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산 로렌초 성당>과 <산 알젤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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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노 다 상갈로의 <산 로렌초 성당 파사드를 위한 드로잉>
산 로렌초 성당 내부
미켈란젤로가 처음 건축 작업을 한 건 자신의 최초의 후원자 메디치 가를 위해서였습니다. 메디치 가의 소교구인 피렌체의 산 로렌초 성당은 메디치 궁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메디치 가의 성당으로 15세기에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건설되었지만, 파사드facade(건축물의 정면 혹은 외관)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회 외관에는 파사드가 필요한데, 그것은 파사드가 단순히 건물 외관이 아닌 그 가문의 위상과 지배권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황 레오 10세는 이 문제에 골몰했고, 곧 수많은 설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레오 10세는 1515년 미켈란젤로에게 산 로렌초 성당 외관을 장식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당시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장식할 조각상들을 제작하고 있던 미켈란젤로는 새 의뢰를 받고 하던 작업을 잠정적으로 연기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율리우스의 유언집행인들과 친구들과도 불화를 빚었습니다. 이 불화는 1516년 율리우스 무덤을 축소해서 제작한다는 내용의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는 레오에게 이탈리아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을 창조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원래 이 파사드는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맡고 바초가 건축설계를 맡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초를 내몰고 조각과 건축설계를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산 로렌초 성당 파사드를 위한 나무 모델>
미켈란젤로는 1518년 1월 나무모형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형이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다만 그가 남긴 많은 도면들과 그것들에 거의 일치하는 이 나무 모형을 통해서 그가 어떻게 설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으로 외관을 장식하려는 계획을 갖고서 먼저 나무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나무모형이 나오게 된 동기는 도면이 정확하더라도 그것으로 건물에 대한 입체도면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면을 읽을 줄 모르는 고객에게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또한 피렌체의 돔cupola을 시작으로 대규모 경연을 통해 건축물의 설계를 채택하게 되었을 때 참가자들은 모델을 갖고 자신의 설계를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심사과정에서 건물을 제대로 설계했는지 평가를 내리기 위해 모델의 세부를 보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고대처럼 나무로 모형을 만들어 건축물의 입체적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르네상스의 이탈리아, 특히 피렌체에서 목공교육을 받은 건축가들이 배출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작업한 산 로렌초 성당 파사드. 교황의 계약 파기로 파사드는 장식되지 못하고 벽돌로 남아있습니다. 뒤로 연결된 메디치 예배당에는 브루넬레스키가 제작한 커다란 돔과 그 옆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작은 돔이 보입니다.
1518년 1월 레오 10세는 미켈란젤로의 구성을 받아들이면서 그에게 재량권을 주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채석장에 가서 대리석을 주문하고 수 톤에 이르는 대리석을 피렌체로 운반해왔습니다. 그러나 비용이 너무 들자 레오는 1520년에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외관은 장식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산 알젤로 성>의 부분
레오의 이름에 들어잇는 사자라는 뜻을 이용해 글을 새겨 넣은 장식판을 물고 있는 사자의 머리를 양쪽 벽감 위에 장식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산 알젤로 성>의 창문, 1513-16년경, 대리석
또한 레오는 미켈란젤로에게 산 안젤로 성에 있는 자신의 예배당 외관장식을 의뢰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1513~16년에 성 안뜰에 있는 예배당을 줄 맥이 있는 하얀 대리석을 사용하여 긴 직사각 형태로 장식했는데, 군국주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세로로 중간에 틀이 있는 십자가 형태의 창문 양편을 반원형 기둥으로 세우고 기둥 옆에 벽감을 만든 후 안에 장식용 벽기둥을 만들었습니다. 상단의 삼각형 박공에는 레오의 개인적 표상인 다이아몬드 반지와 깃털을 조각했습니다. 그의 건축은 고전적인 요소를 이용해 단순하면서도 매우 함축된 구성으로 나타났지만, 그 안에는 건축에 대한 그의 많은 특징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나오고 우묵 들어간 코니스cornice(벽 윗부분에 장식으로 두른 돌출부)와 기둥은 평편한 벽에 침잠되고 장식적 벽감은 필요한 때 적당한 조각으로 장식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비록 작은 건축물이지만, 미켈란젤로의 건축적 창조성을 알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