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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홋카이도 16] 남은 구간이라도 가보는 루모이 본선 (가는길)

작성자여기|작성시간23.12.17|조회수254 목록 댓글 2

1차 목적지인 아사히카와(旭川)역에 도착한 이날의 답사. 다음으로는 아사히카와역에서 출발하는 이시카리누마타(石狩沼田)행 보통열차에 올라 현재 남아있는 루모이 본선(留萌本線)의 14.4km 구간을 완주해보려고 합니다.

아사히카와역에서 삿포로 방면으로 출발해 첫번째로 나오는 역은 하코다테 본선(函館本線)의 치카부미(近文)역입니다. 아이누어 cikap-un-i(새가 있는 곳)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이 역은 아사히카와 시가지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고, 이 역을 지난 뒤 하코다테 본선은 산을 관통하는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됩니다.

앉은 자리의 옆 창문을 통해 촬영해본 치카부미역 역명판과 역사...이지만 창문의 상태가 사진을 찍기엔 영 아니군요ㅋㅋ

산을 넘은 후에 만나게 되는 오사무나이(納内)역. 특급열차를 타고 지나갈때는 하도 빠르게 지나가서 역명판도 제대로 못보고 '지금 뭘 지나갔나?'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이번 열차는 보통열차라 오사무나이역에도 정차를 합니다.

다음으로는 하코다테 본선에서 루모이 본선이 분기되는 후카가와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인구 18,800명이 사는 후카가와시(深川市)의 중심역인 후카가와역. 이 역은 소야(宗谷)나 라일락(ライラック), 카무이(カムイ)같은 특급열차도 정차하는 역이고, 그래서 전날에도 지나가면서 승강장의 모습을 봤었지요. 이번에 제가 탄 이시카리누마타행 보통열차는 이 역에서 다른 정차역들보다는 조금 긴 4분의 정차시간을 갖습니다.

출입문이 열려있는 사이에 촬영해본 눈오는 후카가와역의 승강장 풍경. 조만간 폐선이 예정되어있을 정도로 수요가 적은 루모이 본선으로 들어가는 열차라 별로 승객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후카가와역에서 한 무리의 어린이들과 인솔교사로 추정되는 어른이 열차에 탑승해서, 열차가 이내 시끌벅적해지네요.

과선교 건너편의, 역 출입구와도 접해있는 1번 승강장의 모습입니다.

하코다테 본선상의 다음역인 모세우시(妹背牛)역과 루모이 본선상의 다음역인 키타이치얀(北一已)역이 함께 표기되어있는 후카가와역 역명판...사진을 마지막으로, 4분간의 긴 정차를 끝낸 보통열차는 드디어 문을 닫고 루모이 본선을 향해 발차합니다.

루모이 본선의 철길이 갈라지는 지점이 보입니다. 제일 오른쪽 선로는 차고행 선로인것 같고, 중간에 오른쪽 수풀 뒤로 꺾어지는 선로가 바로 루모이 본선이에요.

루모이 본선에 진입한 후, 앞쪽 창문을 통해 풍경 촬영을 시도해 봤지만 눈을 맞아 물방울이 맺힌 창문때문에 쉽지 않군요.

후카가와역을 출발한 후에 도착한 루모이 본선 첫번째 역인 키타이치얀(北一已)역. 뭔가 귀여운 어감을 가진 이 역은 연어, 송어의 산란장이라는 뜻의 아이누어 ican에서 유래한 지명 이치얀(一已)의 북부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지어졌습니다.

키타이치얀역은 다른 루모이 본선의 역들보다 늦은 1955년에 중간개통되었는데, 역명의 마지막 한자가 개통 이후로 쭉 잘못된 한자인 '몸 기(己)'로 표기가 되다가 1997년이 되어서야 원래 지명에 맞는 '이미 이(已)'로 고쳤다고 하네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한자입니다ㅋㅋㅋ

다음 역은 칫푸베츠(秩父別)라는 이름의 역입니다. 역명은 이 역이 위치해 있는 칫푸베츠정(秩父別町)의 지명에서 유래하였고, 이제 발음을 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누어에서 유래한 지명인데요. 절묘하게도 멀리 떨어져있는 아랫동네인 사이타마현(埼玉県)의 치치부(秩父)라는 동네와 똑같은 한자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중간에 키타칫푸베츠(北秩父別)역이 있었지만 이 열차는 보통열차임에도 키타칫푸베츠역에는 정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종점인 이시카리누마타(石狩沼田)역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오게 되었네요.

