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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외도하고 이혼한 아빠가 뇌졸중으로 입원했어요, 도와줘야 할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2.11.14|조회수20 목록 댓글 0


“저는 22년간 연락 없이 지낸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부모님은 아빠의 외도로 이혼을 하셨고, 그동안 친정 식구 모두 아빠와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올 8월쯤 친척 분께 아빠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직계 가족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여 제가 보호자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편마비와 연하장애로 재활병원에 입원 중이십니다. 저는 친정 식구들에게 아빠의 상황을 전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했습니다. 친정 식구들은 각자의 의견이 달라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정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선택하여 살다가 병든 아빠를 어찌 해야 할까요?”


“22년간 연락이 없던 아빠가 돌아가시고 유산이 남았는데, 가족을 찾아서 이 유산을 물려준다고 하면 가족들이 받을까요, 안 받을까요?”

“아마 받으려고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대답이 더 필요합니까?” (웃음)

“...”


“이 고민은 아빠의 외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아빠가 외도를 했든 어떻게 했든 만약 유산을 남기셔서 가족들에게 온 것이라면 그때도 ‘외도한 사람의 유산이기 때문에 안 받는다’ 이렇게 할까요? 외도한 것은 안 따지고 그냥 유산을 다 받을까요?”

“만약 금전적인 유산 문제라면 고민할 것도 없고, 서로 받으려고 하겠죠.”

“아버지가 남긴 것이 유산이었다면 외도한 것을 안 따지는데, 아버지가 쓰러져서 병원에 있는 지금 상황은 다들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외도한 것을 따지는 겁니다. 내가 간호를 해야 되니까 그걸 피하려고 외도를 했느니, 이혼을 했느니, 집을 나갔느니, 이런 핑계를 대는 거예요. 아버지의 병간호를 거부할 수는 있는데, 그것이 외도를 했느냐, 이혼을 했느냐 하는 문제 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문제를 직시해서 보면 그렇다는 거예요. 만약 나한테 득이 되는 것이었으면 아무런 불평 없이 다 받았을 텐데, 지금 나한테 부담이 되는 것을 받아야 하니까 안 받으려고 하는 거죠. 숫제 ‘제가 받으려니 부담이 되는데 이걸 안 받아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괜찮은데, 지금처럼 ‘아버지가 외도를 했다’, ‘나를 돌보지 않았다’, ‘이혼을 했다’ 이런 이유들을 자꾸 말하는 것은 그 일을 맡지 않기 위한 핑계라는 겁니다.”

“이번에 아빠를 직접 본 사람은 저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별로 좋지가 않았어요. 아빠가 잘 사셨으면 상관이 없었을 텐데, 그렇게 아픈 모습을 보고 나서는 저도 마음이 약해져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다른 친정 식구들은 이견이 많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도 없어서 ‘나 혼자만이라고 도움을 드려야 하나’ 하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혼자서 감당을 하게 되면 제가 부담으로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부담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빠가 유산을 남겼는데 다른 가족들이 그 돈은 싫다고 안 받으면, 질문자는 그 돈을 다 받을 거예요? 다른 가족들도 안 받으니까 나도 안 받겠다고 하고 갖다 버릴 거예요?”


“솔직히 저도 왔다 갔다 합니다. 저도 아빠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상처가 남아 있긴 하거든요. 그냥 아빠를 외면했으면 이런 질문도 드리지 않았을 텐데, 지금 와서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은 마음이 들어서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핵심은 그 일이 지금 손해 나는 일이니까 가족들이 안 받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가족인데 손해가 난다고 해서 환자를 안 받겠다고 하기가 미안하니까 그 핑계로 ‘이혼을 했다’, ‘가정을 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스님이 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만약 돈이었다면 이혼을 해서 번 돈이든, 외도를 해서 번 돈이든 상관없이 다 받았을 텐데, 즉 나한테 득이 되는 거면 그런 거 안 따지고 다 받는데 지금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서 안 받으려고 하다 보니 그런 핑계를 댄다는 거예요. 그러니 아빠가 이혼을 했느니, 가정을 돌보지 않았느니,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외도를 했든지, 이혼을 했든지 이건 논할 필요가 없고, 이제는 ‘병든 아빠를 내가 돌볼 거냐, 안 돌볼 거냐’ 이렇게 딱 단순화해야 합니다. 다른 가족들이 돌보느냐, 안 돌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게 득이 되는 상황이었으면 다른 가족들이 안 받을수록 내가 더 많이 가지니까 좋다고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른 가족들도 이 문제에서는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첫째, 아버지를 안 모셔도 괜찮습니다. 아버지가 외도를 했고, 이혼을 했기 때문에 안 모셔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제는 아버지와 내가 성인과 성인의 관계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안 도와줘도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결정하면 돼요. 이유를 붙이지 말고, 아버지도 자기 인생을 살다가 자기가 넘어진 거니까 법적으로 필요해서 서명이 필요하면 서명을 해주는 정도는 하지만, 만약 경제적으로는 별로 돕고 싶지도 않다면 안 해도 됩니다.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아버지를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으면 그때는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돌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회보장제도입니다. 사회보장제도는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만약 아버지를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일가친척의 비난이 있다면, 그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회적 통념에는 부모가 병들면 자식이 돌보게 되어 있는데, 질문자는 안 돌보니까 비난을 감수해야 해요. 형사처벌을 받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 통념에 의한 비난은 감수해야 합니다. 만약 비난을 받기가 싫으면 아버지를 돌봐야 하고, 돌보기 싫으면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둘째, 이러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질문자가 후회할 가능성이 있어요. 아버지를 돌보지 않으면 현재는 편하지만, 미래의 고통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미래에 내가 후회를 안 하려면 지금 돌보는 게 나아요. 이것은 질문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부모니까 돌봐야 한다’, ‘외도를 했으니까 안 돌봐도 된다’ 이렇게 따지면 결정하기가 어려운데 그런 건 따질 필요가 없어요.

