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비타500
운수 좋은 날
“어? 허허... 말도 안 돼.”
김은 놀란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시선 끝에는 위를 향해 올라간 그래프가 있었다. 김은 침을 크게 한 번 삼켰다.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여 가격을 비교해봤다. 3200원.
“주당 3200원이면 이게 다 얼마야.”
김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김이 짐도 풀지 않고 10분 째 바라보고 있는 그래프 위에 선명하게 적힌 네 글자가 그의 들뜬 반응을 설명해준다. “광동제약”
김은 한 달 전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 그리고 그에 비해 적은 임금 때문이었다. 1년까진 참았다. 1년 이전에 관두면 낙인이 되고, 그 이후에 관두면 경력이 된다는 말만 믿고 버텼다. 사직서를 멋지게 던지고 나오려 했다.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취업이 안 된 친구들을 보면 겁이 났다. 김도 그럴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아무 회사라도 들어가고 싶다.’ 절박한 마음에 지원한 그 ‘아무 회사’가 김이 다니던 회사였다. 다시 소속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또 다시 1년을 보내고, 더 늦으면 다신 도전할 수 없을 거란 또 다른 두려움에 결국 나왔다. 김은 다시 무소속이 되었다.
김은 그간 모아둔 돈과 약간의 퇴직금으로 무얼 할까 고민했다. 알바 하느냐, 공부하느냐 정신없이 보낸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결국은 별 볼일 없는 회사에 취직해, 다시 백수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 필욘 없었는데.......’
김은 몽골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돈으론 주식을 샀다. 모아볼까 했지만 이자도 얼마 안 됐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산 게 광동제약 주식이었다. 김이 한국을 떠나있던 22일간 김의 재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불어있었다.
김은 당혹스러웠다. 살면서 노력 안 하고 얻는 건 없었다. 학창시절에 시험 문제를 찍어서 맞힌 적도 드물었고, 경품을 탄 적도 없었다. 성인이 돼서도 똑같았다. 인맥이 닿아서 인턴을 한다던가, 취업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 김의 눈앞에 운으로 얻은 돈이 있었다. 참, 희한한 일이다.
김은 궁금했다. ‘왜 이렇게 오른 걸까?’, ‘내가 주식에 소질이 있나?’ 여러 가지 생각이 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프 바로 밑에 주가 상승의 이유를 말해주는 기사가 쭉 이어져 있었다.
[비타500 패러디, 홍보의 힘?...“광동제약 주가 상승”]
[비타500 ‘대박’에 ‘웃픈’ 광동제약]
[‘수지’보다 ‘완구’효과 광동제약 주가 급등]
“쯧! 말세구만, 말세.”
‘현 정권 실세들이 기업인에게 돈을 받아먹었다. 입을 싹 닦으려다 기업인이 남긴 다잉메시지 때문에 걸렸다. 고인이 된 기업인이 죽기 전 남긴 인터뷰를 들어보니 이완구 총리가 비타500 박스에 든 3000만 원을 받았다더라.’ 김이 읽은 기사를 요약해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김은 착잡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인간들이 속물이라는 점도, 그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점도, 그리고 김같은 보통사람은 노력해야 겨우 얻는 것들을 그들은 너무 쉽게 얻는다는 점도 김을 우울하게 했다.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김은 단기간에 이런 돈을 번 적이 없었다. 투자한 지 한 달도 안 돼 640만 원을 벌었다. 월급의 세 배가 넘는 돈이다. 어쩌면 신이 그간 운이 안 따랐던 김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몰랐다.
‘축배를 들자.’
김은 TV를 틀었다. 명색이 축하 파티인데 혼자 사는 작은 방이 너무도 적적했기 때문이다.
캐리어에 든 술을 가지러 돌아선 김의 등 뒤로 경쾌한 목소리가 꽂혔다.
“착한 드링크 비타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