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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할 때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합니까?

작성자우야꼬|작성시간20.06.26|조회수34 목록 댓글 0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의 목적은 아닙니다. 명상의 목적은 우리들의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항상 고요하고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마음은 늘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마음의 습관이 부정적으로 형성되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형성되어진 몸과 마음의 습관을 인도말로는 ‘카르마’라고 하고, 불교 용어로는 ‘업식’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용어로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할 때 호흡에 집중하는 이유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마음의 습관에 따라 자동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그에 따라서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고, 거친 말과 행동이 외부로 표현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한테 많은 손실이 생깁니다. 화를 벌컥 낸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겠죠. 어떤 경우에는 경제적인 손실을 볼 수도 있고요. 또 내가 화가 나서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면 경찰에 잡혀가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손실을 막기 위해서 화가 나도 참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 참게 되면 그 감정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압력이 생깁니다. 이것을 우리는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괴로워집니다. 참다가 못 참아서 터트리게 되면 큰 손실이 생깁니다. 손실이 생기면 후회하고 또 참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런 흐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는 것은 지금 당장의 손실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터트리면 손실이 생기니까, 여기서 우리들의 과제는 참지도 않고 터트리지도 않으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외부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길은 없을까, 하는 겁니다.

참지도 않고, 터트리지도 않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일찍 알아차려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시작될 때 바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기 전에 불쾌한 느낌을 알아차리면 더 좋습니다. 불쾌한 느낌은 내가 제어할 수 없고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오면 자동으로 일어나 버립니다. 그리고 불쾌한 느낌이 바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전이가 됩니다. 만약에 부정적인 느낌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바로 알아차리거나, 부정적인 느낌은 놓쳤다 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초기에 알아차린다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부정적인 느낌과 감정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미세하게 일어나는 초기에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산만하지 않고 집중이 되어 있어야 하고, 들뜨지 않고 고요한 상태의 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상태에 대한 알아차림이 유지돼야 합니다.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뭘 보거나 듣거나 냄새를 맡거나 외부에서 자극이 올 때 미세하게 반응하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부싯돌이 부딪치면 불꽃이 일어나지만 주변에 옮겨 붙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부싯돌이 부딪치면 불꽃이 반짝하면서 일어나는데, 주위에 인화 물질이 없으면 그냥 바로 꺼져버리듯이 부정적 느낌을 잘 알아차리고 있으면 그것이 그냥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부정적인 느낌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감정으로 전이됐다고 하더라도, 즉 어떤 인화물질에 불이 옮겨 붙었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알아차리면 아주 작은 불이 나서 쉽게 끌 수 있습니다.

호흡 알아차림이 유지될 때 일어나는 현상

그러면 느낌과 감정이 일어나는 초기 단계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방법이 호흡 알아차리기입니다. 지금 이렇게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내가 호흡하고 있나’ 하고 체크해보시면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호흡을 지금만 하고 있느냐? 아닙니다. 호흡은 늘 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한은 항상 호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호흡에 관심을 가지니까 ‘호흡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겁니다.

그것처럼 우리들의 느낌과 감정도 늘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일어나는데 우리는 거기에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놓치고, 감정이 격해질 때가 돼서야 알게 됩니다. 격한 운동을 하고 나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 때는 호흡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거친 호흡이 아니라 내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움직이다가 명상 자세로 앉으면 처음에는 호흡이 약간 거칩니다. 그래서 호흡하는 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5분, 10분이 지나면 몸이 편안하게 있으니까 거친 호흡이 점점 고요해집니다. 호흡이 고요해질 때 집중하지 않으면 호흡하는 것을 놓치게 됩니다. 호흡하는 감각이 아주 작기 때문에 실제로는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지나간 생각, 미래의 구상 이런 것들로 꽉 차 있게 됩니다. 호흡은 온 데 간데없고 상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코끝에 마음을 계속 집중해서 아주 미세한 호흡까지 알아차린다는 것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아주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콧구멍 주위뿐만 아니라 몸의 다른 부위의 미세한 감각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됩니다.

호흡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망상

이때 물론 많은 방해가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데 눈에서 어떤 환상 같은 것이 보인다든지, 바깥에서 소리가 들린다든지, 몸에서 다리가 아프다든지, 거친 감각이 자극을 준다든지, 졸음이 온다든지, 과거의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든지, 미래의 이런저런 구상이 떠오른다든지, 이런 곳에 마음을 뺏기면 호흡을 놓치게 됩니다. 이렇게 호흡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는 그냥 멍청한 상태와 같은 겁니다. 이런 여러 가지 자극에도 구애받지 않고 호흡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린다는 것은 내가 깨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호흡 알아차림이 어느 정도 연습이 되면 일상 속에서 자기 마음의 작용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내가 약간 조급한 마음을 낸다면 호흡이 약간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몸에서 약간 열이 나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어떤 미세한 감각과 불쾌한 느낌 같은 것을 아주 조기에 체크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초기에 일어나는 미세한 느낌은 그걸 알아차리고 주시하고 있으면 금방 사라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지거나 그에 따른 어떤 행동이 나오기 전에 감정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지금 호흡 알아차림을 연습하는 겁니다.

그래서 명상을 할 때는 호흡을 알아차린 것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호흡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을 꾸준히 연습해 가는 게 수행입니다.”

출처 스님의 하루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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