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날인만큼 멀리 나가지는 않고 부담없는 시내 구경의 시간. 원래 여행이라는건 부담없이 해야 하는 게 맞는것이겠지만, 다음날엔 어디를 좀 멀리 가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필요한 쇼핑이나 오코노미야키 먹기 등등은 첫날인 지금 미리 해 둡시다. 시내에 나온 김에 노면전차 구경도 해보고 말이지요.
히로시마 시내의 노면전차를 운행하는 히로시마 전철(広島電鉄), 약칭 히로덴. 일본에서 가장 많은 노선, 운행계통, 그리고 오랜 역사의 노면전차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굴러다니고 있는 궤도차량의 종류 또한 상당히 다양한데요.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기로는 현재 운행중에 있는 차량 형식이 무려 23종! 예를 들면 위 사진의 차량은 3900형이라는 형식으로 분류되어 있는데요. '2번 운행계통'의 노선은 노면전차 구간을 벗어나 일반 철도노선인 미야지마선(宮島線)으로 직결운행을 하고 있기도 하여서 3량짜리 편성이 제법 존재하는 편입니다.
시내 번화가쪽의 에비스쵸(胡町) 정류장에 하차하여 다음 핫쵸보리(八丁堀) 정류장방면을 바라본 풍경. 노면전차의 특성상 역간거리가 짧고 상행·하행 승강장이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따로따로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경우엔 에비스쵸 정류장의 서쪽방면 승강장과 핫쵸보리 정류장의 동쪽방면 승강장이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네요ㅎㅎ
하여튼 위의 마지막 사진에서 1번 운행계통의 5200형 전차는 에비스쵸에, 2번 운행계통의 5000형은 핫쵸보리에 정차하고 있다는 것임.
더불어 노면전차의 특성상 배차간격이 짧고 하나의 노선에 여러 운행계통이 운행하게 되는 구간이 많으므로, 특히 이곳 본선(本線) 내에서는 열차가 줄줄이 경단이 되어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위 사진의 전차 두대는 둘다 2호선 미야지마구치(宮島口)행인데, 뭐 도로를 달리다보니 도로 신호등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지요.
이제 점심(오코노미야키)도 먹고, 시내 구경을 해보려고 전차를 한번 더 탔습니다.
히로시마 전철은 거리에 상관없이 무조건 단일요금 240엔을 받고 있기때문에 이렇게 단거리를 240엔 주고 타면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위에서 얘기한 일반철도 노선인 미야지마선 구간에 한정하여 QR코드 결제시스템인 MOBIRY DAYS 이용시에만 구간요금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이런걸 쓸 일이 있을지.
만약 하루 중 노면전차를 이용해 시내 곳곳을 여행할 일이 많다면 그냥 700엔짜리 일일승차권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히로시마의 유명한 원폭돔과 평화 기념공원, 그리고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둘러보았습니다.
평화기념공원과도 이어지는 T자 모양의 아이오이교(相生橋). 노면전차의 철길도 이 다리위에 놓여있어서 계속해서 전차들이 왔다갔다하는 모습.
겐바쿠돔마에(原爆ドーム前), 그러니까 원폭돔앞 정류장에 정차중인 1900형. 지금은 폐지되고 없는 교토의 노면전차, 교토시덴(京都市電) 출신으로 무려 1957년에 제작된 차량이라고...
계속해서 인근에서 노면전차 구경중. 비교적 최근인 2007년에 제작된 5100형 차량인데, 히로시마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인 산프레체 히로시마 관련 도색이 되어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딱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차량의 등장. 1940년에 제작, 마찬가지로 지금은 폐지되고 없는 오사카 시덴(大阪市電)에서 쓰이다가 넘어온 차량으로 750형으로 분류된 전차들 중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현역으로 운행되는 것이 저 762호에요.
그 뒤로 다리를 건너오는 800형.
저도 전차가 신호에 걸린 사이에 따라 걸어가서, 다음 정류장인 카미야쵸니시(紙屋町西) 정류장에 진입하는 아까 그 전차들을 각각 촬영해봅니다.
이번편의 마지막은 JR 산요본선의 역이 있기도 한 요코가와역(横川駅) 방면 7호선 전차! 이것도 1958년생, 350형 중에서는 유일하게 살아남아있는 352호인 것입니다.
이렇게 시내에서 실컷 노면전차 사진을 찍었는데요. 아직 분량이 남아서 다음편에도 노면전차가 계속 등장할 예정이니 어떻게 잘 봐주시기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