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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작문] 운수 좋은 날

작성자뇌가섹시한사람|작성시간15.04.23|조회수95 목록 댓글 0

제재: 비타500

 

운수 좋은 날

 

? 허허... 말도 안 돼.”

 

김은 놀란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시선 끝에는 위를 향해 올라간 그래프가 있었다. 김은 침을 크게 한 번 삼켰다.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여 가격을 비교해봤다. 3200.

주당 3200원이면 이게 다 얼마야.”

 

김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김이 짐도 풀지 않고 10분 째 바라보고 있는 그래프 위에 선명하게 적힌 네 글자가 그의 들뜬 반응을 설명해준다. “광동제약

 

김은 한 달 전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 그리고 그에 비해 적은 임금 때문이었다. 1년까진 참았다. 1년 이전에 관두면 낙인이 되고, 그 이후에 관두면 경력이 된다는 말만 믿고 버텼다. 사직서를 멋지게 던지고 나오려 했다.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취업이 안 된 친구들을 보면 겁이 났다. 김도 그럴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아무 회사라도 들어가고 싶다.’ 절박한 마음에 지원한 그 아무 회사가 김이 다니던 회사였다. 다시 소속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또 다시 1년을 보내고, 더 늦으면 다신 도전할 수 없을 거란 또 다른 두려움에 결국 나왔다. 김은 다시 무소속이 되었다.

 

김은 그간 모아둔 돈과 약간의 퇴직금으로 무얼 할까 고민했다. 알바 하느냐, 공부하느냐 정신없이 보낸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결국은 별 볼일 없는 회사에 취직해, 다시 백수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 필욘 없었는데.......’

 

김은 몽골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돈으론 주식을 샀다. 모아볼까 했지만 이자도 얼마 안 됐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산 게 광동제약 주식이었다. 김이 한국을 떠나있던 22일간 김의 재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불어있었다.

 

김은 당혹스러웠다. 살면서 노력 안 하고 얻는 건 없었다. 학창시절에 시험 문제를 찍어서 맞힌 적도 드물었고, 경품을 탄 적도 없었다. 성인이 돼서도 똑같았다. 인맥이 닿아서 인턴을 한다던가, 취업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 김의 눈앞에 운으로 얻은 돈이 있었다. , 희한한 일이다.

 

김은 궁금했다. ‘왜 이렇게 오른 걸까?’, ‘내가 주식에 소질이 있나?’ 여러 가지 생각이 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프 바로 밑에 주가 상승의 이유를 말해주는 기사가 쭉 이어져 있었다.

 

[비타500 패러디, 홍보의 힘?...“광동제약 주가 상승”]

[비타500 ‘대박웃픈광동제약]

[‘수지보다 완구효과 광동제약 주가 급등]

 

! 말세구만, 말세.”

 

현 정권 실세들이 기업인에게 돈을 받아먹었다. 입을 싹 닦으려다 기업인이 남긴 다잉메시지 때문에 걸렸다. 고인이 된 기업인이 죽기 전 남긴 인터뷰를 들어보니 이완구 총리가 비타500 박스에 든 3000만 원을 받았다더라.’ 김이 읽은 기사를 요약해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김은 착잡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인간들이 속물이라는 점도, 그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점도, 그리고 김같은 보통사람은 노력해야 겨우 얻는 것들을 그들은 너무 쉽게 얻는다는 점도 김을 우울하게 했다.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김은 단기간에 이런 돈을 번 적이 없었다. 투자한 지 한 달도 안 돼 640만 원을 벌었다. 월급의 세 배가 넘는 돈이다. 어쩌면 신이 그간 운이 안 따랐던 김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몰랐다.

 

축배를 들자.’

 

김은 TV를 틀었다. 명색이 축하 파티인데 혼자 사는 작은 방이 너무도 적적했기 때문이다.

캐리어에 든 술을 가지러 돌아선 김의 등 뒤로 경쾌한 목소리가 꽂혔다.

 

 

착한 드링크 비타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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