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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스님이 통찰력을 갖기까지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나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2.11.02|조회수22 목록 댓글 0



“스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스님께서 오늘의 스님이 되시기까지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스님의 지혜와 통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살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게 전부예요. 궁금한 거 있으면 더 물어보세요.” (웃음)


“스님처럼 되고자 하면 그게 유일한 길인가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일을 해야 했고, 가정 형편상 겨우 중학교를 갔기 때문에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살아야 했어요. 고등학교에 가면서 겨우 공부를 조금 할 만했는데 그때 절에 들어가게 됐죠.

한국은 학벌 사회인데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뒀으니까 내세울 만한 학벌이 없었어요. 또, 절에 있는 동안에는 승려들의 행동을 보고 실망감을 느껴서 절 밖으로 나왔습니다. 승려로서 가질 수 있는 기득권이 있었는데, 절을 떠났으니 그런 기득권도 누릴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감옥에도 다녀오고, 고문도 당했습니다. 절을 떠났으니까 승려 사회에서는 배제된 것과 다름없었어요.

이렇게 차별도 받아보고, 왕따도 당해보고,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겪어봤습니다. 그런 위기 속에서도 항상 어떻게 자기만의 긍정성을 가질 것인지가 중요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저한테는 좋은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내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다. 전생에 지은 복이 많아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한 것이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내 힘으로 살았기 때문에 일찍 자립할 수 있었고,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살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고생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이 아주 많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지진이 났을 때 구호 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저녁에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화 몇 마디만 하면 그 사람들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농토를 몇 헥타르나 경작해요?’

‘1헥타르 정도 됩니다.’

‘아이들은 몇 명이나 있어요?’

‘네 명 있어요.’

‘큰 애는 몇 살이에요? 이제 중학교 정도 갔겠네요?’

‘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중학교에 못 보냈겠네요?’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금방 알아냅니까?’

이때쯤 되면 통역하는 사람도 놀랍니다. 제가 몇 마디만 듣고도 그 사람의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사람들의 형편이 제가 어릴 때 살던 우리 동네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정보를 대학을 나온다고 파악할 수가 있겠어요? 명상을 오래 한다고 알 수가 있겠어요? 이런 것은 다 어릴 때 고생을 해 본 경험에서 나오는 거예요. 제 얘기를 통역해 주던 사람은 오히려 자기는 인도네시아 사람인데도 잘 모르는 걸 스님은 금방 알아낸다고 말합니다. (웃음)


마을 집을 방문해서 살림살이를 살펴보면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집을 쭉 둘러본 다음 ‘부엌 바닥을 이렇게 높이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부인이 깜짝 놀랍니다. 남편과 20년 넘게 살았는데도 그런 걸 신경 안 써주는데, 스님은 한 번 보자마자 자기의 어려움을 알아주니까 놀라는 거예요. 제가 그걸 알 수 있는 건 어릴 때 자라면서 작업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봤기 때문이에요. 이런 걸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스님이 뭐든지 다 알고 있는 신통력을 가진 사람처럼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는 제가 어렵게 자란 경험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건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조언을 할 때 고생을 많이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제 생각에 저는 현재 아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제가 많은 걸 배우기 위해서는 일부러 고생 거리를 만들어야 할까요?” (모두 웃음)


“한국 속담에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 사서 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고생을 하면 그만큼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생은 삶을 배우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그렇다고 일부러 고생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런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걸 피하려고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공부 거리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불자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꼭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지 않아도 된다. 꼭 부처님처럼 밥을 얻어먹고, 옷을 주워 입고, 잠을 나무 밑에서 자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붓다를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현재 먹고, 입고, 자는 환경에 대해 불평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스승인 부처님은 밥을 얻어먹고, 옷을 주워 입고, 잠을 나무 밑에서 잤는데, 우리가 먹는 음식은 부처님이 드셨던 음식보다 낫고, 우리가 입는 옷은 시체를 덮었던 분소의보다는 낫고, 우리가 자는 곳은 나무 밑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뭐가 불만이겠어요? 그러니 불자라면 부처님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런 것에 대해 불평을 한다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가난한 나라에 구호활동을 하러 많이 가는데, 먼 거리를 걷고 나면 트럭 뒤에 태워만 줘도 무척 고맙습니다. 그러니 트럭 뒤에 타고 가는 게 하나도 안 힘들어요. 그러다가 승용차를 타면 아무리 낡은 승용차라도 트럭보다 훨씬 낫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게 힘들다는 사람도 있는데, 비행기를 타면 아주 편합니다. 때가 되면 밥도 주고, 화장실도 있잖아요. 공항에서 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비행기 값을 아끼려고 3일을 공항에서 지낸 적도 있어요. 공항에서 자면 화장실도 있죠, 샤워장도 있죠, 여름에는 에어컨도 틀어줘요. 게다가 공항에서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 곳에서나 자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이런 관점을 지녀야 합니다. 그러니 세상 일을 하는 게 힘들지 않습니다. 욕심을 내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겁니다. 세상 살기가 힘들다는 건 지금 욕심을 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붓다의 가르침을 읽고 외운다고 해서 붓다의 제자가 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의 삶을 모델로 삼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그 가르침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걸식을 했다는 건 ‘먹는 것으로 불평하지 말라’ 하는 뜻입니다. 시체를 쌌던 분소의를 옷으로 입고 지냈다는 건 ‘입는 옷으로 불평하지 말라’ 하는 뜻입니다. 나무 밑에서 지냈다는 건 ‘자는 집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 하는 뜻입니다.

부처님은 혼자 사셨어요. 여러분은 가족과 함께 살잖아요. 그런데 무슨 불평이 있어요? 승려가 되면 직업도 버려야 하는데, 여러분은 수행자로 살면서도 직업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좋은 조건이에요?


만약 지금 느끼는 행복이 무엇인가 갖춰졌기 때문에 느끼는 행복이라면, 세상 모든 것은 무상(無常) 하기 때문에 그 갖춤이 해체되면 괴로움으로 떨어집니다. 만약 마음에 맞는 이성 친구가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이 곧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그 이성 친구와 헤어지면 그것이 괴로움의 원인이 돼요. 이렇게 되어도 좋고, 저렇게 되어도 좋아야 해요. 이성 친구와 만날 때는 만나서 기쁨이 되고, 헤어질 때는 그동안 만나서 즐거웠다고 인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령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걸 배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이러해서 행복하다’ 하는 조건부 행복은 반드시 그 조건 때문에 불행하게 됩니다. 예전에 어떤 여성분이 상담을 하러 왔는데, 남편과는 사이가 안 좋지만 아이가 하나 있어서 아이 때문에 자신은 행복하다고 했어요. 자기한테는 아이가 행복의 근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그분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삶에 있어서는 그 아이가 핵폭탄입니다’

선(禪)은 이렇게 한 마디로 말했을 때 알아듣는 거예요. 그 원리를 길게 설명하면 그게 곧 수트라(sutra, 경전)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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