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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3.20|조회수14 목록 댓글 0


“저는 몇 년 동안 운이 좀 안 좋은 일들을 겪었어요. 고연봉의 회사가 갑자기 말도 안 되게 망했고, 제가 하는 일이 외부 요인으로 급속도로 위축이 되어서 수익성이 떨어졌던 일도 있었고, 개인 신변에도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렇게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상황이 좀 좋아지긴 하였으나 운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나쁜 운과 좋은 운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운이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걸까요?”

“첫째, 운이 좋은 사람과 운이 안 좋은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둘째, 더 깊이 들어가면 좋은 운과 나쁜 운이라는 것도 없어요. 내가 원하는 게 이루어지면 좋은 운이라고 하고, 내가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쁜 운이라고 할 뿐입니다. 좋은 운과 나쁜 운이라는 건 없습니다.


질문자 스스로는 나쁜 운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질문자는 그런 나쁜 운보다 백 배 천 배 더 좋은 운을 겪었어요. 그 기간 동안 돈을 좀 잃어버렸거나 몸이 아팠거나 직장을 그만뒀거나 잘렸거나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겪은 것은 맞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대운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대운을 가진 건 생각 안 하고 조그마한 일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나쁜 운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괴로움은 질문자의 올바르지 않은 관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가 등산을 간다고 합시다. 결과적으로 그 산의 정상에 올랐느냐가 중요하지, 올라가는 과정에 개울이 있었다, 길이 가팔랐다, 땀을 많이 흘렸다, 신발이 벗겨졌다,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다 지나 놓고 나면 그런 건 얘깃거리에 불과합니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내가 정상에 도달했다고 할 때 그 과정은 복잡할수록 더 재미가 있는 거예요. 얘깃거리도 많이 생기고요. 지금 내가 안 죽고 산 것이야말로 대운입니다. 이러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내가 안 죽고 살아서 여기에 왔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저러한 일을 겪은 건 지금 살아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질문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를 한번 생각해 봐요. 질문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게 중요하지, 3월 말 고사에서 등수가 중간까지 미끄러졌다가 4월 말 고사에는 5등 안에 들었다가 6월 말 고사에는 다시 중간 등수까지 돌아왔다는 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질문자는 운이 하나도 없죠. 그러나 꼴찌를 기준으로 하면 자기는 대운을 가진 겁니다. 꼴찌를 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기준을 1등에 두니까 절망을 하게 되는 겁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지금 내가 여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안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겹친다고 해서 큰일은 아니에요.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면 '오늘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다 ‘, ‘오늘 학교를 나가다가 신발을 바꾸어서 신었다’, ‘세수하다가 옷을 좀 적셨다’, ‘화장실에 갔는데 변이 안 나왔다’ 하면서 하루에도 열 가지, 천 가지를 갖고 좋으니 나쁘니 따질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별일 아닙니다. 생활하는 과정에서 매일 생겨나는 문제잖아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따로 없습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따로 없는데 무슨 정해진 운명이란 게 있겠어요?


질문자가 욕심을 내서 높은 기준을 갖기 때문에 운이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랐는데 뜻대로 안 된 게 많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본인이 본인에 대해서 ‘나는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들도 '저 사람은 운이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질문자한테 무슨 도움이 돼요? 남들이 ‘너는 참 운도 없다’ 이렇게 말해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안 죽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대운이지!’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야지 질문자처럼 생각하면 오는 운도 도망갑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관점을 바꾸어서 긍정적으로 살겠습니다. 제가 너무 이기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일도 많았고, 최악의 상황이 된 것도 아닌데, 자꾸 제 욕심을 갖고 상황을 안 좋게만 봤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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