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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7년 사귄 남자친구가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해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3.10|조회수31 목록 댓글 0


“저는 7년을 만나온 남자친구에게 믿음과 확신이 생기지 않는 것이 고민입니다. 남자친구와 저 둘 다 이혼한 경험이 있으며 남자친구는 저와 헤어질 자신은 없는데 결혼할 자신도 없다고 합니다. 제가 남자친구의 기준에 부족한 사람인가 싶어 마음을 접고 매번 헤어지자고 밀어내면, 남자친구는 못 헤어지겠다고 합니다. 이 문제로 자주 싸우는데 결혼할 자신은 없다고 하니 나를 농락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남자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마음이 너무 괴롭고 아픕니다. 이렇게 마음이 고통스러운 이유가 제 욕심 때문인가요?”

“욕심 때문인지 아닌지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지 그랬어요. 길가는 사람을 잡고 한번 물어보세요. 결혼을 한 번 해봤다면서요?”

“네.”

“친구로 그냥 지내면 되지 결혼을 왜 꼭 하려고 그래요?”

“첫 결혼 기간이 짧았는데 전 남편이 바람이 나서 가정을 버리고 갔거든요. 그래서 온전한 가정을 가져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지금 남자친구하고는 그냥 친구로 지내거나 동거를 하면 되잖아요. 왜 꼭 결혼해야 온전한 가정입니까? 유럽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습니다. 미국에서도 서로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는 재혼을 하더라도 한집에 살면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어서 각자 집을 가지고 살면서 생활하는 가정도 있어요. 또 집을 아래층과 위층에 2개 구해놓고 아내는 자기 아이들과 위층에 살고 남편은 자기 아이들과 아래층에 살면서 부부로 지내는 가정도 있고요. 이렇게 가정의 모양이 다양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만약 결혼해서 한집에 살면서 자녀도 갖고 싶다면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남자친구에게 미련을 갖는 이유는 질문자가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입니다. 지금 남자친구가 인물이 좋다든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든지 마음 씀씀이가 좋다든지 하니까 말로는 ‘가라’ 하면서도 손을 잡는 형국인 거죠.

남자 친구도 ‘새로운 여자와 결혼하면 아이들 돌보는 것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자기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거예요. 일단 재혼하면 관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남자친구 나름대로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마음에 안 드니까 지금 망설이는 거예요.

질문자에게 지금 재혼을 할 만한 다른 남자가 나타난 건 아니잖아요. 그런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 혼자 있는 게 낫겠어요, 그때까지 지금 남자친구와 지내는 게 낫겠어요? 내가 소갈비를 먹고 싶은데 열흘 후에 먹을 수 있다면 열흘 동안 굶는 게 낫겠어요, 그동안에 돼지갈비든 밥이든 일단 그때까지 먹다가 열흘 후에 소갈비를 먹는 게 낫겠어요? 어느 쪽을 선택할래요?”

“글쎄요...”

“그러니 질문자도 결혼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요. 서로 요구 조건이 안 맞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같이 있는 이유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최선이에요. 단지 남자친구가 나만을 생각하고 결혼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안 이루어져서 지금 질문자가 괴로운 거예요. 남자친구는 그냥 친구로서 지내면 좋겠는데 여자 친구의 요구가 너무 많아서 지금 고민이 될 거예요. 어떤 가정이 온전한 가정이냐 하는 것도 다 옛날 기준이 아닐까요?

결혼해서 관계를 복잡하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옛날 같으면 외롭게 살아야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질문자는 질문자대로 살고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대로 살면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친구로 지내도 되잖아요. 왜 결혼해서 복잡한 일을 만들려고 그래요?”

“저도 아이가 있고, 그 사람도 아이가 있어요. 처음부터 저희들은 아이들이 성년이 되고 나서 합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확신을 주지 않습니다. 남자친구는 절대 헤어질 수는 없다고 하면서 또 결혼할 자신은 없다고 해요. 저는 남자 친구와 결혼을 했으면 하는데, 남자 친구는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결혼할 자신이 없다는 것은 핑계이고, 결혼까지는 안 하고 싶다는 얘기예요. 남자친구가 재산이 많아요?”

“아니요.”

“남자친구가 재혼을 안 하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친모에 대한 고려라든지, 재혼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생모를 만날 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든지, 재산이 있다면 결혼했을 때 재산 분할 문제가 생긴다든지, 재혼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야 한다든지, 남자친구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냥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이유를 꼭 알아야 하나요? 남자친구가 결혼하는 건 좀 어려워하는구나 하고 알면 되죠.”

