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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아이들이 자주 싸울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3.27|조회수13 목록 댓글 0


“고1 아들과 중2 딸을 둔 엄마입니다. 남매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이 싸웁니다.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상대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꼴을 못 봅니다. 항상 서로 자기만 억울하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는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뒷산에 운동하러 갔다가 둘이 너무 싸워서, 화가 나 집에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주중에는 직장 일로 바빠서 주로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이제는 산책할 때 요일을 달리해서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나옵니다. 문제는 집에서 아이들이 싸울 때, 제가 주의를 줘도 계속 격해집니다. 제가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질러야 겨우 멈춥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아이들이 싸우면 저도 자동으로 소리를 지릅니다. 이제는 주체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납니다. 아이들이 싸우고, 제가 기분이 안 좋으니 남편에게도 다정하게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들 각자 사정이야 어떻든 형제끼리는 싸우는 게 좋습니까? 안 싸우는 게 좋습니까?”

“저는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든 말든, 엄마와 아이들하고는 서로 싸우는 게 좋을까요? 싸우지 않는 게 좋을까요?”

“저하고는 사이가 너무 좋은데요?”

“아이들이 싸우면 질문자가 고함을 지른다면서요? 고함을 지르는 게 싸우는 거지 꼭 때려야 싸우는 건가요?”

“아! 맞습니다. 저도 같이 막 싸우게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티격태격한다고 엄마가 고함을 지르고 정신이 없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싸우든 말든 엄마라도 조용한 것이 좋을까요?”

“엄마라도 조용한 게 좋습니다.”

“그러면 질문자도 조용히 하는 게 안 되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요? 질문자부터 안 되잖아요.”

“맞습니다. 저도 막 화가 올라옵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에요.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질문자는 고함을 지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으면서, 아이들한테는 ‘서로 싸우지 말고 조용히 사이좋게 지내라’ 하니까 그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예요. 그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질문자부터 먼저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아이들이 싸우든 말든 그건 아이들의 문제다. 너희들이 싸우든 말든 고함도 지르지 않고, 큰소리도 치지 않고, 정신을 잘 차리겠다. 나는 너희들의 상황이 어떻든 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겠다.’

이렇게 자기 수행이 먼저 되어야 아들에게도 ‘동생이 어떻게 하던 너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라’ 하고 가르칠 수 있고, 동생에게도 ‘오빠가 어떻게 하든 너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라’ 하고 가르침을 줄 수 있어요. 내가 되어도 아이들은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안 되는데 아이들에게 ‘동생이 어떻게 하든 오빠니까 참아라’, ‘오빠가 어떻게 하든 너는 동생이니까 참아라’ 하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듣겠어요?


만약 질문자가 ‘나는 아이들하고 사이가 좋은데, 왜 아이들은 서로 싸울까?’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합니다.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아이들만 문제라고 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오늘부터 아이들이 어떻게 하든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큰 상처를 입히는 폭력행위, 즉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정도의 싸움이 아닌 이상은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싸움에 대해 직접 관여하지 않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이것이 된다면 내가 되니까 아들과 딸한테도 ‘엄마는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너도 한 번 해봐라’ 하고 조언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산책을 가든, 집에 있든, 어디를 가든, 어떻게 싸우든 아이들의 문제는 손대지 말고 그저 강아지 두 마리가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웃으면서 구경하듯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해봤어요. 애들이 서로 싸우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 얼른 그만두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같이 싸움에 휘말리기만 했는데 정말 새로운 관점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제 말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엄마의 사랑을 서로 받으려는 심리의 기저는 질투심입니다. 질문자한테도 그런 질투심이 있어요. 질투심은 누구나 다 있지만 아이들이 조금 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보면서 ‘어릴 때는 다 그렇지’ 하고 웃으면서 지내면 저절로 가라앉게 될 일입니다. 아이들 싸움에 엄마까지 끼어 들어서 고함을 지르고 난리를 치니까 갈등이 점점 증폭이 될 뿐이에요. 아이들의 문제는 놔두고 ‘내가 조용한 마음이 되는가’ 이걸 과제로 삼아서 지내보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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