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은혜를 베푸소서(시편 56:1-13절)
오늘은 시편 56편 말씀을 통해서 은혜를 받으시겠습니다.
이 시는 다윗이 사울왕을 피하여 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에게 도망쳤다가, 정체가 탄로 나 목숨이 위태로워진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지은 시입니다.
1. 하나님이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사람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
"하나님이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자신의 힘으로는 이 상황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음을 인정하는 고백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헤세드)만이 자신을 살릴 수 있음을 알고, 겸손히 도우심을 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
'삼키려고'는 원어상 '헐떡거리다', '맹수가 먹이를 삼키려고 뒤쫓다'라는 뜻입니다. 원수들이 다윗을 파멸시키기 위해 굶주린 맹수처럼 달려들고 있음을 비유합니다.
2. 내 원수가 종일 나를 삼키려 하며 나를 교만하게 치는 자들이 많사오니
나를 대적하는 원수들이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다윗을 삼키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종일'이라는 표현은 고통의 '지속성'을 뜻합니다. 잠시 잠깐 찾아오는 위기가 아니라,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과 생명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합니다.
"나를 교만하게 치는 자들이 많사오니", 그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힘과 권력만 믿으며 연약한 다윗을 비웃고 공격합니다. 그런 대적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많다'고 합니다.
3.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내가 주를 의지하리이다
다윗은 지금 이스라엘의 적인 블레셋의 왕궁에서 미친 척하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비참한 신세입니다(삼상 21:10-15). 그러나 다윗은 그러한 환난의 날에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을 결코 잃지 않았습니다.
그 두려워하는 날에도 다윗은 하나님을 의지하리라고 선포합니다. 기도의 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4.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말씀을 찬송하올지라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혈육을 가진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말씀으로 찬송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 말씀'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가리킵니다. 그 말씀을 믿고 기도함으로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약속대로 자신을 환난 가운데서 건져 내실 것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혈육을 가진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혈육을 가진 사람'은 전능하신 하나님에 대비되는 한낱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연약한 인생을 가리킵니다.
5. 그들이 종일 내 말을 곡해하며 나를 치는 그들의 모든 생각은 사악이라
"그들이 종일 내 말을 곡해하며", 원수들이 온종일 다윗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삐딱하게 비틀어서 오해하고 왜곡했다는 뜻입니다.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상대방이 아무리 선한 뜻이나 평범한 의도로 말을 해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악의적으로 해석합니다.
"나를 치는 그들의 모든 생각은 사악이라", 다윗을 무너뜨리고 해치려는 원수들의 머릿속이 온통 사악한 궁리로만 가득 차 있었다는 뜻입니다.
6. 그들이 내 생명을 엿보았던 것과 같이 또 모여 숨어 내 발자취를 지켜보나이다
원수들이 이전부터 늘 그래왔듯이, 다윗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악인들의 목적은 단순히 다윗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생명'을 끊는 데 있었습니다.
"내 발자취를 지켜보나이다", '발자취'를 지켜본다는 것은 다윗의 아주 작은 걸음걸이 하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미행하며 꼬투리를 잡거나 함정을 파놓으려는 집요함을 뜻합니다.
7. 그들이 악을 행하고야 안전하오리이까 하나님이여 분노하사 뭇 백성을 낮추소서
다윗은 악인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음모를 꾸미면서도 아무런 제재 없이 평안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모순적인 현실을 보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의로운 분노를 발하셔서 뭇백성을 심판하시고 그들의 교만을 꺾어 낮추어 주십시오"라는 기도입니다.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잠수함은 엄청난 수압(압제)을 받습니다. 깊은 바다의 압력은 잠수함의 강철 벽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합니다.
그렇다면 잠수함은 어떻게 그 엄청난 외부의 압력을 견뎌내며 바닷속을 항해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강철 판을 두껍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비밀은 '내부의 압력'에 있습니다. 잠수함 내부의 공기 압력을 외부 바다의 수압과 맞먹도록 바깥 압력에 맞추어 높이는 것입니다. 안에서 밀어내는 힘이 바깥에서 누르는 힘과 균형을 이룰 때, 잠수함은 찌그러지지 않고 깊은 바다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방에서 밀려오는 스트레스, 문제, 사람들의 비난(외부의 수압)이 우리를 짓누를 때가 있습니다. 내 힘만으로는 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무너집니다.
