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층 더 음산해져 있었다. 선진국들 가운데는 저녁 8시가 넘으면 길에서 사람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서울에 비해 너무나도 좁아 보이는 도로는 그냥 무단횡단해도 별로 위험하지 않아 보이는 교통량만이 있을 뿐이었고, 보도에는 우리 말고는 거의 사람이 없다.
[032] 우리나라 주차장업계는 이 사진을 보고 반성 할지어다.
하카타역의 야경은 주간에 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일본 땅을 밟은 지 약 세 시간-. 드디어 플랫폼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아, 그 전에 미도리노마도구치에 다시 가야했다. 오늘의 철도 이용 일정은 유쿠하시(ゆくはし/行橋)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유쿠하시는 닛포혼센(日豊本線)에 있으며, 고쿠라로부터 30.5km 떨어진 역으로, 고쿠라를 출발한 특급열차의 첫 정차역이다.
여기까지 말했으면 눈치 빠른 분들은 왜 유쿠하시에 가는지 알아채셨을 듯. 그렇다. 유쿠하시역에 드림 니치린이 도착하는 시간은 0시 9분. 다시말해 내일(7월 4일)부터 시작하는 JR패스를 이용해서 유쿠하시에서 미야자키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도 하카타에서 숙박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훨씬 싸게 먹힌다. 몸은 고달프지만.
솔직히 유쿠하시까지는 싸게 보통열차로 이동하고 싶었다. 자동발매기는 유쿠하시까지는 안 팔았고, 그래서 미도리노마도구치에 가서
“유쿠하시마데 ‘니마이’ 오네가이시마스...” ...라고 했다.
당연히 “유쿠하시까지 두장 주세요.” 라는 의미로.
그런데, 매표원이 준 표는 유쿠하시까지의 니마이킷푸(二枚きっぷ)였다. 처음엔 ‘이거 돈 더 깨지겠구만...’ 하고 좌절했는데, 받아놓고 보니까 유쿠하시까지의 요금 차이는 1인당 대략 300엔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커지기는 한다.) 대신에 특급열차의 자유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세일즈 수단이 아닐까. (하카타에서 고쿠라까지만도 특급열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운임 1250엔과 특급요금 1000엔을 합쳐 2250엔. 이건 니마이 이용하라는 소리다)
[034] 하카타역 개찰구를 통과해서 홈으로 향하는 통로.
카모메가 보였다. 소닉도 있다. 츠바메도 있다. 허허허... 여긴 일본이구나. 살짝 벙~찐 상태로 망연자실(?)하게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쿠라발 23시 10분발 보통열차만 타면 OK라 시간이 몹시 많이 있었기에 한 30분을 플랫폼에서 시간 죽이면서 구경했던 듯하다.
[036] 카메라가 워낙 구형이라 야간에는 포커스를 맞추기 힘들다
[038] 회송되기 직전의 787계 릴레이 츠바메 60호
우리가 처음으로 탄 열차는 하카타발 모지코행 카이소쿠 3132M 열차로, 415계가 2중련운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쓰나미’처럼 열차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결국 앉을 자리도 없고. 첫 일본철도를 입석과 함께하게 되었다. ^^;; 허허허, 열차 부서지는 소리 난다. 교행할 때마다 열차 창문 역시 깨질 듯, 미칠듯이 흔들린다. 천안급행 모터소리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심하다. 오죽하면 모터음 때문에 원활한 대화가 안 될 지경이다. 결론은 이거. “조낸 빠르다”
[039] 얼마 가지 않아서 몽창 내렸다. 일본도 개념업슨 분들 있구만.
시트에 앉고 보니까 특급 키라메키를 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게 갈 수 있고, 자칫하면 잠을 자버려서 미야자키고 뭐고 실질적인 첫날 일정을 망칠 수도 있는...(응?) 그러고보면, 애초에 드림니치린으로 출발할 수도 있었다. 뭐, 이미 늦어버렸고. 열차는 후쿠오카의 공기를 싣고 큐슈의 또다른 대도시 키타큐슈의 중심역-. 코쿠라에 도착했다.
유쿠하시까지 보통열차를 타고 가기 너무 귀찮아서 이번에는 특급을 타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한 정거장이고(특급으로) 살짝 피로도 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렇게 해서 탄 차가 오이타로 가는 마지막 소닉인 소닉 57호.
유쿠하시까지 가는 길은 정말 재미없었다. 이따금씩 소닉이 기울어지는 것 빼고는 당최 볼만한 것, 느낄만한 것이 없었다. 바깥은 칠흑같은 어둠이요, 무거워서 PSP도 하카타역 코인라커에 배낭과 함께 놓고 왔던지라 음악도 못 들었다. 유쿠하시역 도착 안내방송이 나올 때는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던 심정.
유쿠하시역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아직 하행 보통열차가 한 대 더 남아있기는 한데, 밑으로 내려가는 사람은 없는 모양. 유쿠하시역은 고가역 분위기가 나는 2면 4선의 전형적인 상대식 역으로, 대피선에는 415계 한 편성이 주박하고 있었다. 상행선의 마지막열차가 지나가자 상행 플랫폼에는 불마저 꺼지고, 하행 플랫폼에는 약 두 사람 때문에 계속 불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045] 불꺼진 상행선, 불켜진 하행선. 피사체는 동행했던 친구.
자판기에는 소켄비챠 광고가 있었는데, 김태희를 꼭 빼닮은 여자가 모델이었다. 김태희가 일본 진출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누군지 궁금했다. 각설하고, 드디어 드림 니치린 안내방송이 나오고, 저~멀리서 차가 들어왔다. 생각외로 짧은 5량편성에 지정석 숫자는 더 짧았다. 783계 하이퍼 살롱~. 그린샤는 1호차 반실. 우리 자리는 2호차 5C,D석......인데 어떤 여자 둘이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군. 확 깨워버릴까 하다가 소심한 A형이라 그냥 반대편의 자유석(783계는 문이 차 가운데 있고, 좌우로 객실)으로 가서 대충 자리잡고 잤다.
*To be Continued*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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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CASSIOPEIA 작성시간 06.11.28 ^^ 소켄비챠의 모델은 김태희 닮은 여자가 아니고 진짜 '김태희' 맞습니다. 현재는 스케이트의 아라카와시즈카가 모델을 맡고 있죠. http://www.sokenbich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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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JR-HITOMI 작성시간 06.11.28 ㅎㅎ 저두 최초 봤을때는 설마~했었죠 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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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성수 작성시간 06.11.28 오카님의 여행기도 만일 10편 이상 이어진다면 특별여행기 게시판을 만들어드리려고 하는데, 게시판 이름을 한글 25자 이내로 정해 주시면 반영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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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오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6.11.29 7월달에 시작할 때는 10편 이상 이어지겠나...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진도 나가는 걸 보니 한 3~40편쯤은 가지 않을까 싶네요 ^.^;; 제목은 [오까가 간다~!!!] 로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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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鶴見線103系 작성시간 06.12.03 게시판 독립을 축하드리며~~ 왠지 저 쾌속열차의 분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