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작품 소개하기

문수영 시인 시집 『그림자 비행』

작성자김수환|작성시간26.06.05|조회수42 목록 댓글 0

시인의 말

 

 

햇살 아래 윤슬이 반짝인다

물 위에 얹힌 세상 

귀도, 눈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자꾸만 미끄러지는 풍경 

얼룩진 시간의 천 위에

수를 놓는다 

 

하늘, 바람, 새, 꽃...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시월, 문장대

 

 

너를 읽으며 가네, 산길 돌아 올라가네 

 

산문 밖 길목에 서서 발목 잡는 그림자 

 

가던 길 멈추고 서서 계류에 손 씻네

 

말 없는 쉴 바위에 새겨진 바람의 말씀 

 

물가에 초막 짓고 물길 따라 햇살 따라 

 

사람들 길을 만드네, 물소리를 만드네 

 

 

 

 

몸으로의 여행

 

 

창밖으로 문득 가을이 다가선다 

짙푸른 젊음을 끝없이 토해내더니

하나둘 물든 잎새들, 발치에 힘준다 

 

회색 건물 건너편 치장하는 가을 산

가까워진 숲을 보며 제자리 걷는다

온몸에 바퀴 달고서 경주쯤 지난다 

 

구름 뜬 호숫가 머리 푸는 갈대처럼 

뭉쳤던 근육들 한꺼번에 실타래 푼다 

전국을 한 바퀴 돌고 가을 가운데 도착 

 

 

 

 

안개 2

 

 

 서성인다,

 가파른 언덕 갈 수 없는 길 앞에서

 

 사람보다 먼저 일어난 안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친

몸과 맘을 어루만진다 어둠의 가장자리부터 씻어준다 외로

운 것은 더욱 외롭게 하고 슬픈 것은 더욱 슬프게 한다 그 속

에서 강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가지를 치켜 올리

며 잎을 흔든다 그동안 잃어버린 몇 날은 길섶에서 졸고 또 

몇 날은 갈대로 흔들린다 갈 수 없는 곳은 먼 바다가 아니라

저 깊은 우물 속이다 

 

 움츠린 길들을 펴는 저 햇살이 길이다 

 

 

 

 

세밑

 

 

 똑같이 모두에게 열리고 닫힌 한 해 

 

 달력의 숫자가 점점 커갈 때 대청소한다 발자국마다 다른

색, 닦아도 지워지지 않은 상념들 구름처럼 무리를 지어 날아

다닌다 한 계단 오르면서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잊으려

고 버리고 온 것들이 애원하듯이 끈끈이주걱처럼 들러붙는

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반짝이다가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

간다 수선조차 안 되는 남루를 따라다닌 셀 수 없는 나날들, 

잊힌 웃음 그림자 사진 속에서 빛바래고 손끝엔 아직 식지

않은 온기, 주름을 끌어안고 무늬를 새긴다

 

 순간을 더 촘촘하게 꿰매고 여미면서  

 

 

 

- 시집 『그림자 비행』 가히  2026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