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그레코의 [사도 베드로와 바울] Apostles Peter and Paul

엘 그레코 El Greco의 "사도 베드로와 바울" Apostles Peter and Paul
이 그림은 커다란 미술관에서는 지나치기 쉬운 유형의 작품이다. 엘 그레코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큰 미술관에는 성인들을그린 작품들이 많기때문에, 자칫하면 작가 이름만 확인하고('아, 엘 그레코의 작품이구나' 정도)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화가의 관심은 베드로나 바울의 '성자다움'이 아닌 다른 데 있음을 알수 있다. 그의 관심은 좀더 복잡하고 급박한 것이다. 우선 엘 크레코는 두사람의 인간적인 차이에 관심이 있다. 바울은 지적이고 뜨거운 사람으로, 활동적이고 정열적이며 정력적이다. 그는 한손으로 경전을 짚으며 우리를 이해시키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손도 긴장돼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마치 정신의 칼날인 양 예리한 손가락이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만큼이나 빛나고 있다. 넓은 이마는 지적인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크고 각진 귀는 설교자란 무엇보다도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 주는 듯하다.
그림의 중앙 부분에 함께 그려진 두 개의 손은 둘사이의 대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바울의 손이 희고 정열적인데 반해, 베드로의 손은 검게 그을은 노동자의 손이다. 그는 한 손을 차분하게 쥐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권위를 나타내는 열쇠를 들고있다. 베드로는 열쇠를 차분하게 잡고 있는데, 손가락을 열쇠의 홈 부분에 대고 손잡이의 고리를 쥐고 있다. 베드로는 기도하는 삶을사는 평화로운 사람이다. 베드로의 얼굴은 회색빛 수염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엘 그레코는 두사람의 몸이 하나의 틀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를 보완해준다. 이러한 상호의존 때문에 둘사이에 균형이 있을수 있는 것이다.
엘 그레코는 뭔가 심오한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들은 열정을 가지고 결정하는부분과, 지혜와 사랑에 의존하는 경우 모두를 필요로 한다.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부분돌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혜롭고 부드러운 부분이 지켜줘야하는 것이다. 엘 그레코가그린 것은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베드로와 바울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그림의 뒤쪽에 있는 밝은 빛, 바로 열려진 문이다. 이 그림은 우리들에게 그 문을 통과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볼수록 그 문은 더 크게 열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