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직한 담장들이 깨진 파편 세워두어
굽이진 골목길에 샛바람 갈라지며
낯설은 발자국 하나
들이지도 못하고
마음은 꼬불꼬불 길 한쪽 기대서서
산언덕 헐떡이던 걸음은 미리 울어
붐비는 전신주 아래
한참을 쉬어간다
늘 길은 가까이서 저만큼 그대로인데
언제나 조바심치는 그 맘 길 어수선해
두 길이 맞닿지 않아
꺼내 놓는 저 투정
명암이 뭉클해진 꼭대기 다다르면
능선을 열병하듯 가지런히 맞춘 지붕
컴컴한 산 그림자가
와그르르 덮친다
-《서정과현실》2026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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