, 회색 16%, 은색 10%, 보라 8%


검정-보라는 그다지 부정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색조이기 때문이다. 밤하늘은 검정의 색조이다. 검정-보라는 비밀스러운 색, 마법의 색이다. 하지만 마법의 연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검정이 아니라 보라이다. 연금술은 원래 ‘검은 예술’이다. ‘연금술alchemie'의 ’ ‘chemie’는 아랍어로 검정을 뜻한다.

검은 마법black magic은 악마의 힘을 불러낸다. 검은 미사는 악의 도움을 믿고 기원했던 자들이 울렸던 숭배의식이다. 마법은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검정-보라의 색조는 자연의 은폐된 힘을 상징한다.


색이 감정과 이성에 미치는 영향


색은 그 자체로 사람의 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여러 가지 구체적, 혹은 추상적인 연상을 일으키고, 인간사 전반에 걸친 상징에도 무수히 쓰여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색은 빛이다. 고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과 연관되어질 수밖에 없다. 즉, 색은 인간의 개성, 꿈, 욕망 등을 상징한다. 또한 인간의 감정 표현이나 행동을 도와 삶에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하지만 방해 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에너지를 고갈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일상은 색깔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 과정은 무의식중에 본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색에 대한 욕망은 사실상 잘 의식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적 색채 코드는 내면의 감정적, 육체적 욕구를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방향적 지표가 된다.

그 동안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색과 감정의 관계는 우연이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일생을 통해 쌓아가는 일반적인 경험, 어린 시절부터 언어와 사고에 깊이 뿌리 내린 경험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색과 감정의 관계는 심리학적인 상징과 역사적인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창의성의 3분의 1은 타고난 재능이고, 두 번째 3분의 1은 그 재능을 개발해 주는 주위환경의 영향이며, 나머지 3분의 1은 창조적 영역에 관한지식이다. 그러므로 색의 일반적인 영향과 상징을 알면 타고난 재능에만 의존하는 사람보다 늘 앞서게 되며 목적에 따라 적절한 색을 사용할 수 있어서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뿐만아니라 감정을 조화롭게 유지하고 삶의 지향점을 만들며, 신체에의 질병을 치유하는 등 우리의 삶에 중요한 요소들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패션색채계획을 위한 검정색의 색채특성/ 송금옥/ 연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0

무채색의 색채 이미지와 복식 디자인/ 윤지윤/ 연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998

색채, 환경, 그리고 인간의 반응/프랭크H. 만케 저/ 최승희,이명순 역/ 도서츨판국제/ 1999

실용색채학/ 박종서 저/ 도서출판/ 2000

색채심리와 디자인/ Deborah T. Sharpe 저/ 수림문화사/ 1996

색의 유혹(재미있는 열세가지 색깔 이야기 Ⅰ,Ⅱ)/에바 헬러/예담출판/2002

Color는 Doctor/스에나가 타미오/예경/1988

색채심리/스에나가 타이오/예경/2001

내 삶에 색을 입히자/하워드 선 외/ 예경/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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