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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사람에게 지쳤어요. 속세를 떠나야 할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2.14|조회수57 목록 댓글 0


“저는 세일즈로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이 꼴 저 꼴을 보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저는 남에게 큰 도움은 못 돼도 민폐는 끼치지 말고 살자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제 주변에서 보는 어떤 이들은 얼굴색도 안 변하고 말을 싹 바꾼다든지, 거짓말을 한다든지, 배신이나 사기 행각을 벌이는데, 저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이 싫어집니다.

최근에는 제가 정당하게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할 뻔한 일이 있었어요. 결국 몇 달 동안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끝까지 안 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소송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돈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에 지쳐서 절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제가 중학생 때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절에 들어가야 되겠다고 집을 나가신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어떻게 처자식을 놔두고 저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가 사업을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오죽했으면 절에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사람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지금 질문자는 ‘이게 다 저 사람들 잘못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으면 윤리가 왜 필요하고, 법이 왜 필요하겠어요?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학교 교육도 필요하고, 윤리도 필요한 거예요. 그리고 윤리나 도덕, 학교 교육만으로는 안 되니까 법도 필요한 거예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법률 때문에 소요되는 경비가 엄청납니다. 우선 국가적으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인데, 국회의원들에게 지원되는 비용 등 국회 유지 경비가 엄청납니다. 또,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법원과 교도소 등 사법부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죄를 따지는 검사가 있고, 또 그걸 변호하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법률 관련된 일을 하면서 고액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를 생각해 보면 바로 윤리나 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법률문제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커지면 결국 국가 재정에도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요즘 미국을 보면 소송 비용이 너무 커져서 사회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에서는 조그마한 사건만 생겨도 소송을 하고, 그에 들어가는 변호사비가 천문학적입니다. 이렇게 약속을 어기는 일은 사람 사는 곳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국가나 사회에 따라 그런 사람들이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에요.

지금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돈을 떼먹고 주지 않는 건 형사소송의 대상이 안 됩니다. 돈을 받기로 한 질문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지만, 범죄 전체로 따지면 큰 죄에 들어가지는 않는 범주입니다. 반면,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거나, 성폭행하거나, 교묘하게 사기를 쳐서 재산상 큰 피해를 주는 건 큰 범죄예요. 그런데 돈을 빌리고 주지 않는 것이나 물건을 빌려가서 갖다 주지 않는 건 형사소송이 아니라 민사소송의 대상입니다. 질문자는 답답할지 모르지만 법 체계에서 따져보면 지금 질문자가 겪는 어려움은 비교적 가벼운 죄에 속하는 거예요. 이렇게 가벼운 범죄에 속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해서 세상에 살지 못하고 절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어쩌면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할 문제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세상을 피해서 절에 들어가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닐까요? 질문자가 아버지를 보고 무책임하다고 느꼈듯이, 만약 질문자가 이대로 절에 들어가서 산다면 질문자의 남편이나 자식은 질문자를 보고 무책임하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뚜렷한 출가의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이런 갈등으로부터의 도피처로 생각하면 출가 생활도 오래 하기가 힘듭니다.

지금 질문자는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업을 하다 보면 온갖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고 일을 그만두는 건 마치 여름에 시원한 물에 들어가려고 해수욕장에 가놓고 바닷물이 차가워서 해수욕을 안 하고 돌아오는 것과 같고, 겨울에 스키를 타러 가놓고 너무 추워서 스키를 못 타겠다고 집에 돌아오는 것과 같아요. 사업을 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게 당연합니다. 거래를 해보면 나한테 이득을 주는 사람도 있고, 그저 주고받기만 하는 사람도 있고,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10명을 만나면 10명이 다 사기를 치거나 손해를 끼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그런 사람이 5명에 1명꼴로 있느냐, 10명에 1명꼴로 있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어떤 사회에도 그런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의 비율이 낮으면 좋은 사회고, 그런 사람의 비율이 높으면 나쁜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우리 사회가 정말 나쁜 사회였다면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겠죠.

