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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야식을 먹는 게 멈춰지지 않습니다. 어떡하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4.01|조회수18 목록 댓글 0


“스님께서는 수행자는 하기 싫은 일도 '네' 하고 하는 것이 수행이고, 하고 싶은 것도 쥐약인 줄 알면 안 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은 좀 많이 힘들지만 '네' 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식을 먹는 게 멈춰지지 않습니다.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것에 비해서 하고 싶은 것을 멈추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과보를 달게 받는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도 될까요?”

“네, 됩니다.”

“사실 요즘 계속 야식을 먹고, 다음날 아침에 참회기도를 하고 있거든요. 계속 이렇게 해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그렇게 해도 된다니까요. (웃음)


저녁에 야식 먹는 게 뭐가 문제예요. 저녁에 야식 먹는 것은 남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남의 물건을 뺏는 것도 아니고, 남을 성추행 하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욕설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사기 치는 것도 아니고, 술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야식 먹는 것은 불교의 근본 계율인 다섯 가지 계율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야식을 드세요. 물론 살이 좀 찌긴 하겠죠. 살찌는 거야 자기가 먹었으니까 과보를 받아들여야죠. 그리고 밥을 먹고 나서 곧바로 자니까 혹시 위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데 그건 또 병원에 가서 약 먹고 고치면 돼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야식을 먹으면 살이 찌거나 위가 안 좋아지는 과보를 받아야 됩니다. 과보를 안 받으려면 먹고 싶어도 안 먹어야 됩니다. 도저히 참기 어렵다면 먹어도 돼요. 남을 해치는 일이 아니잖아요. 나한테 손해 나는 일을 내가 결정하는 것에 불과해요.

질문자의 무의식 속에는 '살찌면 안 되는데' 하는 것도 있지만 '살 좀 찌면 뭐 어때' 이런 것도 함께 있는 거예요. '위가 좀 나빠지면 어때.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되지. 얼마나 오래 살려고 먹고 싶은 것까지 안 먹고 살 필요가 있나' 이렇게 무의식 세계에서 속삭이는 겁니다. 그래서 '안 먹어야지!' 이렇게 결심해도 다른 한쪽에서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지 않느냐? 먹어도 괜찮아' 하고 속삭이는 거예요.


질문자와 같은 사람은 유혹에 약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것은 멈출 수 있는데,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못한다는 사람도 많아요. 이런 사람은 성냄이 많은 사람입니다. 불교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탐진치(貪瞋癡)'라고 말합니다. 질문자는 그중에서 탐심(貪心)이 많은 사람에 속해요. 하고 싶은 것을 못 참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싫은 건 죽어도 못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사람은 진심(瞋心)이 좀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두 가지 모두 뿌리는 하나이지만 드러나는 모습은 서로 달라요. 한 가지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모든 괴로움은 어리석음, 즉 무지(無知)로부터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으로 나누어 말하면 탐진치(貪瞋癡), 즉 욕망, 성냄, 어리석음으로부터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 나는 탐심이 좀 강하구나’ 이렇게 인정을 하고 과보를 받든 지, 과보를 받지 않으려면 꾸준히 수행을 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하기 싫은 건 벌떡 일어나서 해버리는 연습을 해야 돼요. 반대로 하고 싶은 건 탁 그냥 멈추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음식이 입에 탁 들어갔더라도 알아차리는 순간 탁 음식을 뱉어 버려야 돼요. 이미 입에 들어간 한 개만 먹고 다음부터는 안 먹겠다고 하는 정도로는 못 고칩니다. 그러면 늘 자기 합리화가 계속되거든요. 야식을 먹고도 살도 안 찌고 배도 안 아프게 도와드릴까요?” (웃음)

“야식을 멈추는 게 잘 안 됩니다.”

“그냥 야식을 먹어도 된다고 하잖아요. 멈추는 게 안 되는 것은 멈추기 싫어서 안 멈추는 겁니다. 멈추는 게 왜 안 돼요. 그냥 멈추면 되는데.”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엄청 많이 먹은 다음입니다.” (웃음)


“그러면 토하면 되죠. 손가락을 넣어가지고 토해 버리세요. 자꾸 그렇게 해봐야 돼요. 알아차렸거든 그때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토해 내세요. 그렇게 몇 번 하면 좀 빨리 알아차려집니다.”

“알겠습니다.”

“개선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벌칙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야식을 안 먹기로 했는데 야식을 먹으면, 이 세상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백만 원을 보시하겠다고 약속하는 겁니다. 매일 야식을 먹었다면 한 달에 삼천만 원을 보시하게 되겠죠. 그러면 질문자도 먹어서 좋고, 가난한 사람들도 먹어서 좋고, 모두 좋죠. 그러니 벌칙을 정해놓고 한번 해봐요. 백 원을 내겠다고, 천 원을 내겠다,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적어도 한 번 야식을 먹을 때마다 백만 원을 보시하기로 정해 봐요. 그러면 야식을 서너 번 먹고 나서 딱 멈춰질 겁니다.

그렇게 못한다면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안 먹고 싶은 데 어쩔 수 없이 먹는 게 아니고, 먹고 싶어서 먹는 겁니다. 담배를 끊고 싶은 데 못 끊는 게 아니고, 안 끊고 싶어서 못 끊는 거예요. 담배를 끊는 방법은 그냥 안 피우는 것입니다. 안 피우는 데는 돈이 안 듭니다. 야식을 안 먹는 데에도 돈이 안 들어요. 남한테 해도 안 끼치고, 돈도 안 들고, 그냥 안 먹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그걸 못하겠다는 것은 결국 ‘하기 싫다’ 이런 뜻이에요. 멈추지 못하는 게 아니라 멈추기 싫어서 안 멈추는 것입니다. 멈추고 싶은데 안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돼요. 생각은 '안 먹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은 먹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먹는 거예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첫째, 먹고 싶으면 먹는 것입니다. 대신 안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둘째, 그럼에도 안 먹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면 무조건 멈춥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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