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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다들 무슨 재미로 사나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2.11.22|조회수23 목록 댓글 0

“스님께서 불교에서의 행복이란 고락이 없는 평정심의 상태라고 하셨는데, 평정심을 키우려 노력하니 세상의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음악의 간지러움이라든지 맛의 즐거움 같은 것 등 인생의 소소한 기쁨들에 무감각해진다면, 또 그저 괴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산다면 인생에 어떤 재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또한 깨닫지 못해 드는 아쉬움이겠지만, 어떻게 하면 머리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여 깨달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술 먹는 사람들은 늘 술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으니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늘 ‘술도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나?’ 이런 말들을 합니다.


제가 젊을 때 한 친구가 계속 저한테 ‘너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화투도 안 치고, 장기도 안 두고, 연애도 안 하고,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는 늘 물어보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사는 데 재미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였어요. 다른 하나는, 본인이 생각할 때 이런 취미가 있어야 인생 사는 게 재미가 있으니까 자기 몰래 다른 사람이랑 노는 거 아니냐, 즐기려면 친구인 자기랑 같이 즐겨야지 왜 다른 사람이랑 즐기느냐는 게 불만이었어요. 그 친구는 제가 사는 게 재미가 없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랑 그런 취미를 즐기거나 이렇게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이 사람이 LA 폭동 때 죽을 뻔한 위기를 맞았어요. 가게를 경영했는데 거기에 불이 나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어요. 그 일을 계기로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에 참석했는데, 그때 수련을 제가 안내했어요. 수련을 마치고 나서는 저한테 와서 ‘돈 버는 이유도 다 담배 피우고, 장기 두고, 여행 다니고, 이런 걸 하려고 그런 건데, 너는 옛날에 학원 선생님을 할 때 돈을 많이 벌고 해도 그런 취미를 갖지 않고 남 도와주는 일에만 쓰고 그래서 이해가 안 됐는데,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니 이제 이해가 된다’ 이렇게 말을 해요. 그걸 이해를 했으면 그때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그런 다음에도 계속 그런 즐거움을 추구하다가 결국은 세상을 일찍 떠났어요.

그런 것처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할 때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이런 재미도 모르고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사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마약 하는 사람들도 ‘마약을 모르고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사나’ 이렇게 말하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혀끝에 느껴지는 감칠맛, 그걸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사나’ 이렇게 말해요.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이렇게 좋은 음악을 안 듣고 무슨 재미로 사나’ 이렇게 말하고, 마사지 받는 사람은 마사지 받는 재미, 찜질방 가는 사람은 찜질방 가는 재미, 숯가마에 가는 사람은 또 숯가마에 가는 재미를 말합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런 재미 모르시죠?’ 이러면서 이야기를 해요.


저는 그런 취미가 없어도 잘 살아갑니다. 게다가 그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저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게 살아가면 저도 옆에서 보고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할 텐데, 그런 재미를 찾으면서도 늘 부부간에 싸우고, 인상 쓰고 괴로워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별로 설득력이 없어요.

제가 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설득력이 있잖아요. 제가 부처님 법을 이야기하면서 저부터 늘 이렇게 웃으면서 살아가잖아요. 질문자는 젊고 스님은 늙었는데도 스님이 질문자보다 더 웃으면서 살아가고, 질문자는 인생사는 게 힘들어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일이 있지만 저는 아무한테도 부탁할 일이 없어요. 이렇게 들을 때는 스님 이야기가 맞는 것 같지만, 또 쾌락에 매몰이 되면 그 맛에 취해서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죠. 많은 사람들이 쾌락의 즐거움에 빠지는데, 이런 쾌락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쾌락을 즐길 수 있을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막상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괴로워집니다. 못하게 되면 괴로워지고, 사는 게 재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만약 세상에 갑자기 기후 위기나 식량 부족 현상이 찾아와서 맛있는 음식은 고사하고 기본 식량 보급조차 어려워진다면, 그런 환경이 되어도 스님은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필리핀,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에 가서 하루 종일 걸어도 별 문제가 없고, 침낭 하나 가지고 아무 데서나 잠을 자도 별 문제가 없고, 고구마만 먹고살아도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그런 곳에 사람들하고 같이 가면 다들 죽는다고 난리죠.


