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최초의 "침대"형 전동차.
1950년대 말부터 특급형 전동차가 처음 선보인 이래 특급형 차량도 동력분산식 차량이 대세가 되어 151계와 같은 특급형 전동차가 주력 노선에서 활약하기 시작했고 신간선이 개통한 이후엔 특급형 전동차가 지방 중소도시까지 특급형 전동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간열차의 경우엔 아직 객차 위주의 운용이었는데 이들은 야간에 운행을 마치면 다음 야간 운행까지 기지에서 쉬게 되었고 이는 차량기지 유치용량에 큰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주간과 야간 특급열차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특급형을 제작해 차량운용을 극대화 하는 한편 야간 특급열차 또한 성능 좋은 전동차로 고속화 또한 노려보자는 당찬 계획을 갖고 세계 최초로 수납형 침대 시설을 갖춘 전동차인 583계를 제작하게 되었다. 수납형 침대 시설을 갖춰 주간에는 좌석 야간에는 침대를 설치할 수 있는 설비를 "쿠셋"이라고 부르는데 이 쿠셋을 전동차에 집어넣은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이며 침대시설을 갖춘 동력분산식 차량은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디젤동차로 운용한 사례가 있으나 이를 전동차에 도입한 것 또한 세계 최초가 된다.
2. "밥통"선두부의 확립과 한계까지 최대한 활용한 설계
583계는 기본적으로 직교류형 차량으로 67년 10월에 먼저 60Hz에만 대응하는 581계가 도입되었고 이듬해 68년부터 50/60Hz에 모두 대응하는 583계가 제작되었다. 대체적인 사양은 485계와 동일하며 이를 토대로 주간에는 좌석 야간에는 침대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었다. 차체는 차량한계를 최대한 활용해 지붕 높이를 최대한 높혔다. 선두부는 병결시 관통문을 설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밥통"형 선두부 구조를 확립했다. 이를 위해 차량제작사와 철도차량공업회의 설계담당진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끝에 이런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다. 양미닫이 방식의 관통문을 열면 다이어프램 통로막이 나오며 병결시에도 각 열차간 이동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운전실은 이 통로문 위로 운전실이 설치되어 운전실의 시야는 기존 본넷형 보다 더 높아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 디자인은 후에 485계 등에도 채용되었으며 민영화 이후에도 이 디자인을 기초로한 관통문 설비를 갖춘 특급형 전동차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 이 밥통 선두부는 583계에서 시작되었다. 아시다시피 앞에 보이는 애칭표시기를 옆으로 치워 수납한 후 문을 젖혀 열면 관통문이 나오며 연결 후 연결막을 설치하면 된다.
- 583계는 당시 그렇듯 폴딩도어를 채택했다. 옆에 객실 창문 위에 보이는 타원형으로 뚫린것이 중단, 상단의 침대창이 된다.
3. 낮에는 좌석, 밤에는 침대로 변신
581계의 장점은 주간에는 좌석으로 야간에는 침대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20계 객차 등에서 쿠셋 설비를 제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3단으로 된 침대를 집어넣게 되었다. 좌석은 기본적으로 박스형 크로스 시트로 되어있으며 차체 상단 양쪽 사이드로 수납식 침대 시설 쿠셋이 갖춰진 풀맨(Pullman)식 객실로 되어있다. 좌석을 침대로 바꿀 때에는 다음과 같이 한다.
1. 먼저 좌석 쿠션부를 당기면 등받이가 좌석 사이로 내려와 하단 침대가 된다.
2. 위의 선반을 반대로 넘겨 돌린다음 수납된 쿠셋 설비를 내린다. 먼저 중단부분이 내려와 좌석 등받이 부분에 걸칠 수 있다. 걸친 후 잠금장치를 건다.
3. 돌려넘긴 선반을 다시 돌려놓은다음 상단 부분을 내리면 선반에 자연적으로 걸쳐진다.
4. 옆칸과의 칸막이를 설치하고 사다리와 커튼을 설치하면 완성!
침대 넓이는 기존 B침대의 52cm 보다 개선되어 상단, 중단이 70cm, 하단이 좌석 폭을 그대로 활용한 106cm로 되어있어 상단, 중단보다 하단의 요금이 좀 더 비싸게 책정되어있다. 침대로도 정원이 꽤 많기 때문에 화장실은 량당 2개소, 세면대도 3개소나 갖추었으며 침대용 시트커버, 커튼, 배게등을 보관하는 린넨실 등의 부대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장거리를 운행해야 했기 때문에 식당차가 따라다니며 특급열차 임에도 주간에는 직각 크로스시트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리클라이닝 시트를 갖춘 그린샤도 한량정도 추가되었다.
