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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남 탓을 하는 아내와 같이 사는 게 힘들어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2.12.12|조회수16 목록 댓글 0


“아내랑 연애할 때 아내는 미혼모였는데 그 사실을 숨겼습니다. 그건 이해합니다만 연애를 시작할 때 제가 비혼주의자라고 밝혔음에도 본인이 저랑 결혼하고 싶다는 이유로 저를 속이고 계획적으로 임신을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그래도 저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결혼해서 지금은 잘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착하고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항상 외부 탓을 하고 남 탓을 하고 매우 이기적이면서 특히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전혀 모릅니다. 아내가 모든 일에 부정적이고 불만이 많아서 같이 사는 것이 이제 힘이 듭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같이 심리 검사를 했는데요. 저는 멀쩡하게 나왔는데 아내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심해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담을 해보니 아내가 2년 전에 어떤 범죄의 피해자가 됐었는데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게 남아 있는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거울처럼 엄마의 감정을 담는다니까 아이들 걱정이 많이 돼서 아이 엄마를 아이들과 격리시키고 치료에 집중하게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옆에서 제가 하기 나름인지, 아이들을 위해서 제가 이런 사람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요?”

“누가 그 여자 분하고 강제로 결혼을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그 여자분한테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고, 어쨌든 본인이 좋아서 만난 거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샀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오를 때도 있고, 떨어져서 손해를 볼 때도 있듯이,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는 내가 받아야 됩니다. 이것이 세상의 기본적인 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회피하려고 하면 세상이 시끄럽고, 많은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나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면 어려움도 극복이 되고 나중에 후회도 없게 됩니다.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의무로 인해 ‘애 때문에 너하고 억지로 산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아내는 ‘애들만 크면 남편이 어쩌면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하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야 됩니다. 안 그래도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커지게 돼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나쁜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선택의 권리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도저히 아내 때문에 못 살겠다’ 이런 마음이어서 이혼을 해야겠다면 이혼을 해도 됩니다. 다만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까 좀 힘들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아 보여요.

첫째, 아내가 병원에 가서 의사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걸 우선시해야 됩니다. 둘째, 아내가 치료를 받을 동안에 자기가 아기를 돌보든지, 자기가 직장에 나가야 한다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기를 돌보든지, 아니면 돈을 주고라도 누군가 잠시 아이를 돌보게 하든지, 어쨌든 아내가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접근을 해야 해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부담을 느끼고, 약간 떨어지면 자기를 버리나 싶어서 의심을 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이리도 못 하고, 저리도 못 하고,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런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관계를 맺어야 됩니다. 따뜻하게 보살피되 아내가 거부하면 한 발 물러나 주고, 아내가 자기를 외면하느냐고 항의를 하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주어야 해요. 비위 맞추기 힘들다고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아내는 지금 환자이기 때문에 돌봐주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힘든 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환자라고 생각하면 좀 덜 힘듭니다.

아내가 비록 짜증을 자주 내긴 하지만, 똥오줌까지 받아내야 하는 환자를 한번 간호해 보면 그래도 아내는 자기 손으로 밥 먹고 똥오줌을 가리니까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집에서 청소라도 하니 다행이다’

‘그래도 애들을 조금이라도 돌보니 다행이다’

‘아내가 병을 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행인 게 굉장히 많습니다. 환자에 기준을 두고 바라보면 상당히 상태가 양호한 것이 되고, 정상인에 기준을 두고 바라보면 도저히 같이 못 살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의사의 진찰 결과가 우울증과 트라우마가 심한 환자라고 이미 나왔잖아요. 육체의 병은 눈에 보이니까 환자라는 걸 인정하는데, 정신질환은 눈에는 멀쩡해 보이니까 자꾸 ‘너만 좀 정신을 차리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접근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마음으로는 ‘아내는 환자다’ 이렇게 딱 관점을 가지고 대해야 합니다. 아내가 어떻게 변덕을 부려도 모두 병의 증상이거든요. ‘아내의 행동은 병의 증상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걸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아내에게 맞춰주는 게 좋아요. 똥오줌 가려주고, 밥해 먹이고, 그렇게 안 하는 것만 해도 간호하는 게 참 수월하다는 관점을 가지면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는 분이라면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 아내는 환자입니다. 잘 돌보겠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면서 아내를 잘 돌보면 좋아질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엄마의 심리적 불안이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태로는 아이들을 엄마로부터 격리시킬 수는 없습니다. 엄마의 정신질환이 병원에 입원해야 될 수준으로 중증이라면 격리를 해야 되지만, 아직은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자가 아내를 잘 돌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 힘들어도 과보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억울하다고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결과가 나빠질 때가 있지 않습니까? 2년 전만 해도 코인 열풍이 불고, '영끌'이라고 하면서 부동산 열풍이 불었는데, 지금 엄청나게 고통을 겪고 있잖아요. 이자도 물어야 되고, 집값도 떨어지고, 신용 불량자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일을 겪는 사람들에 비하면 질문자는 형편이 나은 쪽에 속해요.


