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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겸손과 비굴의 차이

작성자우야꼬|작성시간20.05.19|조회수39 목록 댓글 0

겸손이란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세상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빨간 색깔도 있고 노란 색깔도 있고, 좀 빨리 가는 것도 있고 천천히 가는 것도 있어요. 이렇게 다 다르지만 세상 만물은 기본적으로 각자 다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다 평등합니다.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나라 사람이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이처럼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볼 때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반면에 ‘피부색이 흰 건 좋고 검은 건 나쁘다. 남자는 훌륭하고 여자는 열등하다. 어느 민족은 우등하고, 약소민족은 열등하다’ 이렇게 우열을 두고 보는 데서 교만이 생깁니다.

세상을 평등하게 보면 자기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돈이 많은 사람이든 돈이 적은 사람이든 똑같이 대하게 됩니다. 모두가 평등하니까요. 세상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돈이 적거나,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쉽게 차별합니다. 그런데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보면 누구든 똑같이 대할 뿐이에요. 내가 특별히 겸손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면 저절로 세상 사람들이 이를 두고 ‘겸손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열이 있다고 잘못 생각하면 누구나 똑같이 대할 수가 없습니다.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열등하고, 남자는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고, 나이 많은 사람이 우선이고 나이 적은 사람은 나중이다’ 이렇게 우열이 있다고 사고하는 사람은 자기보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대하면 자연히 마음이 위축됩니다. 우열이 있다고 자기부터가 믿고 있으니까요. 이런 사람을 두고 ‘비굴하다’라고 말해요.

그러나 평등이라는 진실에 기초해서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면 세상 사람들이 ‘겸손하다’라고 말합니다. 나는 평등하게 대했을 뿐 굳이 겸손하려고 한 게 아니지만, 우열이 있다고 믿는 세상에서 낮은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겸손해 보이는 겁니다. 반대로 우열이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보다 돈이 적거나, 자신보다 키가 작거나, 자신보다 못생겼다고 생각되거나, 자신보다 공부를 적게 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교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평등한 자세로 높은 사람을 대하면 어떨까요? 특별히 높은 사람이라는 개념 없이 평등하게 대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당당하다’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우열이 있다고 믿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 나보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한테 마음이 위축되기 때문에 ‘비굴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처럼 우열을 두는 관점, 즉 잘못된 인식체계를 갖고 있으면 교만해지거나 비굴해집니다. 내가 돈에 집착하게 되면 돈 많은 사람에게는 비굴해지고 돈 적은 사람에게는 교만해지겠죠. 높은 지위에 집착하고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비굴하게 굴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교만하게 구는 거예요.

그러나 평등성에 기초를 두면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똑같이 대합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 없이 똑같이 대하니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저 사람 참 당당하다’라고 말해요. 지위가 낮은 사람도 똑같이 대하니까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저 사람 참 겸손하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이처럼 겸손과 비굴은 겉으로 보면 똑같이 고개를 숙이는 것 같지만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겸손은 평등성에 기초해서 나타나는 것이고, 비굴은 차별성에 기초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의 제자 수행자들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

나의 제자 수행자들아, 비굴하지 말고 당당하라.’


출처 스님의 하루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2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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