- 침대급행 "키타구니" 당시의 자유석으로 운영되었던 좌석모드시의 실내. 실내가 꽤 넓어야 하지만 침대 설비때문에 실제로는 굉장히 좁은 느낌을 준다. 물론 앞에 보이는 승객의 표정이 말하듯 그리 편한 좌석은 아니었다.
- 치바지역의 여행사가 2010년 대절하여 운행한 열차에서 583계의 침대 셋팅을 시연하는 귀중한 영상. 셋팅작업을 할 수 있는 직원이 아키타에 있어 이분들을 모셔와 특별하게 시연하는 모습이다.
- B침대 기준의 침대 모드. 이렇게 양쪽 횡형으로 좌석이나 침대설비를 배치한것을 풀맨(Pullman)방식이라고 한다.
- B침대 하단의 모습. 일단 매트리스보다 넓다. 일반적인 A침대의 침대 넓이보다 넓은데도 가격은 꽤 저렴하다.
- 3단침대 상단은 중단보다 조금 더 편하다고 한다.
- 3단 침대의 중단부분. 일단 가운데 끼인다는것 자체부터가 애매한데 높이도 낮아서 그냥 누워서 잠만 잘 수 있다는걸로 만족.
- 583계의 그린샤 부분. 침대열차로 운용될때에도 침대 요금이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그린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JNR sashi581-19 syanai" by spaceaero2 - Own work (本人撮影).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식당차의 모습. 역시 차량한계를 늘렸기 때문에 공간이 매우 넓어보인다.
4. 전천후 장거리 특급열차로 활약하다.
583계는 먼저 60Hz에만 대응하는 581계가 제작되어 1967년 10월 미나미후쿠오카에 배치되어 신오사카-하카타 간의 야간특급 "겟코", 신오사카-오오이타 간의 주간특급 "미도리"로 첫 운행을 시작했다. 그래서 583계의 별명도 "겟코"형 차량이라 불리기도 했다. 바로 1968년 블루리본상을 수상하고 신오사카-구마모토 구간의 "묘죠", 나고야-하카타간의 "긴세이" 등의 야간특급과 나고야-구마모토간의 "츠바메", 신오사카-하카타간의 "하토"로 운행되었다. 잘 보면 밤에 하카타에서 출발한 "겟코"가 신오사카역에 도착하고 아침 러시타임에 여유가 생기는 차량기지에서 쉬면서 좌석설비로 전환하고 낮에 다시 "미도리"로 오오이타까지 운행, 그리고 그것을 역으로 반복하며 2~3일 단위로 운용이 순환하는 형태의 차량 다이어를 형성하면 주/야간을 나눠 4개 편성이 투입되어야 하는 열차가 3개 편성이면 충당이 가능하므로 전체적인 차량 소요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메리트를 가져왔다. 한편 도호쿠본선의 전철화가 완공되면서 68년부터 아오모리를 시작으로 583계가 투입되기 시작해 우에노-아오모리간의 "하쿠츠루", 조반선을 경유하는 "유우즈루"는 물론 기존 키하80계로 운용하던 주간특급 "하츠카리"도 차지했다.
75년에는 산요신간선이 하카타까지 완공되면서 큐슈에 있던 583계가 모두 교토의 무코우마치 운전소로 대이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485계가 주간 특급의 자리를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583계는 사실상 야간에 신간선이 운행하지 않을 때의 큐슈-산요 장거리 특급이나 주간 특급의 임시편 정도로 운용되었다. 이 당시 탄생한 "묘죠"(교토/신오사카-하카타/니시가고시마), "나하"(신오사카-니시가고시마), "스이세이"(신오사카-오오이타/미야자키), "긴세이"(나고야-하카타) 등은 후일 객차화 되어 민영화 이후까지도 운행된 야간 열차들이 되었다.

"JNR EC Ltd Exp Myoujyou at Osaka Sta" by h-tori - Owne Photo. Licensed under パブリック・ドメイン via ウィキメディア・コモンズ.
- 교토에서 하카타까지 운행된 침대특급 "묘죠" 이 당시엔 거의 야간열차 전용으로만 돌려졌다.

"JR East 583 hakutsuru aomori" by spaceaero2 - 投稿者自身による作品. Licensed under CC 表示 3.0 via ウィキメディア・コモンズ.
- 침대특급 "하쿠츠루"로 운용되는 583계. "하쿠츠루"는 2002년 도호쿠신간선이 하치노헤로 연장될때까지 꽤 오랜기간 운행되었다.