부모님이 병들었는데 내가 돌보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비난을 받게 됩니다. 비난을 받기 싫으면 돌봐야 하고, 돌보기 싫으면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만약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정을 하면, 비난에 대해 끄떡하지 않아야 해요.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 후회할 것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후회를 할 것 같다면, 미래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지금 돌봐야 합니다. 대신 돌보고 싶지 않다면, 미래에도 후회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비난을 감수할 것인가 아닌가, 후회를 할 것인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내가 결정할 일이지, 다른 가족이 하느냐 안 하느냐, 아버지가 외도를 했냐 안 했냐, 이건 이 문제와 하등 관계가 없는 얘기예요. 외도를 한 건 엄마와 아빠, 부부 사이의 일이지 자식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질문자는 이제 딱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해요. 부모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자식이 돌보지 않음으로써 주위 아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들일 것인가. 만약 감수하겠다면 안 돌봐도 됩니다. 그다음으로 돌아가신 뒤에 내가 후회하겠는가, 만약 후회를 안 한다면 안 돌봐도 됩니다.

병원에 입원하실 때 서명도 안 해도 돼요. 그러나 그 정도는 도와줄 필요가 있겠다 싶으면 그 정도만 도와주고 끝내면 됩니다. 다른 가족들에게도 알리기는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다른 가족들이 돕기 싫다고 하면 그 가족을 원망하거나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원래 안 돌봐도 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대신 도덕적 비난은 있을 수 있습니다. 법률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통념상 아직 도덕적인 비난이 있을 수 있어요. 다만, 아버지의 외도나 이혼 등 집안 사정을 아는 사람들로부터의 비난은 적을 수 있겠죠.

언젠가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린 적이 있어요. 아이를 버린 여성이 20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아이가 소방공무원이 되어 사고로 죽게 되자 국가로부터 나온 보상금을 제일 먼저 타갔다는 기사였어요. 현재 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한테 이익이 되니까 벼락같이 와서 찾아가잖아요. 만약 다친 아이를 평생 돌봐야 되는 상황이었다면 그 어머니가 찾아왔을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찾아와도 되고, 안 와도 됩니다. 성인과 성인 사이에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도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그러나 언젠가 아이들한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될 텐데 ‘그때 내가 돌보지 않아서 혼자 돌아가셨다’ 이런 말을 해도 아무렇지 않다면 아버지를 안 돌봐도 괜찮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면, 전적으로는 돌보지 못하더라도 조금은 돌보는 게 낫겠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이 모두 질문자 자신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발뺌의 핑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이혼을 했다, 바람을 피웠다, 이런 이야기는 발뺌의 핑계일 뿐이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기한테 손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발뺌을 하려는 거예요.

나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야 합니다. 그게 곧 천국에 가는 길이고, 성인이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천국에 갈 이유도 없고, 성인이 되고 싶지도 않고, 보통 사람으로 살겠다면, 아버지를 돕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해요. 자기 인생이니까 다 자기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질문자가 선택하면 됩니다. ‘그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해요?’ 하고 물으면 스님도 할 말이 없어요. 그건 질문자가 알아서 선택할 일이지, 다른 사람이 해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대신 아버지도 나무라지 말고, 가족들이나 어머니도 나무라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도 그들의 선택이기 때문이에요. ‘왜 나만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 이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어요. 내가 비난과 후회 여부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만 아버지를 돕게 되면 가족들로부터 ‘그래 너 잘났다, 너는 어릴 때 그렇게 고생하고도 아버지를 돕느냐’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데, 이런 비난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그래도 아버지인 걸 어떡하냐’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해야지, 자기가 결정을 해놓고 후회하는 건 수행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결정을 하면 좋겠어요. 이제 질문자가 결정할 일만 남은 거예요.”

“스님 말씀대로 제가 감수할 부분은 감수하고, 돌아가신 다음 후회하지 않게 제 선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너무 냉정하게 얘기했어요? 인생은 다 내 일입니다. 남의 일 같지만 이것도 내 일이에요. 예를 들어 지금 파키스탄에 홍수가 났는데, 그것도 파키스탄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내 일입니다. 홍수가 난 걸 몰랐으면 내가 아무런 행동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알았다는 건 그건 이미 내 일이 됐다는 겁니다. 이제 내가 어떡할 것인가만 남은 거예요. 그냥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편하다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내가 밥 두 그릇 먹는 것보다는 한 그릇을 주는 게 낫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거예요. 이것도 내 선택입니다. 그러니 칭찬받을 것도 없고, 안 했다고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여러 날을 생각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확신이 생겼습니다. 주변 상황을 핑계 대지 않고 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책임지는 삶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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