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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교통사고를 내어 사람이 죽고 직장도 잃었어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2.20|조회수47 목록 댓글 0


“두 달 전 운전을 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어르신을 치어서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한동안 잠을 잘 못 자는 등 힘든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상태입니다. 저에게는 아내와 아이 둘이 있어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부터 운전직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일반 회사에 구직 신청을 해도 연락이 오지 않는 상황이며, 운전직에 종사하고 싶어도 사고로 인하여 면허정지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자책하게 되고 삶의 의욕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면 우울해져서 산책도 하고, 집 근처 절에도 찾아가서 부처님께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 어두운 긴 터널 속에서 밖으로 다시 나갈 수 있을까요? 이 사건으로 인하여 모든 삶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네요. 가끔 신문이나 TV를 보면 축구 선수가 발을 다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네.”


“결국 회복이 잘 안 돼서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있잖아요. 농구 선수가 손목을 다쳐서 부상 치료를 했지만 더 이상 고칠 수 없어서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 때 그 사람의 인생도 끝일까요?”

“아닙니다.”

“축구를 안 하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농구를 안 하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요. 피아니스트가 손을 다쳤다고 해서 인생이 끝입니까. 피아노를 안 치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요.

‘나는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어야 해!’
‘나는 뛰어난 농구 선수가 되어야 해!
‘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해!’

이렇게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내 인생도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자살하는 경우도 생기는 거예요.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절대로 인생의 끝이 아닙니다.

질문자도 마찬가지예요. 운전하는 사람이 사고가 나서 운전면허가 정지 됐다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축구 선수나 농구 선수가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훨씬 작은 일에 속할지도 몰라요. 운전면허가 몇 년간 정지됐다면 다른 일을 하면 되죠. 대신에 운전할 때의 수입만큼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되겠죠. 그러면 사회적으로 운전면허를 정지시킨 의미가 없잖아요. 사회적으로 운전면허를 정지시키는 이유는 앞으로 운전할 때 조금 더 반성하고 조심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왜 감옥에 안 갔을까요? 옛날 같으면 사람이 죽을 정도가 되면 감옥에 가야 하는데 안 가도록 한 이유는 상대방이 무단횡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의 고의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나 무단횡단에 대비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한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어서 운전면허가 정지된 거예요.


그러니 너무 죄책감도 갖지 말고, 너무 기죽지도 말기 바랍니다. 이것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상대방의 잘못도 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즉 손실을 좀 감수해야 합니다. 운전을 해서 한 달에 100만 원을 벌었다면, 다른 일을 해서 한 달에 70만 원만 받는 손실을 좀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운전 말고도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 시골에서는 곧 농번기가 되는데 일손이 없습니다. 농사짓는 곳에 가서 하루만 일을 해도 남자의 경우 일당을 10만 원 이상 줍니다. 건설 현장에 가면 하루 일당이 12만 원이에요. 어디를 가도 질문자는 일을 할 수 있어요. 저도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거든요. 그러니 집에만 있지 말고 차제에 노동을 한번 해 보는 거예요. 아침 일찍 건설 현장이나 농사짓는 곳으로 나가보는 겁니다. 물론 그런 일을 하다 보면 몸을 다칠 수도 있죠. 그렇다고 두려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조심해 가면서 우선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운전면허 정지가 풀리면 다시 또 원래 하던 운전직으로 돌아가면 돼요.

이런 노동은 임시직이니까 노동을 하면서 회사 사무직을 알아보고 여기저기 입사 원서를 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무직이나 돈을 많이 받는 직책은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고 사람이 몰리지만, 요즘 대다수의 생산직 일자리는 어디를 가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난리입니다. 사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아무리 구인 광고를 내도 전화 한 통이 안 온다’고 말하거든요.

예전에 받던 수입을 유지하려고 하면 그런 일자리는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사고가 났기 때문에 그런 일자리는 포기해야 해요. 그저 몇 년간 생활비만 번다고 생각을 딱 바꾸셔서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일용직 일자리는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놀지 말고 일용직 일을 매일 하면서 여기저기 회사에 원서를 내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일용직 보다 좋은 일자리가 나오면 그곳으로 옮기고, 없으면 일용직으로 계속 일하면 돼요.


집에 누워 있거나 산책만 다니지 말고 벌떡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세요. 오히려 월급을 못 받더라도 일을 해야 정신이 건강해집니다. 내일부터 10만 원이 아닌 5만 원을 받는 파트타임이라도 나가서 일을 해야 정신이 건강해져요.

‘내가 사고만 안 났으면 이런 일을 안 해도 될 텐데...’

‘내가 하던 일을 했으면 하루에 몇십만 원을 버는데...’

절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이미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어디 가서 강연을 해주면 몇 백만 원을 받는데도 지난 3년 동안 농사일만 했거든요. 나이 칠십에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해봐야 수입이 하루 5만 원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농사일을 하는 이유는 자기실현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실현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하는 일을 자꾸 돈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오늘 질문한 이 공덕으로 내일이라도 당장 필요한 일을 찾아 하시기를 바래요. 우리 사회에는 지금 사람이 없어서 사업을 못 하겠다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러니 어디든지 가서 가벼운 일을 한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울증이나 자책감도 극복이 됩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 내가 우울해하고 있다고 해서 다시 살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일부러 그런 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사고로 일어난 일이잖아요. 그러니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셔서 가벼운 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제가 미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받았던 봉급을 생각하면서 비슷한 직업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괴로워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일어서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질문자가 기죽어서 집에 있으면 부인이나 애들도 힘듭니다. 오히려 질문자가 웃으면서 이렇게 가족에게 말해야죠.

‘수입이 줄어서 미안하다. 우리 함께 극복해 보자!’

이렇게 얘기하고 내일부터는 하루에 5만 원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어야 해요. 그러면서 이 회사 저 회사에 계속 원서를 내보는 겁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원서만 내고 있으면 또 거기에 목매게 되거든요. 인생은 항상 자유롭게 살아야지 어디에 목을 매면 안 돼요.


일용직이라도 하면서 원서를 내면 ‘돼도 그만이고, 안 돼도 그만이다’ 하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어요. 취직이 되면 좋지만, 취직이 안 되면 일용직을 해서 먹고살면 되니까요. 쫓기지 말고 여유 있게 살다 보면 또 적당한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일단은 내일부터라도 당장 집에 있지 말고 어디 슈퍼마켓이라도 가서 짐을 옮겨 주는 일이라도 하세요. 돈을 너무 따지지 말고 무슨 일이든지 하는 게 좋아요. 그렇게 하면 우선 정신적인 건강이 회복되고 웃으면서 살 수가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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