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 사자입니다.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존재라구요.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도 아닌 사자인 제 이름을 짐바브웨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거든요. 도시 곳곳에선 제 사진과 그림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사진들을 보노라면 제가 짐바브웨를 대표하는 사자가 된 기분이에요. 사랑받고 있는 그만큼 제 어깨는 더 무거워지죠.
저에겐 6명의 아내가 있습니다. 많은 아내만큼이나 많은 아이들도 있어요. 사랑스런 아내들과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합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죠. 스무 면가까이 되는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호시탐탐 제 자리를 노리는 다른 숫사자들로부터 제 가족을 지키고, 제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곁에서 돌보는 게 제 몫입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저처럼 튼튼하게 자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사자가 되길 바라요.
유럽과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돈을 주고 제 동료들을 사냥하는 게 유행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트로피 사냥'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기념품 삼으려는 목적에서 제 동료들을 죽이는 거래요. 처음 '트로피 사냥'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짐바부웨 사람들이 항상 저에게 사랑만 줬기 때문에 사람은 원래 사자를 사랑해주는 존재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옆집 아저씨의 사촌이 사냥을 당해서 죽었다고 둘째 부인의 친구인 옆집 아줌마가 와서 얘기하더라구요. 국립공원 안의 사자들은 보호를 받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혹시나 사냥의 위험에 처하면 '국민사자'인 제가 지켜줄 거에요.
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사자이고,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많은 사자에요. 국립공원 안에 살고 있어 사냥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한 편이죠. 그런데 왜 저는 지금 벽난로와 텔레비전이 보이는 미국의 한 집 안에 있는 걸까요. 이 집 사람들도 절 좋아해주긴 해요. 집 주인은 맨날 친구들을 불러와 저를 보여주며 저에 대해 칭찬을 하거든요. 물론 제 칭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이 더 많지만......제가 말로만 듣던 '트로피'가 된 걸까요? 저를 사랑해주던 짐바브웨 사람들과, 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제 이름은 세실입니다. 혹시 짐바브웨에 갈 수 있다면 저 대신 짐바브웨 사람들과 제 아이들에게 안부를 전해주시겠어요? 저는 달릴 수가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