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다수의 최대행복': J.S.밀의 "공리주의"(1863년)
그때 세계에서는
1863년: 미국 링컨, 전국에 노예해방 선언
1864년: 스위스 뒤낭, 국제적십자사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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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에게는 두 사람의 은인이 있었다. 교육을 맡아 밀을 학자로 키워준 아버지 제임스 밀이 그 첫째 사람이었고, 또 한 사람은 테일러 부인이었다. 밀은 독신으로 있던 테일러 부인과 사랑하게 되었고 후에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 테일러 부인은 드물게 보는 지성적인 여인이었다. 교양과 모든 정신적 분야에서 밀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귀부인이었다. 밀은 저작에 착수할 때 그 내용을 테일러 부인에게 알려주면서 협조를 구했고, 저작이 끝났을 때는 같이 읽음으로써 수정과 비판을 얻었다고 자술하고 있다. 지적 소양이 높은 귀부인으로 그녀는 평생 밀의 친구이면서 아내의 역할을 잘 감당해주었다.
밀은 당내에 요구되는 여러 분야의 학문에 손을 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주목할 만한 저서로 고전적 의의를 남겨주었다. 그는 학분적 성숙기인 30대 후반기에 "논리학 체계"를 저술해 내놓았다.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대표적인 체계를 갖춘 논리학이라고 평했다. 경험주의적 귀납법을 체계화하여 논리적 방법으로 도입시킨 명저다. 다음에 그는 "경제학 원론"을 저술했다. "논리학"이 나온 지 5년 후의 일이다. 고전적 경제학의 원리를 체계 있게 저술해주었다. 다음해에는 "자유론"을 완성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애독한 책 중의 하나다. 사회, 정치문제가 가미된 자유론이다. 그리고 4년 뒤인 1863년에는 "공리주의"라는 사회철학의 대표적인 저서를 완성시켰다. 영국의 공리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저서가 되었다. 2년 후에는 "A. 콩트와 실증주의"를 통해 콩트의 학설과 명성을 일깨워주었다. "종교론"이 마지막 대표적인 저서가 되었고, 그 2년 전에 유명한 "자서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취급하고 싶은 과제는 그의 사회사상으로서의 공리주의 철학이다. 최대댜수의 최대행복을 지표로 삼는 공리주의 사상은 제레미벤담 때부터 제창되었고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이 이에 동조했었다. 그 정신은 쉽게 말하면 '어떻게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를 찾아 사회의 변화방향과 이상을 제시해주는 사상이었다. 지금 우리들의 위치에서 본다면 타당성 있는 사회이론으로 문제시될 수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위험성이 있는 급진사상으로, 기성사회의 가치관의 척도로 보았을 때는 반대와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 만한 것이었다. 우선 그들은 그 당시까지 영국사회를 이끌어온 전통적 종교관을 경시하는 풍조를 지니고 있었다. 반기독교적이거나, 전통적 신앙과 대치한다는 것은 국민대중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리주의 가치관은 합리적인 가치관을 강조하고 있어, 기성도덕과 윤리관에서 볼 때 적지 않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밀도 대다수의 과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행복의 본질과 사회적 의미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행복의 양과 질은 어떻게 계산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들의 삶을 규제하는 사회기능, 즉 종교, 도덕, 정치, 법률 등의 규제역할은 어떤 것들인가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큰 역사적 흐름에서 보았을 때 공리주의는 영국사상의 정치, 사회, 윤리적 방향설정에 기여한 바가 컸다고 하겠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논리는 마침내 정치에 있어서는 의회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었고, 경제면에서는 복지체제에로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영국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들과 호주, 캐나다의 사회체제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러한 정신적 선구성에서 가능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직 미국은 이러한 영국의 보수적인 제도와 체제를 좀더 개척적이며 창의성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오늘의 활성화된 아메리카 정신을 창안해내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미국인들의 프래그머티즘이 뒷받침했음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의 공리주의 사상보다는 그 발전적 의의를 택한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우리 학자들이나 사상가들이 실용주의의 학설 자체나 그들의 철학사상을 교단에서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그러한 정신적 풍조를 직간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영국과 미국의 정신사적 전통은 경험주의와 공리주의 그리고 그 발전적인 결과를 볼 수 있는 실용주의의 과정을 밟아 오늘에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미계통의 철학과 사상이 갖는 강점은 그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이론을 위한 이론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현실과 윤리성을 동반한 경험과 현실의 철학을 개척, 계승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