여기서 핵심은 그런 걸 즐기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런 즐거움에 집착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첫째, 그런 즐거움을 좋아하면 그것이 없을 때 반드시 괴롭게 되어있어요. 무언가를 좋아하면, 막상 그게 공급되지 않을 때 괴로워집니다. 그게 좋아서 기분이 좋았던 만큼 없을 때 반드시 기분이 나빠지는 거예요. 어떤 보복의 의미로 기분이 나빠진다는 게 아니라, 무언가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면 그것이 없을 때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만약 아들이 있어서 즐거웠다면, 아들이 떠나버리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애인이 있어서 즐거웠다면, 애인과 헤어지면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애인이 있는 사람은 괴로워진다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 즐겁다면 그 상황이 바뀔 때 괴로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마음의 이치를 말하는 거예요.

부처님 가르침에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있죠. 세상에 항상 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이 세상 우주부터 인간의 삶까지 모든 것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단지 변화가 조금 빨리 일어나는가, 늦게 일어나는가의 차이일 뿐 모든 것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그걸 청천벽력 같이 생각합니다. 죽음도 청천벽력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헤어지게 되어 있고, 누구나 다 죽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의 무의식에서는 무언가 좋은 게 있으면 변화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좋으면 안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건 없죠. 그러니 괴롭지 않으려면 이걸 열어놓고 살아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그 음식의 맛을 모르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맛을 느끼되 맛이 없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맛있는 것에 빠지면 맛에 집착이 생겨서 그다음에는 더 맛있는 걸 먹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여기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그냥 음식을 먹고 ‘이건 이런 맛이네’, ‘저건 저런 맛이네’, ‘이건 괜찮네’ 이 정도로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이 음악을 들으니까 좋네’ 이 정도로 하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음악을 들으려고 새 음향기기에 집착하면, 나중에 돈이 떨어져 못 사거나 기계를 잃어버리거나 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런 의미로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이건 일상에 무감각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알아차림을 하면 더 예민해집니다. 맛도 더 느끼고, 소리도 더 잘 듣게 돼요. 그러나 거기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질문자도 한 번 해보세요. 만약 스님처럼 살아보고 실제 인생에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보세요. 해보기도 전에 그냥 앉아서 ‘그렇게 살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질문하고 있는데, 담배도 안 끊어 보고 ‘담배를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요’ 이렇게 질문하는 것과 같아요. 일단 한 번 끊어보세요. 끊어보면 좋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끊기도 전에 그런 질문을 한다는 건 사실 지금 바로 끊기가 싫다는 반증이에요.

만약 누군가가 ‘실제로 해보니까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즐기면서 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스님도 오케이 합니다. 실제로 해보고 그런 말을 하면 ‘너 좋을 대로 살아라’ 이렇게 말할 거예요.”

“스님 젊었을 적에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고, 평정심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 상태가 다르다는 말씀을 잘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든지 처음에는 다 서툴고 힘들어요. 그런데 하다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이 세상에 어떤 일도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특히 여러분들은 초심자니까 여기서 짜 놓은 프로그램대로 따라 해 보는 게 가장 좋아요. 도움이 되라고 프로그램을 다 짜뒀는데 그걸 거부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그러니 일단 6개월 해보고 난 다음 ‘나는 이걸 안 해도 되겠다’ 이렇게 느끼면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그 전에는 일단 다 경험해보는 게 좋아요.

제가 절에 들어온 지 지금 5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수없이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나서 지금의 프로그램으로 다듬어진 거예요. 그런데 그걸 굳이 안 해볼 필요가 뭐 있겠어요. 일단 해보고 난 뒤에 ‘나한테 안 맞다’ 이러면 그때 버려도 됩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거부하지 말고 프로그램에서 안내하는 건 다 한 번씩 해보세요. 막상 해보면 모두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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