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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이 세상에 어떤 것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4.13|조회수9 목록 댓글 0

위빠사나 명상도 비타민처럼 하루 권장량이 있을까요?

“저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위빠사나 수행을 관심 있게 공부하고 이제 나름대로 잘 수행해 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스님은 수행을 많이 해 보셨고 많은 분들을 만나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위빠사나 수행도 비타민처럼 하루 권장량이 있을까요? 그냥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명상을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위빠사나 명상을 어느 정도 하면 일상생활에서 번뇌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지, 권장량이 있다면 추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명상이 유행입니다. 약간의 고급적인 정신활동의 유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냥 멋으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명상은 자기 변화에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웃음)

명상을 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번뇌가 엄청나게 일어납니다. 아주 어릴 때 생각까지 다 일어납니다. 명상은 그런 생각에 끌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로 가야 하는데 엄청나게 생각이 많이 일어납니다. 다리가 아프고, 가렵고, 졸리고, 도저히 명상을 지속하지 못할 일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명상하지?’ 이런 마음이 일어나기도 해요.

그러나 비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폭풍이 일어나더라도 꿈쩍 안 하고 그걸 이겨내고 길을 가듯이 온갖 망상에 끌려가지 않아야 합니다. 온갖 망상은 내면에 쌓인 것들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밖에서 그런 망상들이 찾아올 일이 없잖아요. 단지 자기 내면에 있던 것들이 일어나서 휘몰아치고 나가는 것입니다. 대부분 그런 장애가 일어나면 명상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러나 망상의 폭풍이 스쳐 지나가야 마음의 고요함이 뒤따라옵니다.

폭풍이 지나갈 때는 ‘명상은 너무 힘들어서 죽어도 못 하겠다’ 하는 생각이 일어나고, 다시 잔잔함이 오면 ‘이런 맛으로 명상을 하는구나’ 하며 재미를 붙이고, 그러면 그다음 폭풍이 또 찾아와서 ‘명상이 안 되네! 원래대로 되돌아 가버렸나?’ 하고 실망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내면에 쌓인 것들이 양파껍질처럼 수도 없이 벗겨나갑니다. 다음 껍질이 벗겨지면, 또 다음 껍질이 나타나고, 이렇게 순차적으로 마음에 쌓여 있던 것들이 하나씩 벗겨져 나가는 거예요. 최근의 일이거나 강한 상처부터 먼저 일어난 후 그다음에는 무의식 세계에 깊이 잠재된 것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지나갑니다. 그때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 거기에 의미 부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생각에 억울해 하면서 울거나 욕을 하면서 거기에 자꾸 빠져들게 되죠. 그럴 때는 밖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를 그냥 흘러 보내듯이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 10일 명상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폭풍이 몇 번은 지나갑니다. 집에서 하루에 삼십 분을 하든, 한 시간을 하든 그런 정도는 10일 명상 후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방책이지, 명상이 더 깊어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혼자 명상을 할 때는 폭풍이 몰아치면 그만두어 버리기가 쉽습니다. 처음 명상을 하면 원점에서 출발해서 100까지 갔다가 집에 와서 하지 않으면 20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10일 명상을 하면 20에서 출발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몇 차례 하게 되면 명상이 향상되기 때문에 10일 명상 프로그램을 몇 차례 먼저 한 후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혼자서라도 꾸준히 하면 되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0퍼센트 막아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감소하는 양을 줄여서 어느 정도라도 유지해 놓기 위해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명상을 통해 격렬한 장애가 지나가는 것을 겪어야 하는데, 일상적으로 명상을 30분 정도 하는 것은 그냥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그러나 업식이라고 하는 까르마를 변화시키려면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엄청난 저항을 겪어야 해요. 담배를 끊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며칠 담배를 안 피우면 죽을 것 같죠. 그럴 때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고통을 받으면서까지 오래 살 필요가 있나? 담배 좀 피우다 죽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 내부에서 일어나요. 그런 저항을 극복하면 마음이 조금 더 고요해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격랑이 일어나고, 또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마음이 잔잔해지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점점 평정심을 유지해 가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황야에서 40일 금식을 했다거나 부처님이 6년 고행을 했다고 말할 때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내재한 업식의 저항을 모두 이겨낸 것을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사람이 된 것이라고 표현하는 거예요. ‘부처님이 마왕의 세 가지 유혹을 극복했다’, ‘예수님이 사탄의 세 가지 유혹을 극복했다’ 이렇게 말할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운 능력에 대한 욕망을 극복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신비스러운 능력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유혹을 물리쳤다는 것을 뜻합니다.

집에서 30분 정도 명상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낫습니다. 하지만 30분 혹은 한 시간 명상했다고 해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웃음)

자신의 업식을 변화시키려면 위에서 언급한 그러한 격랑을 겪으면서 엄청난 저항을 극복해 나가야 됩니다.

스님들은 보통 이런 명상 코스를 매년 3개월 정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조금씩 업식의 저항이 줄어드는 거예요.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는 죽을 것 같지만 졸리는 것은 3일만 지나면 다 없어져요. 다리 아픈 것도 5일이나 7일 지나면 없어집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보통 3일이나 5일 명상을 하다 중단을 하므로 다리가 저리는 것 때문에 저항하다가 명상을 끝마치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명상만 생각하면 다리가 저리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서 진절머리를 내지 않습니까?

각오하고 용을 쓰면서 하는 것은 명상이 아니에요. 잘했다 잘못했다로 평가하는 것도 명상이 아닙니다. 명상은 모든 긴장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잘하겠다는 의도를 내려놓고 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이렇게 하면 잘 된다, 안 된다’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명상을 하다가 어떤 것이 일어나도 그냥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이에요. 아프면 ‘아프구나’ 하고 알아차려야지 ‘다리를 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져서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그건 명상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에요. 이를 악물고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명상이 하기 싫은 거예요. 명상은 그냥 쉬는 겁니다. 어떤 의도를 갖지 않고, 잘했다 못했다는 평가도 하지 않고 그냥 쉬듯이 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명상을 해보니 이런 증상이 있더라’ 하고 알아차릴 뿐이어야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죽비 소리가 너무 늦게 들렸을 땐 ‘명상이 안 됐다’ 하고 생각하고, 죽비치고 나서 금방 명상이 끝난 것 같으면 ‘아, 오늘은 명상이 잘 됐다’ 하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제일 잘 된 명상이란 명상을 시작했다가 다시 죽비를 쳤을 때 눈을 떠 보니 늙어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때인가요? 그렇게 50년 동안 가만히 동상처럼 앉아 있으면 명상이 잘 된 걸까요?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좋은 명상이라고 평가를 해서는 안 됩니다. ‘명상을 해보니 이런 증상이 있더라’ 하는 관점을 가지고 명상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수행을 마치 세속에서 일하듯이 욕심으로 하고 있어요. 돈에 대해 욕심을 내다가 지금은 도(道)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겁니다. 수행은 욕심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됩니다. 욕심으로 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에요. 욕심의 대상이 돈에서 수행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됩니다.

스님이 이렇게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여러분의 마음속에 ‘어,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어떤 것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풀 한 포기로 살다가 죽는 것이나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다 죽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살기 때문에 삶이 피곤한 거예요. 인생이 별 것 아닌 줄 알고 살면 아무런 힘이 들지 않습니다. 스님이 너무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한 건 아니겠죠? 이런 관점을 갖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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