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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강 외/ 민병도 시인

작성자김수환|작성시간26.06.19|조회수32 목록 댓글 1

저무는 강

 

 

옷깃에 몰래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듯 

또 한 해를 내다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오면 

허전한 가슴 한쪽을 가로질러 저무는 강 

 

물에 발을 묻는다고 그리움이 삭겠냐만 

지는 해와 강도 함께 떠나보낸 물오리 떼 

퍼렇게 멍들고 지친 물소리를 닦고 있었다 

 

어둠 앞에 흔들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불 켜진 낯선 마을로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노래를 뼈에 묻으면 삶도 다만 긴 느낌표  

 

 

 

 

겨울 금천錦川

 

 

미처 떠나지 못한 길 하나가 물속에 잠긴 

겨울 금천錦川에 앉아 물소리로 적막을 씻네 

깃 다친 청동새 한 마리 군장軍裝을 벗는 저물녘

 

비정의 겨울을 온몸으로 증언키 위해 

갈대는 선 채로 죽어 쓰쓰싹싹 스크럼을 짜 

가늠키 힘든 수심을 거울처럼 밝혀 놓았네 

 

굽이쳐 온 지난 날의 못다 아문 상처를 따라

속으로 울음을 삼킨, 삶은 다만 저 물길 같은가 

초간본 옛 지도 위로 반역의 뼈도 세우는

 

후렴뿐인 악보 하나로 강을 지킨 마른풀들 

산 빛을 꺾어 덮고 시린 어깨 뉘일 때 

끊어진 징검다리를 건너 첫눈이 오고 있다 

 

 

 

 

풍경風磬

 

 

부처님 출타중인 빈 산사 대웅전 처마 

 

물 없는 허공에서 시간의 파도를 타는 

 

저 눈 큰 청동물고기 어디로 가고 있을까 

 

뼈는 발라 산에 주고 비늘은 강에나 바쳐

 

하늘의 소리 찾아 홀로 떠난 그대 만행卍行,

 

매화꽃 이울 때마다 경을 잠시 덮는다

 

혓바닥 날름거리며 등지느러미도 흔들면서 

 

상류로, 적요의 상류로 헤엄쳐 가고 나면 

 

끝없이 낯선 길 하나 희미하게 남는다 

 

 

 

-《시조21》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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