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님의Q&A 게시판

담배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1.21|조회수32 목록 댓글 0


“저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 었는데 6개월 전부터 담배 냄새로 괴로움이 극심합니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하루 종일 온 집안이 매캐합니다. 남편은 냄새를 잘 못 맡아서 어려움을 공감해 주지 못하고,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또 이사 가자고 하니 엄청 화를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금리도 높아서 사실상 이사 가기 힘든 상황이라 무기력한 상태입니다. 냄새가 안 날 때는 냄새가 또 날까 두렵고, 냄새가 날 때는 짜증이 납니다. 제 표정이 안 좋아지면 아기가 제 눈치를 보고 시무룩한 게 보여 아기한테 가장 미안합니다. 가볍고 밝게 살고 싶은데, 잘 살다가도 한 번씩 이런 장애가 생길 때 잘 돌이키지 못하고 한없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담배를 실내 공간에서 피우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길에 나가서 담배를 피워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길 가는 사람들도 담배 냄새를 맡게 되고, 또 건물 밖에서 피우니까 그 연기가 위로 올라와서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창문을 열어 놨을 때 냄새가 들어오기도 해요. 또 아파트 같은 경우는 아랫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창문을 열어놓게 되면 그 창문을 통해서나 환기통을 통해서 윗집으로 연기가 들어올 수도 있고요. 그래도 아파트에서는 주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냄새가 분쟁이 되는 경우는 드문데, 지금 드문 문제 제기를 해주셨어요. 이런 경우는 건물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의 이야기는 층간으로 연기가 올라온다는 거죠? 만약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워서 그 연기가 문틈으로 들어온다든지 하면 그건 관리사무소에다 얘기하면 돼요. 일단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니까요. 또 요즘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실내에서 피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양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방에서 혹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그 연기가 어찌어찌해서 질문자의 방까지 올라온 경우라면 담배 피우는 사람이 쉽게 동의하거나 자제하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질문자더러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 라며 분쟁이 생길 위험도 있어요.

층간 소음의 경우, 소리의 크기를 확인해서 법규에 위반될 정도로 시끄럽다고 판명되면 시정을 요청할 수 있어요. 그러나 법규를 위반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데시벨인데도 내가 너무 민감해서 잠을 못 이룬다고 할 경우에는 해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귀마개를 하거나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해요. 저는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정신과에 찾아가 도움을 받아보도록 권유합니다. 정신질환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신경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조금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에요. 안정제를 먹으면 신경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안정제를 먹고 일단 잠이 들어버리면 신경 쓰이던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니까요. 소리 크기가 법규에 정해진 데시벨을 넘는다면 그건 물론 시정을 요청해야 됩니다. 우선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이야기를 해보고, 조정이 어려우면 쉽지는 않겠지만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겠죠. 상대방이 미워서가 아니라 시정을 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싸우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니까 고소를 해서 법적으로 조정을 하는 길이 있습니다.


냄새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이 사람이 법으로 허락되지 않은 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면 그건 문제 제기를 해서 시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집에서 피우거나 길에서 피웠는데 그 연기가 흘러들어 간 경우라면 질문자의 괴로움이 공감받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편일 가능성도 있고요.

민감하다는 것도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소리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다고 해도 그 사람만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냄새에 아주 민감합니다. 제가 어릴 때 모셨던 스승님은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셨어요. 그래서 항상 그분 방에 갈 때는 씻은 발도 한 번 더 씻고 양말도 새로 갈아 신은 뒤에 들어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웃음) 또 맛에 민감한 사람이 있어요. 포도주 한 방울을 먹어보고 어디 산이며 몇 년도 산인지까지 안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담배 연기에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민감할 수도 있습니다. 민감한 것 자체는 비정상이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본인은 괴롭지만 일반적으로 그걸 개선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상대는 질문자더러 문제라고 생각하니 문제를 개선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겠죠. 질문자 입장에서는 냄새가 너무 나니까 참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일 거예요. 그러니 실질적으로 상대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구역에서 피우는지 여부를 먼저 조사해 보세요. 그렇다고 하면 앞서 말씀드린 방법대로 개선을 해야 하겠죠. 그게 아닌데도 담배 연기가 들어온다 하면 이쪽에서 취할 수 있는 방편을 강구해야 해요. 연기가 환기통으로 들어온다면 공기가 역류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환기통에 설치하고, 연기가 창문으로 들어온다면 냄새가 날 때마다 창문을 닫으면 되겠죠. 공기청정기를 방 안에 설치해서 냄새를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여러 방법으로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민감해서 힘들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정신과에서 가벼운 안정제를 처방받아서 그 민감성을 조금 둔화시키고 안정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참으면 안 됩니다.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자칫하면 아기에게 짜증을 낼 소지가 있거든요. 상대에게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책을 최대한 세워보세요.

