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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중학생 딸이 인터넷으로 남자들과 만나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2.12.25|조회수18 목록 댓글 0


“기도를 할 때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지금 큰 아이가 조금 방황하고 있어서 사실 마음 한쪽에서는 별로 안 괜찮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도 기도를 하면서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고 하려니 괜히 제 마음을 좀 속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렇게 기도를 하면 제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데요?”

“중학생 여자 아이인데, 인터넷으로 남자아이들과 접촉도 하고, 전화도 하고, 가끔씩 만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인 질문자가 그런 건 안 좋으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충분히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가 얘기했는데도 그렇게 할까요?”

“아이 스스로 느끼는 어떤 공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와 이야기 나눌 때는 계속 잘못했다고도 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도 얘기를 합니다. 제가 아이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어요. 아이가 어릴 때 ‘잘한다’, ‘예쁘다’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거든요.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예쁘다거나 좋다고 해주니 거기에 혹시 빠진 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볼 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의사 선생님이나 청소년 아동 심리 전문가에게 질문자가 상담을 해보세요. 그런 뒤에 아이가 그 선생님과 상담을 하도록 해서 아이가 지금 어떤 욕구불만이 있어서 심리가 불안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보통은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같이 먹거나 산책을 하는 등 편안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럴 때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엄마가 먼저 ‘이건 된다, 안 된다’ 하고 단정을 하고 만나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하고 얘기하기가 싫고 말문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해놓고, 막상 얘기를 하면 ‘그래도 네가 그럴 수 있느냐!’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질문자가 아이와 대화를 해보는 거예요. 그러나 이미 선입관 때문에 질문자와는 대화의 문이 닫혀버린 경우라면 엄마가 시도하면 할수록 아이가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런 경우 전문가에게, 즉 아이가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해서 아이의 심리에 어떤 욕구불만이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봐야겠죠.


요즘 애들은 발달이 빠르니까 중학생이면 바로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어요.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아이나 여자아이가 이성에 눈뜨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것은 자연의 원리잖아요. 누구나 다 사춘기가 되면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심리가 불안해지고, 쉽게 흥분하는 성향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예전에는 엄마나 아빠, 선생님의 말을 잘 따랐더라도 이제는 저항을 하고 싶어 지고요. 이게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보지 말고요.

‘아, 우리 아이가 지금 이런 심리 상태이고, 이런 흥분 상태이고, 이런 의식이 일어나고 있구나. 이런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런 욕구가 일어나고 있구나.’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 안 해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사실을 사실대로 그냥 아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질문자가 대화를 나눠 보는 게 좋아요. 질문자가 이미 아이에게 ‘이러면 된다’, ‘이러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해버렸다면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고요. 이성을 만나고 싶거나 인터넷을 하고 싶은 것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욕구라면 그걸 나쁘게 보면 안 돼요. ‘아,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이렇게 봐줘야 합니다. 지나치게 억압하지 말고, 좀 심하다 싶을 때만 아이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보세요. ‘재미있니?’, ‘그게 좋아?’ 이렇게 가볍게 물어보면서 ‘하지만 이게 너무 지나치면 조금 위험할 수 있단다’ 이런 대화를 해서 적정하게 조절해 나가도록 해야죠. 어떤 욕구불만이나 다른 문제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고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가 판정한다면, 그건 치료를 해야 해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욕구를 제공하든지요.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기도할 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내버려 두라는 게 아니라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고장이 나면 정비소에 가서 고쳐야 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잖아요. 이처럼 ‘아무 일이 아니다’, ‘다 괜찮다’라는 말은 ‘무작정 내버려 둬도 된다’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해야 하지만, 문제가 없다면 그냥 놔둬도 돼요. 어른들도 누구나 어릴 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자랐어요. 학교 정학도 당하고, 부모한테 야단도 맞고, 만화방에 있다가 부모에게 멱살 잡혀 끌려오기도 하고요. 이런 애들이 자라서 지금은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되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그냥 고장이 났으면 고장이 난 것이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일 뿐, 그것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면 되니까요.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 이 말은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기도를 하면 좋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저랑은 모든 걸 오픈해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상담센터는 지금 예약을 해둔 상태입니다. 스님 말씀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꾸 고치려 들면 안 돼요. 자꾸 아이를 고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 선입관을 버려야 합니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그런 다음에는 서로 동의하는 하에 변화를 도모해야 해요.

지금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어른인 우리도 뭘 고치겠다고 마음먹어놓고 막상 해보면 잘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 살이 쪄서 음식을 과식하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현실에서는 음식만 보면 또 많이 먹게 됩니다. 이게 사람이에요. 그러니 첫째는 ‘고칠 건지, 안 고칠 건지’ 이걸 너무 단정적으로 하지 말고 정확한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아이 본인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치겠노라 동의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고쳐지는 건 아닙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지나치게 나무라고 ‘왜 약속을 해놓고 안 지키냐!’ 이렇게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심리가 억압되지 않도록 배려해줘야 해요. 어른이 아니잖아요. 어른들은 약속해 놓고 안 지키는 경우에는 추궁을 할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런 걸 추궁하면 어른도 기분 나빠합니다. 그러나 어른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다 감당할 수 있는 상태잖아요. 아이는 아직 그런 상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미성년자’라고 부르는 거 아니겠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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