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벚꽃이 흐드러져
휘날린다 늦은 하오
흘림체 서간문으로
그대가 부친 마음
그렇게 덤으로 왔다
내 시간의 봄날은
반딧불이
어둠을 호명하며
흩뿌리는 별꽃이네
한 무리 떼지어 와
다가가면 멀어지는
우리만
알던 사잇길
저리, 잠시 빛났었지
비를 몰고 오는 구름
양미간 모은 하늘 저녁 굶은 시어미라
오만 인상 쓰고 있네 따귀라도 갈길 듯이
국 대접 던지는 소리, 천둥이 다가간다
건너편 10층 옥상 무겁게 깔고 앉아
아파트 창 속사정을 힐끔대는 본새를 봐
한바탕 울고 갈 기세, 너나없는 세상살이
한 수 배우시게
시원한 폭포 물소리 떼창으로 쏟아지네
여름 한철 다 간다고 울어대는 저 매미들 우물 곁 느티나
무 더위로 지친 어깨 시원시원 씻어주다 입추 지나 처서 지
나 홀연히 떠나갔네 빈 집 한 채 지어놓고 두말없이 비운
자리 머물 때와 떠날 때를 용케도 알고 가는 매미에게 그대
들, 한 수 배우시게 온갖 수단 안 가리고 의자 다리 붙든 채
로 번득이는 저 눈 보소 욕망은 끝이 없어 말 같잖은 말들
은 가지 벋어 뒤엉키고 입만 열면 거짓말에 오리발은 필수
품목 사계절 밤낮없이 눈앞에 아른대니 이제 더는 못 보겠
소 그대들, 종신보험 드셨는가
임기가 끝난 지금도 어깨 아직 봉긋하네
불면
마음속 외투 깃을 한껏 치올리고
이명 끝에 덮여오는 파도 자락 끌어가며
동녘을 가늠하면서 자벌레가 되는 시간
어디쯤 지났을까 내 눈에 되비치는
군도群島로 나앉은 섬 바닷새가 되었다니
한밤중 몸을 늘이며 날개 사이 건너 본다
- 시집 『앉혀놓은 도돌이표』 고요아침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