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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승진을 했는데, 부하직원을 대하기가 어려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1.14|조회수11 목록 댓글 0


“저는 사립학교 행정실에서 말단직원으로 만 24년을 근무하다가 올해 1월 1일 자로 갑자기 승진하여 관리자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간 해왔던 회계 관련 업무는 진행 사항을 자신 있게 체크하고 결재도 쉽게 하는데요. 제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시설 업무는 잘 몰라서 그런지 어렵다는 생각부터 들고, 결재가 올라와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서 담당 직원을 자주 불러서 물어봅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자세히 설명을 안 해주니 업무가 더 어렵게 느껴지고 물어보기도 점점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잘 아는 업무를 그 직원에게 주고 제가 잘 모르는 업무는 제게 설명을 잘해줄 직원에게 주는 방법도 잠시나마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모든 직원들까지 일이 복잡해져요. 한 사람을 피하자고 사무실 업무를 그렇게 편성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생각과 걱정만 많아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직원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간식을 권하거나 식사를 같이 하자고 이야기해도 곁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 직원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승진을 반납하세요. (웃음)


승진을 반납하고 윗사람에게 ‘제가 회계 업무만 하다가 시설 관리까지 맡으니까 잘 몰라서 직책을 수행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러니 저는 제가 잘하는 회계만 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첫째, 이런 길이 하나 있어요. 직책이 올라갔다고 월급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차이가 많이 나요?”

“직책은 오르지 않았고 그냥 말단 직원 직급에서 대행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그러면 월급이 많아진 것도 아닌데 뭐 때문에 대행 업무를 합니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돼요. ‘시설 쪽은 제가 전혀 몰라서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일만 하겠습니다. 다른 분을 대행으로 세워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길이 우선 하나 있습니다.

두 번째, 그 직원을 내버려 두는 겁니다. 해당 업무를 잘 아는 상사가 꼬치꼬치 따지거나 물으면 괜찮은데, 아무것도 몰라서 설명해 줘도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이 상사랍시고 자꾸 불러서 뭐라고 뭐라고 하면 무시하는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사람 마음이 그래요. 정토회에서 수행하는 사람들도 해외에 파견을 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파견된 사람이 직급이 낮아도 현지 경험이 더 오래되고 영어도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나중에 국장이나 책임자 수준의 사람을 파견했는데 직급이 높아도 늦게 가서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데다 영어도 아직 능숙하지 않으니까 아랫사람을 관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제가 보고를 받아보면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가리켜 ‘말을 잘 안 들어요’라고 표현합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가리켜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꾸 잔소리해요. 두 번, 세 번씩 설명해도 못 알아들어요’ 이렇게 얘기합니다. (웃음)


그러니 두 번째 대응책은 그냥 내버려 두는 거예요.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결재해 주고 ‘그래요, 난 모르니까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나중에 혹시라도 사고가 났을 때 질문자가 책임을 져야 하겠죠. 그건 감수를 해야 해요.

세 번째 방법은 업무를 교체하는 거예요. 내가 업무를 잘 모르는데 책임은 맡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당연히 업무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말한 직원이 맡고 있는 업무는 내가 물으면 사근사근 잘 설명해 주는 사람에게 주고, 지금 직원에게는 내가 잘 아는 업무를 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에게 굳이 내가 여러 번 안 물어도 되잖아요.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업무는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 물으면 설명을 차근차근 잘해줄 사람에게 맡기면 돼요.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만 인사권이 질문자에게 있느냐가 관건이죠. 인사권이 질문자에게 없다면 상사에게 이야기하면 돼요. ‘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을 좀 교체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이렇게 상사에게 물어보세요. 교체해도 좋다고 하면 교체하면 되고, 교체하면 안 된다고 하면 ‘저는 지금 업무를 잘 몰라서 직책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대행을 사표 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렇게 처리하면 되지, 뭘 그걸 갖고 울먹거리고 전전긍긍하고 그래요?


첫째, 사표를 내는 길도 있습니다. 둘째, 모르는 건 그냥 ‘그래, 당신이 알아서 해라’하고 놔뒀다가 나중에 손실이 생기거나 책임을 물으면 까짓것 감수하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셋째, 사람을 교체하는 길이 있어요. 나한테 인사권이 있으면 교체를 하면 되고, 내 마음대로 못하고 윗사람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면 교체를 신청하면 됩니다. 윗사람이 교체 이유를 물으면 ‘제가 그 업무를 잘 모르는데 이분은 설명을 잘해주지 않습니다. 설명을 잘해줘야 제가 그 업무를 알고 결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그 사람을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처지가 그렇다고 설명해서 교체를 하면 돼요.

어려운 게 아니니까 이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질문자에게 어떤 것이 나을지 살펴보고 제일 쉬운 것부터 순서대로 실천해 보면 되죠. 한번 교체를 시도해 봐도 좋아요. 교체가 안 된다고 한다면 그냥 놔두는 길도 있고, 사표를 내는 길도 있습니다. 교체가 안 된다고 하니까 사표 낼 명분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사표를 내고 그냥 말단 직원으로 내 전문 업무를 계속하면 돼요. 회계는 전문 업무이기 때문에 꼭 승진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대행을 반납해 버리고 ‘그래도 한번 해봤으니까 됐다. 일주일 해봤으니까 됐다’ 이렇게 생각하고 딱 내 직무에 충실해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께서 알려주신 방법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는 사립이어서, 내려준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반납하면 사표를 써야 할 수도 있거든요. 저는 아직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고민해 본 것이기도 하고 업무 분장 정도는 저한테 권한이 있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니 세 번째 방법을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시댁과 친정이 종교가 달라 여러 해 갈등을 겪었고, 친정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습니다. 친정어머니의 맹목적 신앙이 불행을 낳은 것 같아 원망스러워요.
스님의하루에 나온 내용 중 잘못된 문장이 있어요.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펜만 들면 우울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네 명의 질문자와 대화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은 질문자들의 공통점을 짚으며 집착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질문자들이 한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저 직원은 내 말을 안 들어서 문제다.’
‘나는 그림을 꼭 그려야 한다. 그림을 안 그리면 안 된다.’
‘우리 엄마의 종교는 잘못됐다.’
‘이 문장에 이러저러한 게 잘못됐다.’

잘못된 걸 따져서 지적하는 건 참 좋아요. 지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그걸 너무 오래 붙들고 있는 경우는 다 집착에 들어갑니다.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문제 제기도 할 수 있어요. 또 문제를 제기해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너무 꽉 붙들고 있으면 괴로움이 발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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