우리가 정치인들 비판을 자주 하는데 모든 정치인이 다 나쁜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중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도 있고, 국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인도 있는 거죠. 그런 것처럼 장사할 때도 신용이 있는 사람이 있고, 신용이 없는 사람이 있어요. 경찰 중에서도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찰도 있고, 교사 중에도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교사도 있고 그렇지 못한 교사도 있어요. 스님, 목사, 신부도 모두가 훌륭하냐 하면 그렇지 않고, 타인의 귀감이 되는 사람도 있고 세속에 살듯이 사는 사람도 있어요. 이는 사람이 많다 보면 온갖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입니다. 다만 그 비율이 어떤 집단은 비교적 많고, 어떤 집단은 비교적 적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좋은 집단도 없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나쁜 집단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자기 취향과 성향을 기준으로 삼고, 자기 식대로 되지 않으면 미워하고 원망하는 관점에 너무 사로잡혀 있어요. 사람을 상대하면서 그런 게 싫으면 절에 들어갈 게 아니라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농사를 지으면 벼나 콩은 사기를 안 칠 거예요. (웃음) 대신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거나 병충해가 들면 수확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누가 사기친 것처럼 받아들이면 아무 일도 못합니다.

제가 요즘 농사를 짓는데 작년에 고추를 비롯해서 채소 농사가 잘 안 됐습니다. 채소 수확량이 적으면 가격이 비싸니까 좋은 면도 있죠. 여러분도 작년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해 보시면 채소 가격이 많이 비쌌을 거예요. 실제로 농사를 지어봤는데 작년에는 채소 농사가 잘 안 되었거든요. 그러면 작년 기후가 저한테 사기를 친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농사도 못 지어요. 어떤 때는 평년에 비해 수확량이 많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적을 때도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원가 계산을 해봐야죠. 질문자도 만약 10명을 상대하는데 9명은 약속을 지키고 1명이 약속을 안 지킨다면, 당장 장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 한 명에게서 생기는 손실을 나머지 아홉 명에게서 생기는 이익으로 채울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이익이 손실을 채운다면 장사를 계속해야죠. 이렇게 종합적으로 계산을 해야지,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계산을 하면 감정에 빠지기 쉬워요.”

“네, 잘 알겠습니다. 스님, 제가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공부도 했는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이런 계율을 배우고 나서는 그런 사람을 보면 더 크게 반응을 하게 됩니다.”

“질문자가 불교를 잘못 받아들여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런 계율을 배우고 나면 내가 그런 걸 안 해야지, 남보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건 원래 가르침의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나에게 적용하면 양약이 되고, 남에게 적용하면 독약이 됩니다. 부처님의 법을 나에게 적용하면 좋은 용도의 칼이 되고, 남에게 적용하면 사람을 해치는 비수가 됩니다. 제가 불교대학 수업 때도 이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도 질문자는 아직 그걸 남한테 적용하고 있어요.”

“저한테도 적용은 합니다.” (웃음)

“자기한테 적용하는 건 좋은데, 남한테는 적용하면 안 됩니다.”

“아, 네.”

“불교대학을 다닌 다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남한테 적용하면 그건 불교대학을 안 다니는 것보다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불교를 지식으로 알고, 이론적으로 알지는 몰라도 실제 인생에서는 결과적으로 자기를 더 괴롭게 만듭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꼴이에요.”

“네, 잘 알겠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저한테 손해를 주는 건 아니거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10명 중 한 명 정도가 그러는데, 제가 나머지 9명을 못 보고 그 한 명을 되게 크게 보며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 한 해 농사가 안 되었다고, 아예 농사를 안 지으면 되겠어요? 농사를 짓다 보면 원래 몇 년마다 한 번씩 흉작일 때도 있고, 또 몇 년마다 한 번씩 풍작일 때도 있습니다. 장사를 해도 어떤 장사는 이익이 많이 남고, 어떤 장사는 본전 하는 것도 있고, 어떤 장사는 손해가 나는 것도 있어요. 사람을 만나도 어떤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키고, 어떤 사람은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이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봐가면서 잘 대응해야 합니다.

