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 그리스
<신타그마 광장에 울려 퍼진 ‘레베티카’>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들은 가난한 하층민들의 팍팍한 삶 속에서 생겨난 경우가 많다. 블루스, 재즈, 레베티카 등이 그렇다. 미국 흑인들은 노예생활로 인한 자신들의 암울한 처지를 음악으로 표현했고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블루스음악으로 발전시켰다. 그리스의 민중음악인 레베티카도 마찬가지다. 터키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그리스로 강제 송환된 약 150만 명의 난민들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위문화를 이루어 냈다. 퇴폐산업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레베티카는 가난과 소외된 삶,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하층민들의 힘겨운 삶의 애환을 달래준 음악이었다.
그리스에 레베티카 음악이 자주 들리는 듯하다. 지난 5년간 그리스에 주어진 구제금융 대가로 유로존은 임금·연금삭감 등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관광업과 자영업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그리스는 긴축 효과를 보지 못했고 되레 경기침체와 최악의 실업률을 겪었다. 퇴직자들은 4년 만에 세 차례에 걸쳐 40% 넘게 연금액이 깎였다. 연금 수령자의 45%는 빈곤선인 월 665유로(약 83만원)미만의 연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리스 전체 가구의 절반인 49%는 주 소득원이 노인들의 연금이라는 사실이다. 청년실업률이 50%에 달하면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야 할 노인들의 연금이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 긴축정책은 하층민뿐만 아니라 중산층들마저 팍팍한 삶으로 내몰고 있었다.
반면 그리스의 부유층은 긴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산을 증식하고 있었다. 그리스의 부유층은 파켈라키(촌지)와 루스페티(정치적 특혜)에 익숙해있다. 관료들은 노조와 이권 집단과 공모해 정책과 표를 맞교환하는 식으로 자리를 유지했다. 공무원과 노조는 정치인들로부터 임금 인상과 연금을 보장받는 대신 지지를 약속했다. 부유층의 탈세도 심각하다. 그리스의 탈세액은 연 2000~3000억 유로로 2009년 재정적자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부유층은 사업 등록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한 온갖 꼼수를 쓰며 자산 불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근처에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한 기다림의 줄이 이어졌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물을 꺼내먹는 사람도 생겼다. 가난 등으로 인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은 80만 명(2014년 기준)에 달했고, 지난해 상반기 노숙인 공동 숙소를 찾은 사람은 하루 300명꼴에 이른다. 긴축정책으로 인한 실업과 경제난에 가장 큰 고통을 받았던 청년층과 저소득층은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안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반면 부유층들은 유로존에서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받아들여 유로존에 잔류하기를 희망했다. 부유층들이 자녀 해외유학, 해외부동산 투자 등 유로 체제에서 얻을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압승했다. 하층민과 청년들의 힘이 컸다. 그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맨다면 실업자와 워킹푸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사람들은 신타그마 광장으로 모였고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제곡이 울려 퍼졌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환호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음악은 그리스의 전통악기인 부주키로 연주되는 레베티카다. 광장에 울려 퍼진 레베티카는 부유층의 부정부패와 탈세로 인해 긴축안의 피해가 고스란히 하층민에게만 전가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이자 팍팍한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외침이었다. 레베티카와 그 선율을 느끼게 해주는 부주키의 울림은 산티그마 광장에서 더욱 크게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