이시카리누마타역에 도착! 참고로 12시 51분 도착, 13시 정각 출발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단 9분만 이 역에 머물러있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치고 빠지기의 이상도 이하도 아닌 루모이 본선의 답사ㅠㅠ

현 루모이 본선의 종점인 이시카리누마타역은 1면 1선의 단식 승강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역이 삿쇼선(札沼線)의 종점이기도 했기때문에 단식+섬식의 2면 3선 승강장을 가지고 있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그정도까지는 필요가 없어졌지요.

여담이지만 삿쇼선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삿포로역의 다음역인 소엔(桑園)역-홋카이도이료다이가쿠(北海道医療大学)역까지만요. 이 삿쇼선도 수요가 한참 부족해서 그동안 노선이 정말 많이 짧아졌는데, 실은 삿쇼선의 쇼(沼)가 바로 여기입니다.

승강장과 접해있는 역사의 작은 대합실을 거쳐 밖으로 나가봅니다.

이시카리누마타역의 작은 역사. 이 역의 역명은 사람이름에서 유래하였는데요. 사람 이름이 이시카리 누마타상인건 아니고... 이곳 개척에 참여한 누마타 키사부로(沼田喜三郎, 1834~1923) 라는 사업가의 농장부지 안에 이 역이 위치했기 때문에 성을 따서 누마타역. 나중에 생긴 군마현(群馬県)의 누마타역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1924년, 앞에 광역 지명인 이시카리(石狩)를 붙여서 지금의 역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역사 안으로. 대합실에서 발견한 이 종이는 레이와 5년(2023년) 3월 31일에 있었던 루모이 본선 이시카리누마타~루모이(留萌) 구간의 라스트런(최후의 운행)을 기념하기 위해 붙어있던것 같은데 아직 남아있네요. 이 다음날인 4월 1일부터 이시카리누마타역은 남은 루모이 본선의 종착역이 되었습니다. 예정하기로는 루모이 본선이 완전히 폐선되는 2026년까지 말이지요.

다시 후카가와(深川)역으로 돌아가려고 준비중인 키하 150형 보통열차.

루모이 본선의 다음역이던 맛푸(真布)역으로 이어지던 선로에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도록 종단점이 설치되어 있는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루모이 본선은 원래 홋카이도의 서쪽, 바다에 접한 항구인 루모이(留萌)에 석탄, 목재, 해산물 등을 수송하기 위해 1910년 개통하여 1921년엔 마시케(増毛)까지 연장개통. 루모이역에서 분기되는 하보로선(羽幌線)이라는 노선이 생기기도 하는등 번영했지만 지금은 개통된 역순으로 구간들이 폐선되고... 하보로선은 1987년에 진작 없어졌고... 이젠 '루모이'도 아니고 지선이 분기되는 '본선'도 아닌 신세가 되었습니다.

사실 승강장의 구조물들도 굉장히 낡아있는 모습입니다. 건너편에는 아예 쓰지 않는 승강장 구조물이 방치되어 있는것도 보이구요.

이쪽은 아직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키타칫푸베츠(北秩父別)역 방면 선로풍경입니다. 살짝 주택가도 보이는데, 역이 위치한 지자체인 누마타정(沼田町)은 원래 지명이 카미호쿠류(上北竜)였다가 1922년 누마타로 바뀐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했듯 누마타는 사람 이름이었지요ㅎㅎ 동네 개척에 좀 공헌을 많이 하셨나봅니다.

출발이 임박한 시간. 그냥 다양한 각도의 열차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봅니다.

나무와 풀이 자라는 이시카리누마타역의 건너편 승강장.

이렇게 13시 정각이 되어 열차는 다시 뒤로 돌아서 이시카리누마타역을 떠나갑니다. 폐선이 예정된 2026년이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편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2026년까지 다시 홋카이도를 와볼 수 있을지 ㅠ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다시 보러 오겠습니다. 안녕 이시카리누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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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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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장항선임피역 | 작성시간 23.12.17 그래도 눈이 온 양에 비해서는 여행에 지장이 크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홋카이도에 관심이 많은데 좋은 여행기 감사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7 그렇습니다... 다행히 눈때문에 열차를 못탄다거나 운행이 중단된다거나 하는일이 없었네요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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