“저는 결혼할 인연이 아니라면 마음을 접고 싶거든요. 그런데 이 인연이 자꾸 끊어지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끊어지지 않는 인연은 없어요. 가위로 끊으면 금방 끊어집니다. ‘가위가 안 든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끊기 싫으니까 가위가 안 든다는 핑계를 대는 겁니다. 원인을 남자친구한테서 찾으면 안 돼요. 질문자가 정말 이런 관계는 갖고 싶지 않다고 하면 오늘이라도 딱 정리를 하면 됩니다. 그런 후 ‘접근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고, 접근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접근금지 명령을 딱 갖다 붙이면 되잖아요. 미워서가 아니라 ‘일단 나는 정리하고 싶다’ 이렇게 질문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면 됩니다.

그렇게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욕심을 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미련이 남아서 ‘남자친구가 어떻게 하면 마음을 바꿀까’ 하고 궁리를 하는 거예요. 질문자도 결혼할 다른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좀 기다려보면 어떨까요.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그때 확실하게 정리하면 되잖아요.”

“남자친구에게 믿음이 들지 않는 것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갈등의 원인은 질문자가 결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이지 믿음의 문제가 아니에요. 남자친구는 이미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혔잖아요. 남자친구가 ‘친구로서는 너를 사랑하지만 결혼은 좀 두렵다’ 하고 말했다면 그 말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예요. 그런데도 질문자가 상대의 의사를 계속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상대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질문자가 ‘그래도 네 생각을 바꿔라’ 하고 요구하는 겁니다. 이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가 결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거죠. 남자친구가 결혼이 두렵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혔는데도 질문자가 미련을 갖고 자꾸 남자친구를 문제 삼는 거예요.”

“제가 남자친구와의 인연을 못 끊어내고 있는 건가요?”

“질문자는 남자친구와의 인연을 끊어내고 싶지가 않은 겁니다. 남자 친구는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말했어요.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만 결혼이라는 형식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는데, 질문자가 결혼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으니 ‘신뢰하지 못하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저도 결혼하지 않고 만남만 갖는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라면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관계를 끊기 위해서 한 번은 경찰에 신고를 한 적도 있어요. 이렇게 까지 해서 헤어지려고도 해 봤는데, 남자 친구가 다시 찾아와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혀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이래도 제가 끊어낼 의지가 부족한 건가요?”

“남자친구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의지는 강한 것 같아요. 그러나 이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는 질문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남자친구에게 결정권이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내가 보기에 질문자도 결혼할 남자가 있다면 더 단호하게 끊어낼 텐데,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아 보여요. 지금 다른 선택지가 없으면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남자친구와 같이 지내는 게 낫잖아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질문자는 자기 마음을 잘 모르고 있어요. 그러고 싶어서 그러고 있는 겁니다. 우선은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두 성인이 만나서 서로 의견이 다를 뿐이에요. 상대방은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데 연인 관계는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질문자는 결혼을 하지 않을 거면 헤어지겠다는 겁니다. 단순히 의견 차이가 있는 거예요. 누가 잘하고 잘못한 게 아니에요.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건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하는 힘이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의지보다 더 크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가 되고 있는 거예요. 남자 친구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기심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어요. 우리가 부부 관계를 하는 걸 욕망이라고도 하고 사랑이라고도 하듯이 본인이 좋으면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본인이 마음에 안 들면 욕망이라고 표현할 뿐입니다. 그것은 이름 부르기 나름이에요.

질문자가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우유부단 한 건 미련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미련의 뿌리는 욕심이에요. 본인이 딱 못 끊고 있는 이유는 결혼했으면 좋겠지만 안 하더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같이 있어주는 것이 싫지 않은 거예요. 손해 날 일은 없잖아요.

상대가 강력하게 관계 유지를 원하니 무리하게 끊어내지 말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회를 보는 게 나아요. 무리하게 끊어내면 상대방은 힘으로 유지하려고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경찰을 부르게 되어 서로 원수 관계가 될 수 있어요. 좋은 감정이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고, 상대방에 대해 실망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되어도 괜찮아요. 이렇게 갈등이 폭발하면 정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질문자가 본인의 인생 계획이 확실하다면 단호하게 관계를 정리하세요. 그러나 지금은 질문자도 다른 특별한 계획이 없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음...”

“질문자가 결정을 못하니까 제가 조언을 할게요. 그냥 친구 관계를 당분간 유지하세요. 그렇게 하는 게 지금 질문자의 상태에서는 바람직해 보여요.”

“네, 감사합니다. 제가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와 같기를 바라는 욕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문제를 파악한 것 같습니다. 질문자는 ‘결혼 한 가지만 요구하는 것인데 그것도 안 들어주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욕심입니다. 이런 욕심은 본인 스스로도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게 집착을 하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살든지, 각자 다른 길을 가든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지그럭대고 살든지, 그것은 질문자가 선택할 일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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