5.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열차의 결과
583계는 72년까지 434량이 제작되었고 적은 차량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내어 특급열차의 전국화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런 만능과도 같았던 583계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며 점점 그 활용가치를 잃어가게 되었다. 본래 쿠셋 설비는 2~3일 이상을 운행하는 초장거리 열차들의 승객들이 밤이되면 알아서 침대를 펴고 잘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583계는 침대설비를 펴는데엔 기지에서 작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일본 열도에 2~3일씩 운행할 열차는 없고 쿠셋설비도 꽤 간단하게 되어있지만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는 복잡한 작업이며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리클라이닝 시트가 대세인 주간특급에 직각 크로스시트가, 야간의 침대는 3단으로 생각보다 좁아서 주간특급은 485계에, 야간은 24계 객차등에 한참 밀렸다. 주-야간 전천후 운행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1500km씩 혹사 당하며 차량의 노후화를 앞당겼고 극대화한 차체에 침대설비까지 꽤 무거운 차체를 안고 달리다 보니 서스펜션이 망가지거나 대차 베어링이 파손되는 고장도 다수 발생했다.
거기에 오일 쇼크등으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수요가 줄어든 야간열차의 대규모 감축이 이루어져 583계는 쓸곳을 잃고 기지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는 차량이 되어버렸다. 하다못해 1984년부터 지역밀착형의 열차운용으로 전환하면서 583계 차량들을 개조해 419계, 715계 등으로 보내면서 숫자를 줄여 동일본 지역에 141량, 서일본 지역에 60량, 홋카이도에 못쓰는 식당차 7량이 남아 민영화를 맞았다.
- 행선표시기는 정사각형으로 되어있는것이 특징이다. 도색이 남색(청15호 도색)인데 이는 "블루트레인" 처럼 야간 열차를 상징하는 도색이었다.
6. 민영화 후에도 끈질긴 연을 이어가다.
각 JR회사로 이관된 583계는 민영화 이후에도 크지는 않지만 소소한 활약을 보였다. 홋카이도에 남은 식당차 7량은 그대로 90년에 폐차되었으나 서일본에 남은 60량의 583계는 당시 신간선이 없었던 호쿠리쿠 지역 야간열차에 아주 적절하게 활용되었다. 스키시즌에 승객이 몰리는 호쿠리쿠와 신슈지역을 겨냥한 겨울 임시열차 "슈프루"에 집중 투입하며 꽤 좋은 성과를 보인 서일본의 583계는 91년부터 JR서일본이 자랑하는 연명N40공사를 받았다. 부식된 차체와 내장을 수리하고 승객이 맘대로 침대설비를 내리지 못하도록 고정하고 좌석 차량과 침대 차량을 완전하게 구분하였다. 민영화 직전의 이야기지만 86년 3단 침대의 좁은 실내를 개선해 2단 침대로 조정한 A침대 차량도 개조되어 그린샤와 함께 연결되었다. 기존 침대특급들에 비하면 설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침대급행 열차가 되어 임시열차인 "슈프루" 뿐만 아니라 정기 야간급행인 "키타구니"로도 활약하다가 2013년 까지 모든 차량이 퇴역하게 되었다.
한편 JR동일본 지역에 남은 583계는 1993년까지 "츠가루"나 "하츠카리", "하쿠츠루" 등 485계와 섞여 신간선이 운행되지 않는 지역의 열차로 운행되다가 야간열차인 "하쿠츠루"를 끝으로 정기열차에서는 모두 퇴역했지만 임시열차로는 2000년도 너머까지 살아남아 현재도 동태보존의 성격으로 6량 한개편성이 아키타 차량센터에 남아있다. 이미 많은 차량이 폐차되면서 남긴 부품을 통해 유지보수가 되고 있으며 이따금 단체 임시열차등으로 귀중한 모습을 비치고 있다.
한편 과거 715계로 운용되었던 JR큐슈의 차량이 583계로 복원되어 모지코의 큐슈철도문화관에 전시되어 있으며(메인 사진) 퇴역한 583계 한량이 교토 우메코지철도관 부지에 조성중인 교토철도박물관에 전시된다.
- 급행 "키타구니"로 운행되던 583계. 급행열차라 침대요금도 저렴하기 때문에 JR패스라도 부담없이 편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 임시열차로 운행중인 583계. 현재는 이게 떳다 하면 지역의 철도팬들이 총 출동할 정도의 인기가 있다.
- 글 : 송승학(부운영자, 787-ARIAKE)
- 사진 : 본인, 김성수, 일철연공동사진DB,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