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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새파란 정식 프랑스식(à la françoise)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읽던 책을 손에 들고서 온화한 눈길로 화면 저편을 바라보고 있다. 잔잔한 꽃으로 장식한 다갈색 머리의 헤어 스타일은 자연스럽고 단순하다. 극작가 몰리에르가 연극 [타르튀프]에 ‘내가 보지 못하도록 그 아름다운 가슴을 부디 가려주오’라고 격정적 대사를 넣은 것처럼 도자기와 같은 흰 가슴을 하고 있으며, 예법에 맞게 타이트하게 착용한 보디스는 연한 파스텔조의 분홍 리본들로 장식되어 있고 양손 손목엔 진주 팔찌를 하고 있다. 그녀는 책을 읽다 말고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기대어 편안히 앉아 있으며, 그 화사함은 배경의 깊은 색조의 푸르스름한 어둠과 대조되어 더욱 빛난다. 전체적으로 차가운 은빛, 부드러운 장미빛, 밝고 선명한 파랑부터 어두운 푸른빛까지 고루 안배되어 있어 초상화에 스며들어 있는 세련된 프랑스풍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루이 15세의 정부 – 빛나는 미모의 지적인 여성
 마담 드 퐁파두르는 어떤 여성이었을까? 그녀는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였다. 가장 이른 시기의 초상화에 보이는 젊은 모습은 한송이 분홍 장미처럼 우아하다. 그녀의 모든 초상화들은 로코코 그림답게 혹은 패션화보의 모델처럼 그저 “예쁘다”. 그렇다면 건너뛰어 말년의 모습은? 퐁파두르는 급성 폐렴으로 불과 42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드루에의 초상화는 풍만하고 상냥한 부인이 타피스트리 기구를 앞에 두고 서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죽음을 앞둔 시점에 시작되어 사후 완성되었다. 세월은 젊음과 미모를 앗아갔지만 온화하고 생기있는 눈동자는 여전하다. 모든 초상화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물들, 즉 책과 악기, 그림 등 지적인 삶을 이루는 모든 물건에 편안하게 에워싸여 있으며 언제나 차분하고 신뢰감 어린 눈빛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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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부셰, 프랑수아 위베르 드루에, 캉텡 드 라 투르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은 모두 마담 드 퐁파두르를 ‘벨 사방’ 즉 ‘미모의 지식인 여성’으로서 그려냈다. 이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18세기는 살롱의 시대였다. 당시 여성들에겐 대학 진학이 불가능했지만 여성들이 무지한 것은 아니었다. 상류층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 개 국어, 철학, 역사 등 인문학과 악기연주와 성악을 비롯한 음악 및 무용 그리고 소묘나 드로잉과 같은 미술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 개중엔 철학자 볼테르의 연인이었던 샤틀레 부인처럼 전문적인 학자나 다름없는 여성들도 있었다.
살롱을 통해 수많은 학식있는 여성들이 활동했는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여주인과 재녀들은 ‘박학한 여자(또는 여학자)이란 뜻의 ‘팜므 사방 femme sçavante, 벨 사방 belle sçavante’ 혹은 ‘팜므 드 퀄리떼(재능있고 특출난 여성, femme de qualité)’ ‘프레시외즈(precieus, 귀한 숙녀)’로 불리웠으며 대개 여주인과 재녀들로 계몽 지식인들 및 예술가들을 초대하고 후원했다. 마담 드 퐁파두르의 평생의 멘토였던 마담 드 테생, 마담 드 조프랭 뿐만 아니라 마담 드 셰비녜, 마드무와젤 레스피나스, 마드무와젤 스퀴데리, 네케르 부인, 데팡 부인 등 일일이 손꼽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팜므 사방들이 있다. 퐁파두르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벨 사방으로서 시인 페트라르카 이래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이상적인 미녀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라우라 La Belle Laure’로 불리며 찬미되었다. 책과 악기로 에워싸인 모든 마담 드 퐁파두르 초상화들은 전형적인 ‘벨 사방’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고의 지위에 오른 마담 드 퐁파두르
 초록 드레스를 입은 초상화는 가장 화사한 모습중 하나다. 프랑스식의(à la françoise)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예쁜 여인이 읽다만 책을 들고서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기대어 편안히 앉아있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이 푸른 실크 드레스는 잔잔한 장미 꽃송이로 우아하게 장식되어 있다. 양손 손목에는 진주 팔찌를 하고 있고, 쿠션에 기댄 채 읽던 책을 늘어뜨리고 있는 쪽의 자그마한 탁자는 서랍이 살짝 열려 있고, 그 위로 편지봉투 및 촛대, 편지를 봉하는 봉납인장, 잉크병, 깃털 펜 등이 눈에 띄어 편지가 그녀의 중요한 일과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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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부셰 [마담 드 퐁파두르 초상] 1756 201x157cm, 캔버스에 유채, 뮌헨 알테 피나코텍 고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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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발치에는 드로잉과 판화 도구가 떨어져 있어 모델의 그림과 판화에 대한 취미를 말해주고 있다. 뒤편에 거울과 함께 시계를 장식하는 큐피드 조각상이 있다는 것은 마담 드 퐁파두르가 종종 비너스로 찬미되기도 했다는 사실의 암시이다(루이 15세는 잘생긴 왕으로 어린 시절부터 종종 큐피드에 비교되고는 했다). 이 모든 것에 한 가닥 향기를 더하는 것은 마담 드 퐁파두르 초상화에서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장미 꽃송이들이다. 장미는 푸른 드레스와 보디스의 장식으로 흩뿌려지고 책 위에도 놓여 향취를 더한다. 배경에 놓인 금장식 시계로 미루어 볼 때 책을 읽으며 빈 시간 무엇인가 대기하고 있던 와중 문득 고개를 들어 눈길을 던지는 마담 드 퐁파두르의 모습이다.