다윗이 사방에서 압박을 당하면서도 찌그러지지 않고 결국 찬송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도를 통해 내면에 '하나님을 신뢰하는 하늘의 영적 압력'을 가득 채웠기 때문입니다.
8.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유리함'은 정처 없이 헤매며 도망 다니는 고달픈 삶을 말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의 고단한 발걸음과 숨어 다니던 횟수까지 전부 세어보고(계수) 계셨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내가 흘린 고통과 슬픔의 눈물을 하나님께서 하나도 땅에 버리지 마시고, 주의 귀한 병에 소중히 보관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고대 근동 지역에는 슬픈 일을 당했을 때 흘린 눈물을 작은 병에 담아 보관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세상 사람들은 다윗의 고통을 비웃고 잊어버릴지 몰라도,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다윗의 모든 사정을 당신의 책에 기록해 두셨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신다는 것입니다. 결국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그 눈물을 닦아주시고, 억울함을 갚아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의미합니다.
9. 내가 아뢰는 날에 내 원수들이 물러가리니 이것으로 하나님이 내 편이심을 내가 아나이다
'내가 아뢰는 날에'는 '내가 하나님을 부르는 날에'란 말입니다. 지금까지 다윗이 기도했던 것을 하나님이 반드시 응답하시리라는 확신입니다. 사실 기도는 하나님을 믿는 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기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주님 앞에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만을 의지할 때 그분이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대적들을 능히 물리쳐 주십니다(엡 6:18).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내 편이 되심을 체험해야 합니다. 간증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10.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의 말씀을 찬송하며 여호와를 의지하여 그의 말씀을 찬송하리이다
시인은 지금 눈앞의 위태로운 상황(원수들의 위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그분의 입에서 나온 약속의 말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고 있습니다.
"여호와를 의지하여 그의 말씀을 찬송하리이다", 앞 구절을 한 번 더 반복하며 신앙의 고백을 더욱 강하게 다지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엘로힘):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능력과 권능의 하나님'을 뜻합니다. 여호와(야훼): 자기 백성과 언약을 맺으시고 그 언약을 반드시 지키시는 '신실한 사랑의 하나님'을 뜻합니다.
11.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대적들의 위협 앞에서 두려워 떠는 것이 당연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시선을 환경이 아닌 '하나님'께 고정했습니다.그래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사람이 아무리 강하고 악한들, 하나님이 내 편이신데 감히 나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결코 나를 해치지 못합니다."라고 선포합니다.
12.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서원함이 있사온즉 내가 감사제를 주께 드리리니
'감사제'는 하나님께서 주신 은총이나 구원, 축복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제사입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는 가운데 이러한 제사를 드리겠노라고 서원한 것입니다. 다윗이 입으로만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고 자신의 가진 것을 예물로 바쳐서까지 감사할 줄 아는 헌신적 인물이었음을 보여줍니다.
13. 주께서 내 생명을 사망에서 건지셨음이라 주께서 나로 하나님 앞, 생명의 빛에 다니게 하시려고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지 아니하셨나이까
다윗은 주께서 내 생명을 사망에서 건지셨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아직 원수들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은 단순히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친밀한 교제 안에 머무는 상태를 뜻합니다.
'생명의 빛에 다니게 하신다' 는 것은 어두컴컴한 죽음의 그늘(사망)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주시는 활력과 기쁨, 그리고 영적인 생명력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게 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지 아니하셨나이까", 원수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넘어지거나 낙심하여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그의 걸음을 든든히 붙들어 주셨음을 확신하며 감사하는 고백입니다.
시편 56편은 두려움으로 시작해서 감사의 찬송으로 끝이 납니다. 다윗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사울의 추격, 블레셋의 위협)은 금방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윗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를 이어가는 동안 그의 내면이 변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