설령 사기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미워할 게 아니라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하거나 ‘내가 이익에 너무 눈이 멀었구나’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고 조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장사를 때려치우겠다고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올바른 자세는 아닙니다.

정토회에서는 이런 이해관계를 금지합니다. 회원들 사이에 돈거래나 어떠한 이익과 관계된 상거래를 일체 금지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면 그중 변호사도 있고, 의사고 있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는데, 명함도 일절 못 돌리게 합니다. 정토회에 오면 수행적으로만 관여를 하지 사적 거래를 못하게 하는데, 그렇게 해도 종종 사고가 생깁니다.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슨 거래를 했는데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런 경우에는 전부 제명입니다. 정토회 원칙상 이익과 관계된 상거래를 일체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엄격하게 해도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또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때 정토회 문을 닫아야 되겠어요, 그런 일이 덜 생기도록 교육을 많이 시키고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겠어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 해도 모든 학생들이 사고를 안 치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교육을 많이 시켜도 자기들끼리 싸우는 학생들도 있고, 물건을 훔치는 학생도 있고, 밖에 가서 사고를 치거나 성추행을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가급적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이 역시도 사람이 많다 보면 생기는 일이에요. 정치인들에게 아무리 뇌물을 받지 말라고 해도 그중 받는 사람이 생기고, 선생님들한테 아무리 아이들과 사적인 관계를 맺지 말라고 해도 그런 사람이 생깁니다.

이번에 저희가 인도성지순례를 하는 과정에서도 아무리 조심하라고 사전에 일러줘도 엉치뼈가 부러져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한국으로 이송한 사람도 생기고, 인도 물을 먹지 말라고 누차 일러줘도 덥다고 사 먹고는 설사를 3일 동안 하고 앰뷸런스에 실려다닌 사람도 생겼어요. 챙겨 오라는 준비물을 안 가져오는 사람도 있고, 여권을 어디에 넣었는지 잊어버리는 사람도 나오고, 사람이 많다 보면 늘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인도성지순례를 하지 말자고 하면 안 되잖아요.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그런 일이 적게 발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줄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아예 없게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늘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받아들여야 해요. 우리도 각자 물건을 안 잃어버리려고 하지만 가끔씩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조심하면 그 확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또, 모든 사람이 다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니까, 부정적인 경우에만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겠어요. 한두 사람이 신경 쓰이게 하는 것도, 그 일 안 하고도 먹고살 수 있고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싫다 하면 그만두는 것도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사람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해서 그만두는 건 잘못된 관점입니다. 만약 그런 관점을 가지고 출가를 하거나 절에 들어와서 살면, 이제는 스님들을 보고 ‘어떻게 스님이 그럴 수가 있느냐’ 이러면서 지금처럼 똑같이 시비하게 됩니다.”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바꿔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는데,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직업을 바꿔도 어디를 가든 그런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이 많은 곳에는 늘 그런 일이 생깁니다. 다만 그런 경우가 많은 업종이 있고, 적은 업종이 있고, 그렇게 업종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죠. 여러 가지 직업을 보면 예를 들어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약속 날짜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한쪽에서는 언제까지 뭘 해주겠다고 했는데, 상대편에서는 또 날짜를 잘 안 지킨다고 서로 난리예요. 건축 자재 공급이랑 인부 등이 맞물려서 일이 조금 거칠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또, 그보다는 비교적 신사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업종도 있는데, 이것도 업종마다 조금씩 다를 뿐이지 어딜 가나 갈등의 요소는 있습니다. 이런 걸 잘 따져서 업종을 조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침 제가 건축, 공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런 일을 많이 봐온 것 같고, 또 엄격한 잣대를 저한테만 적용했어야 하는 건데 제가 남에게 적용한 게 오히려 저를 저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 일부 피해를 주는 사람을 보고 마치 그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 앞으로는 전체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돈을 받고 인테리어나 건축을 해주는 사람이에요, 질문자가 돈을 주고 무언가를 요청했는데 상대 쪽에서 제대로 일을 안 해주는 경우에요?”