초록 비단 드레스의 마담 드 퐁파두르는 어느 초상화보다 생기있으며 확고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역시 ‘벨 사방’의 모습이다. 후작부인의 작위를 받아 국왕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로 승인되고 난 후(1745), 이어서 공작부인(1752)으로 승격해 당시 여성으로서 성취할 수 있는 최고 권력에 올라섰을 때의 모습이다. 그에 더해 베르사이유의 수석 레이디(사라진 직책이라 번역되지 않지만 굳이 번역하자면 왕비 바로 다음가는 (여성) 총리에 해당하는 자리. 직속 정무수석 정도 될까? 이 직책의 레이디는 왕비의 거처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다)로 임명되기도 했다. 책을 들고 느슨하고 자연스럽게 기대앉은 자세는 몸을 곧추 세워 앉거나 서있는 일반적인 딱딱한 왕가 초상화 관례와는 구별되는 요소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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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사방 모습의 초상화들이 그려질 시기 마담 드 퐁파두르는 삼십대에 접어들었고, 왕과 침실을 나누는 의무에서는 벗어났으나 아름다움에 있어서나 삶의 윤택함과 권력에 있어서 가히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매력도 더 이상의 성취도 없으며 최상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반증이라도 하듯 마담 드 퐁파두르는 왕비 마리 레슈진스카의 내실 바로 곁방에서 왕명을 대기하는 가운데 읽다만 책을 들고서 물끄러미 차분히 빛나는 눈길을 던지고 있다.
프랑스 왕이 사랑한 여인들
 일반적인 왕족급 초상화 관례와는 다소 다른 이러한 ‘팜므 사방’ 모습의 초상화는 마담 드 퐁파두르 자신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왕의 정부(후궁이지만 실제적 비)인 여자를 일관되게 ‘지식인’으로서 묘사한다는 것은 상당히 독특한 기획이지만 또한 이같은 묘사의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애서가로 유명한 퐁파두르 부인은 철학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관심이 있어서 많은 책을 소장하고 다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유럽사의 위대한 여성들을 다룬 전기와 프랑스 역사서를 귀감으로 삼았다. 그 중에서도 직접적인 역할모델이 된 것은 ‘여왕 마고’로 유명한 마르그리뜨 드 발르와 및 앙리 II세의 후궁 디안느 드 프와티에 그리고 앙리 4세의 연인이었던 가브리엘레 데스트레 등이다. 루이 14세의 정부였던 마담 드 몽테스팡과 마담 드 멩트농은 직접적 역할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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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에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 16세기경 패널에 유채, 31x24cm, 콩데 미술관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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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가브리엘레 데스트레] 16세기경 동판 위에 유채, 4.3x3.5cm, 콩데 미술관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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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티포 1세 [몽테스팡 부인] 17세기경 독피지, 5x4.5cm, 콩데 미술관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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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정부(후궁)였지만 그녀들의 지위는 확고했다. 초상화와 조건만 보고 결정했던 첫 번째 정식 결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군주가 진정으로 사랑에 빠져 선택한 여인들이었던 것이다. 군주들은 대개 그녀들에게 성와 영지를 비롯해 후작, 공작부인의 작위를 하사했다. 이들은 당대 최고로 손꼽히던 미인들이자 온갖 재능을 갖춘 지적인 여성들로서 예외없이 인문학을 비롯 예술과 건축의 훌륭한 메세나이기도 했다.
가신들은 이들 공식 정부들을 보이지 않는 실세이자 왕비와 마찬가지의 인물로 예우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동판화에서 뛰어난 ‘특별한 여인 : 팜므 드 퀄리떼 femme de qualité’로서 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국가, 왕실간의 의무적인 계약결혼이 아닌 진정으로 사랑받고 선택받았던 여인들은 모두 책을 들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프랑스 궁정에 시와 사랑과 기쁨, 대화가 있는 지적인 삶을 불어넣었고, 예술 후원자로 후대에 길이 남을 성곽을 건축하게 했던 총명하고 재능있는 여인들로 그려졌던 것이다. (다음 2편에 퐁파두르 부인에 대한 내용이 계속 이어집니다.) | |
- 메세나
메세나는 고대 로마의 외교관이었던 가이우스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로 아낌없는 최상의 예술 후원자를 말한다. 마이케나스는 베르길리우스•호라티우스 등의 문인들을 후원했던 부유한 후원자였다.
- 글 최정은 / 미술 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에서 회화 및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주요 저서로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 대한 책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동물, 괴물지, 엠블럼]이 있다.
발행일 2010.12.29
이미지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Wikipedia, Yorck Proje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