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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시인 시조집 『앉혀놓은 도돌이표』

작성자김수환|작성시간26.06.15|조회수30 목록 댓글 0

시인의 말

 

 

벚꽃이 흐드러져

휘날린다 늦은 하오 

 

흘림체 서간문으로 

그대가 부친 마음

 

그렇게 덤으로 왔다 

내 시간의 봄날은  

 

 

 

 

반딧불이 

 

 

어둠을 호명하며 

흩뿌리는 별꽃이네 

 

한 무리 떼지어 와 

다가가면 멀어지는

 

우리만

알던 사잇길

저리, 잠시 빛났었지  

 

 

 

 

비를 몰고 오는 구름 

 

 

양미간 모은 하늘 저녁 굶은 시어미라 

 

오만 인상 쓰고 있네 따귀라도 갈길 듯이 

 

국 대접 던지는 소리, 천둥이 다가간다 

 

건너편 10층 옥상 무겁게 깔고 앉아 

 

아파트 창 속사정을 힐끔대는 본새를 봐 

 

한바탕 울고 갈 기세, 너나없는 세상살이   

 

 

 

 

한 수 배우시게

 

 

 시원한 폭포 물소리 떼창으로 쏟아지네 

 

 여름 한철 다 간다고 울어대는 저 매미들 우물 곁 느티나

무 더위로 지친 어깨 시원시원 씻어주다 입추 지나 처서 지

나 홀연히 떠나갔네 빈 집 한 채 지어놓고 두말없이 비운

자리 머물 때와 떠날 때를 용케도 알고 가는 매미에게 그대

들, 한 수 배우시게 온갖 수단 안 가리고 의자 다리 붙든 채

로 번득이는 저 눈 보소 욕망은 끝이 없어 말 같잖은 말들

은 가지 벋어 뒤엉키고 입만 열면 거짓말에 오리발은 필수

품목 사계절 밤낮없이 눈앞에 아른대니 이제 더는 못 보겠

소 그대들, 종신보험 드셨는가 

 

 임기가 끝난 지금도 어깨 아직 봉긋하네 

 

 

 

 

불면

 

 

마음속 외투 깃을 한껏 치올리고 

 

이명 끝에 덮여오는 파도 자락 끌어가며 

 

동녘을 가늠하면서 자벌레가 되는 시간   

 

어디쯤 지났을까 내 눈에 되비치는 

 

군도群島로 나앉은 섬 바닷새가 되었다니 

 

한밤중 몸을 늘이며 날개 사이 건너 본다

 

 

 

- 시집 『앉혀놓은 도돌이표』 고요아침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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