“저는 중간 세일즈맨입니다. 제가 거래를 성사시키면 회사가 설치를 하고, 그러면 회사가 저한테 돈을 줘야 하는데 안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중간에서 떼인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받은 것도 있으니까 지금 먹고 살 거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

“떼인 걸 생각하면 속상한 건 맞는데, 그래도 전체적으로 그 사람들과 일하는 게 이익이 큰지 손해가 큰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는 게 좋아요.

저희도 오늘이 인도성지순례 마지막 날인데, 델리 공항으로 가는 길에 생긴 일이에요. 버스가 휴게소에 들른 다음, 이제 출발해야 하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가 안 간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아직 돈을 다 받지 못했대요. 우리는 버스 회사에 지불을 다 했는데, 여기서는 아직 돈을 다 받지 못했다고 해요. 이번에 저희 인원이 많으니까 한 개의 회사에서 차량을 전부 지원한 게 아니라 여러 회사의 차량을 모아서 운영했거든요. 그러니 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들에게 하청을 준 꼴인 거죠.

우리는 계약을 맺은 회사한테 돈을 다 지불했는데, 그 회사가 아직 하청회사한테 지불을 다 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 이 회사 입장에서는 아직 돈을 못 받았으니까 승객을 볼모로 차를 세워놓고 안 가는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황당한 일이죠. 우리는 돈을 다 냈는데 승객을 태운 버스가 안 가겠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휴게소에 계속 멈춰있으면 우리한테는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니까 시간적으로도 엄청난 손해예요. 원래는 박물관에 들렀다가 공항에 가는 계획이었는데, 버스가 멈추는 바람에 박물관에 갔다가는 비행기 시간에 늦게 된 거예요.

이렇게 성지순례를 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했고, 그 일을 해결하면서 이동했습니다. 버스 기사 말로는 이번에 4개의 회사에 하청을 줬는데, 다른 3개 회사에는 지불을 했지만 자기 회사한테는 돈을 다 안 줬다고 해요. 이제 일정을 끝나기 전에 돈이 입금돼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만약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입금이 안 되면 그 부족한 부분을 우리가 현금으로 지불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버스 기사가 좋다고 해서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것도 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매일매일 이런 일이 여기서 터지고, 저런 일이 저기서 터집니다. 오늘 생방송을 하기 전에도 상황이 급했는데, 이곳에 오는 길이 막혀서 예상보다 3시간 늦게 도착하게 생긴 거예요. 그래서 오는 도중에 전화를 해서 여기 호텔에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히는 방을 하나 미리 잡고 방송 준비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가까이 와서 전화를 하니까 아까 부탁을 받은 사람이 전화를 안 받는 거예요. 막상 도착해서 호텔에 가보니까 호텔에도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해놓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없어서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서 릭샤를 타고 10분 전에 부랴부랴 도착을 했는데, 호텔에 가보니까 방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급하게 방을 달라고 하면 값을 더 부르겠죠. 시간이 10분 남았으니 부르는 대로 주지 않으면 가격을 깎을 여가도 없잖아요. 그래서 장비를 들고 옆에 있는 태국절로 뛰어왔어요. 지금도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끊어졌네요.

이런 사고가 안 나게 하려고 미리 연락을 다 해뒀는데도 막상 가보면 안 되어 있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장비를 들고 옆에 태국절로 뛰어와서, 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방에 밀고 들어오다시피 해서 일단 들어온 거예요. 이것도 여기가 절이니까 가능하지 다른 곳이었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일단 빈 방에 들어와서 방송 장비를 설치하고 준비를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뛰어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여기는 VIP룸이어서 안 된다고 하는데도 방송이 급하니까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설치를 하고 방송을 켠 거예요.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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