다시 정리하자면 상대가 불법적으로 담배를 피웠다면 그건 제재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창문을 닫든지 환기통을 막든지 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막아야겠죠. 그래도 냄새가 난다면 그건 질문자 개인의 민감성이 원인이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아요.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그게 병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이런 건 알레르기처럼 개인에 따라 민감도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잖아요. 알레르기가 심하면 알레르기 약을 먹듯이, 냄새에 대한 것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민감하다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서 조금 민감도를 완화하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방 안에 공기청정기 같은 대응기구를 설치해서 공기 질을 좀 개선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요. 질문자는 견디기 어렵지만, 남편의 입장에서는 냄새 좀 난다고 이사 가자는 셈이니까 돈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면 이사는 좀 무리가 아닐까 해요.(웃음) 그러니 공기청정기를 사고 창문을 밀폐하는 것 같은 대응을 좀 할 필요가 있겠다 싶네요. 남편은 좀 매캐한 냄새가 난다 해도 견딜 만하다고 여기는데 질문자는 못 견디는 거니까 질문자가 민감할 가능성이 높죠.”

“저희 남편은 예전에 코를 다쳐서 다른 사람보다 냄새를 조금 못 맡아요.”


“그러면 나중에 질문자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보세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좋아요. 냄새 맡으러 오라고 하지 말고, 집에 와서 이야기 나누다가 담배 냄새가 날 때 ‘너희는 냄새 안 나니?’, ‘어느 정도로 냄새가 나?’ 이렇게 확인해 보는 거예요.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질문자가 정말로 민감한지, 어느 정도로 민감한지를 알 수 있겠죠.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 냄새에 민감한 사람, 맛에 민감한 사람, 피부가 굉장히 민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과 알레르기가 있고 어떤 사람은 토마토 알레르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과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사과가 문제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내가 사과를 가려서 안 먹어야겠죠.

질문자가 냄새에 좀 민감하다면 가능하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생활을 하지 않고 전원생활을 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개인 주택으로 가도 냄새가 안 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이웃집에서 나무를 때면 매캐한 연기가 넘어오거든요. (웃음)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그런 것도 굉장히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힘들어해요. 그런데 시골에 제가 살아보면 할머니들이 비닐도 막 태워버리고, 평소에도 불을 때느라 기압이 낮은 날은 매캐한 냄새가 많이 넘어오거든요. 그런 거를 너무 신경 쓰면 이웃과 같이 살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 본인의 민감성도 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사능도 조심해야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살기는 불가능합니다. 방사능이 어떤 수치 이하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도저히 못 견디겠는데 이사는 갈 수 없고 법적인 조정도 어렵다면 질문자의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세요. 공기가 역류한다면 공용 환기통을 막고 질문자네 화장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별도의 환기통을 설치한다든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환기통에 역류 차단 장치를 설치한다든지, 전문가와 상담해 보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거예요.

공기청정기도 냄새를 완전히 제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건강 면에서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냄새가 나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환기를 하면 좋겠죠. 냄새를 못 견뎌서 부드러운 향을 뿌리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 면에서는 향 제품 또한 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있으니 유의해서 사용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현실적으로는 이런 방법으로 대응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대책을 세워야지, 아직 자기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까지 일일이 제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자체 규약을 정해 놓은 아파트가 많기는 하지만, 법처럼 강력한 제재 효과는 없는 것도 현실이에요.”

“알겠습니다.”


“이게 다 우리가 같이 살다 보니 생기는 문제예요. 도회지에서 너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 층간소음, 공기 오염, 햇빛 가림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래대로 따지면 모두 각 개인이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권리를 다 주장하고 살기가 어려워요. 그런 문제는 있지만 반대로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만큼 어느 정도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어요.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건강에도 안 좋잖아요. 특히 아기 엄마로서 아기한테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담배 연기가 아이를 해치는 것보다 엄마의 스트레스가 열 배도 더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상황에서 어렵더라도 조금 적응하거나 대응책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 방사능을 예로 들어주신 덕분에 제가 담배 냄새 무결한 환경에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그 냄새가 날 때 또 짜증 나는 마음과 민감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이사를 가고 싶은데, 이사 가도 괜찮을까요?”


“이사를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남편의 동의도 얻어야 하잖아요. 그 문제로 부부가 싸운다든지, 아내가 계속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해서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든지 하면 오히려 가정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은 문제 때문에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는 얘기예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무엇보다 질문자가 담배 연기 때문에 짜증을 내면 아이가 담배 연기를 맡아서 입는 피해의 열 배도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또 이것 때문에 남편을 독촉하다가 남편이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부부 사이가 나빠지거나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눈에 들어간 작은 티끌 하나를 뽑으려다 아예 앞을 못 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화를 자초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일단은 민감한 본인을 먼저 살펴서 풀어가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