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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생각과 마음에 대해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2.04|조회수8 목록 댓글 0

“스님께서는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생각과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그 일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정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인도 성지순례를 진행하려면 오늘은 순례자들의 환영식, 내일은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기념식과 만인공양 등등 일정이나 행사 진행에 관한 계획을 준비하고 모의실험을 통해 체크하는 등 일련의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지라 진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준비를 하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가르치니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괴롭지 않게 살라는 것입니다. (웃음)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라는 거예요. 만약에 농사를 짓고 싶어서 지었는데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본인이 원해서 농사를 짓는데 왜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스트레스에 대해서 탐구를 해야 합니다. 명상을 하는데 명상이 괴로운 경우도 있어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명상을 하는데 정작 명상하는 게 괴롭다면 무엇 때문에 그럴까요? 힘들여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건데요. 이걸 잘 살펴보면 내가 생각을 일으켜서 괴롭다는 겁니다. 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생활을 하는데, 본인이 원해서 하면서 그게 왜 괴로울까요? 서로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하는 이 생각 때문에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런 생각을 일으켜서 상(相)을 짓고 거기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을 멈춰버리면 괴로울 일이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항상 생각하지 마라’ 이런 얘기가 아니에요. 괴로움의 원인이 그렇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이번 성지순례를 예로 들어주셨는데, 우리가 성지순례 계획을 세우면서 막 괴로워 죽겠다거나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면 그건 살펴봐야 할 문제예요. 그러나 성지순례를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이렇게도 잡아보고 저렇게도 잡아보는 일은 탐구에 속합니다. 더 잘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해 보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이 집착이 되면 어떨까요? 탐구가 아니라 집착이 되면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탐구를 할 때는 안 돼도 괴로움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 안 되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이렇게 새로운 방법을 찾는 쪽으로 가게 돼요. 이것이 탐구와 집착의 차이입니다. 괴로움이란 송곳에 찔리거나 불에 타서 괴로운 것 같은 육체적 통증을 제외하면 다 정신작용입니다. 생각이나 마음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이 말은 괴로움의 원인을 찾아서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의미예요.

그렇다면 부처님은 아무 생각도 안 하셨을까요? (웃음) 부처님도 생각도 하고 느끼기도 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괴로움이 생겼을 때 ‘무엇 때문에 이 괴로움이 일어났느냐’ 이걸 살피라는 거예요. 부부가 같이 사는데 괴롭다고 합시다. 살펴보면 그 괴로움은 내 기준으로 상대를 맞추려고 하는 고집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생긴 것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둘이 같이 사는데 괴로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첫 번째 질문자가 남편과 많이 싸웠는데 이혼하기로 하니까 별 문제가 없어졌다잖아요. 그동안은 하는 꼬라지마다 다 화가 나고 미워지더니, 그냥 남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 떨어져서 보니까 상대가 이러든 저러든 별일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평소에 ‘내 남편이다’, ‘내 아내다’, ‘너는 이래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그것 때문에 수많은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좁혀서 이것저것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흠집이 생깁니다. 문제를 안 삼기로 하면 아무 일이 없어요. 이런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일이 괴로울 때는 그와 관련된 어떤 생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집착을 놔라’, ‘상을 짓지 마라’, 더 근본적으로 가면 ‘생각을 일으키지 마라’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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