질문자가 결혼을 할 때는 덕을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덕을 보기는커녕 손해만 보게 되니까 후회하는 마음이 들 수 있는데, 그래도 그걸 어떻게 합니까? 아내의 입장에서는 질문자가 인물도 잘 생겼고 경제력도 있어 보이니까 매달릴 수밖에 없잖아요. 아내의 입장에서는 또 이해가 됩니다.

나는 결혼주의자가 아닌데 상대가 피임을 제대로 안 해서 이렇게 되었다며 지나가 버린 일을 갖고 자꾸 잘잘못을 따지면 결국 서로를 원망하게 됩니다. 그러니 잘잘못은 더 이상 따지지 마세요. 지금 주어진 현실은 나는 이미 결혼했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부인은 병이 났다는 것입니다. ‘이 현실을 내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런 관점에 딱 서서 바라봐야 해요. 그러면 다른 어려운 집에 비하면 사실은 별 일이 아니에요. 지금 마음이 좀 힘들 뿐이지 사실은 그렇게 큰일은 아닙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까 이러이러한 원인이 있어서 아내에게 병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잖아요. 예를 들어, 상대가 몸은 멀쩡한데 늘 피곤해하는 이유를 모르다가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까 간수치가 나빠서 피곤을 많이 느낀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상대가 이해가 되잖아요. 그러면 게으르다는 관점에서 상대를 안 보고 ‘좀 쉬어가면서 해라’ 이렇게 배려를 하게 되듯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의 성격이 좀 문제가 있어서 같이 살기 어려운 줄 알았는데, 검사해 보니까 ‘과거에 상처가 있어서 이렇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아내가 치료에 전념하도록 도와주어야죠. 질문자가 아내를 간호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최소한 3년은 치료를 해보세요.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만 좀 기도를 하고 정성을 기울이면 아내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 여성이라면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아내는 아이들의 엄마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애들을 내가 살려야 된다’ 이런 모성애가 생겨서 병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모성애는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치료가 안 되면 질문자도 나빠지고 애들까지도 나빠지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치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도 볼 수 있어요.

나한테 도움이 된다고 좋아하고, 나한테 힘들다고 헤어지고, 인생을 이렇게만 살면 어떻게 인간 세상이 유지가 되겠어요? 적어도 이미 인연이 돼서 부부가 되었다면, 지금 애들 엄마가 병이 나서 어려움에 처했으니까 알뜰하게 보살피는 그런 마음을 내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사람은 다 이기적인 동물이니까요. 그러나 가정을 꾸렸기 때문에 조금 더 아이들을 보살피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요. 내 아내로서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 엄마가 편안해야 우리 아이들도 좋아지니까 아이들 엄마를 잘 돌보는 그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시댁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집에 자주 오는 것을 아내가 간섭처럼 느끼면 말씀드려서 아내 치료를 위해 당분간 오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어른이 있는 겁니다. 내가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가겠다고 하는 건 올바른 자세가 아니에요. 어른의 필요에 의해서 아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의 필요에 의해서 어른이 있는 거죠.

그러니 부모님에게 아내가 정신적으로 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 1년 정도 치료받는 동안은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얘기를 하는 게 좋아요. 이렇게 조치를 취해야 아내 스스로 ‘시댁 때문도 아니다’, ‘남편 때문도 아니다’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나도 잘하고, 시댁 식구도 안 오고,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아내가 자기 문제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거든요. 아직은 핑곗거리가 있잖아요. 핑곗거리가 되는 것을 없애는 게 좋습니다.

만약 아내가 애들에게 화를 낼 때도 ‘애한테 왜 그러냐?’ 이러지 말고 ‘여보, 애들은 우리가 잘 보살피자’ 하면서 항상 아내를 환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정상인으로 보면 해결이 어려워요. 부모님에 대해서나, 나에 대해서나, 아내가 원하는 것을 가능하면 해주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남 핑계댈 것이 점점 없어질수록 아내에게 자각이 일어나는 거예요.


결국 자기가 문제라는 걸 자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입니다. 핑곗거리가 있으면 늘 ‘저것이 문제다’ 하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힘이 없거든요. 수행을 깊은 산속에 가서 하는 이유는 깊은 산속에 가면 핑곗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속에는 자기밖에 없는데 누구를 탓하겠어요. 정신적인 질환을 치료하려면 핑곗거리가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고, 어지간하면 환자라는 관점에서 받아주는 게 좋습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핑곗거리를 없애주어야 한다는 그 말씀이 제 시야의 지평선을 새롭게 열어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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